최 계 원(작고)
전 광주시립박물관장
한국에서는 따끈하게 마시는 것을 모두 차라고 부르는 습관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에 시작된 일이 아니고, 오랜 역사를 통해서 전해 내려 온 것이다. 조선 후기의 대학자인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도 차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안타깝게 여기고 『아언각비(雅言覺非)』란 책 속에 그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차란 겨울에 푸른 나무다. 육우(陸羽)의 『다경(茶經)』에는 첫째, 차(茶) 둘째, 가() 셋째, 설() 넷째, 명(茗) 다섯째, 천()이라 했다. 이것은 본래 초목의 이름이지 마시는 음료의 이름이 아니다.’
다산은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차를 탕환고(湯丸膏)처럼 마시는 것으로 인식하여 무릇 약물을 단조롭게 달이는 것을 모두 차라고 말하고 생강차, 귤차, 모과차 등으로 부르지만 이는 잘못이다’고 단언하였다.
다산이 이미 19세기 초에 이같이 잘못을 가려 놓았는 데도 오랜 습관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것인지, 지금도 보건복지부에서는 다류 식품(茶類食品)이란 말로 차는 물론 커피나 쌍화차, 율무차를 함께 묶어서 부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아래 우리나라의 차를 말하라고 한다면 결국 차 아닌 음료도 모두 차의 개념 속에 넣어서 말할 수밖에 없음이 답답하다.
그러면 이같은 잘못은 왜 저질러지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우리의 차문화를 연구하는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에 서두에서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첫째로 차가 쉽게 손에 넣기 힘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대부(士大夫)의 집에 차마 차가 없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그 대용차(代用茶)가 생겨난 것이 아닌가 한다. 바꾸어 말하면 어느 시기에는 차가 가정에서도 필수의 기호 음료였는데 어떤 계기에 의해 단절될 위기를 맞게 되면서 빚어진 잘못된 문화 형태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고려 때까지 차는 사대부 가정에서 필수적인 기호 음료였다. 그러나 조선의 유교 전통으로 불교가 탄압받고 차를 생산하고 공급하던 사원 경제(寺院經濟)가 된서리를 맞는다. 자연히 사대부의 가정에선 차를 구할 길이 없게 되자 차를 대신할 만한 대체 기호 음료를 개발하고 ‘차’란 접미사를 붙여 대용차임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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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December 2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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