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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December 27, 2011

유전 우열의 법칙


우열의 법칙


푸른색 눈에 흰 피부를 가진 금발. 서양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미인의 조건이다. 그런데 많은 인종이 함께 살고 있는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푸른색 눈에 흰 피부의 금발’을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2006년 10월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는 미국인 가운데 푸른색 눈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100년 전에 비해 3분의 1이나 줄었다고 했다. 왜 그렇게 됐을까? 푸른색 눈, 흰 피부, 금발 모두 ‘열성’이기 때문이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중학교 생물시간에 배운 ‘멘델의 법칙’이 생각날 것이다. 멘델은 다른 형질의 완두콩을 교배했을 때 다음 세대에 나타나는 형질을 우성, 나타나지 않는 형질을 열성이라고 하는 우열의 법칙을 제시했다. 완두콩이 아닌 사람의 유전에는 우열의 법칙이 어떻게 나타날까? 사람의 유전을 통해 우열의 법칙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풀어보자.

우성 VS 열성. 우성은 항상 이로운 것, 열성은 항상 해로운 것일까?


우성은 열성보다 우월하다?

우열의 법칙에 대한 첫 번째 오해는 ‘우성은 우월한 성질, 열성은 열등한 성질’이라는 막연한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이로운 열성도, 해로운 우성도 있다. 쌍꺼풀, 보조개 등은 갖고 싶은 우성이지만, 대머리와 다지증은 갖고 싶지 않은 우성이다. 열성이라도 금발, 푸른색 눈 등은 갖고 싶은 열성이다. 

사실 우열의 법칙은 단백질 생성과 관련이 있다. 분자생물학의 관점으로 볼 때 유전자는 어떤 단백질을 만드는지를 알려 주는 설계도와 같다. 만약 어떤 형질이 나타나기 위해 특정 단백질이 필요하다면 그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있는 것이 우성, 없는 것이 열성이 된다.

눈 색깔을 예로 들어보자. 눈 색깔은 홍채에 분포하는 멜라닌 색소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는 3쌍이다. 이를 임의로 ‘AABBCC’라고 하면, 유전자 A는 a에, B는 b에, C는 c에 대해 우성이다.


유전자의 우성과 열성은 유전자에 의해 단백질이 만들어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일 뿐, 개체의 유리함과 불리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출처: gettyimages>

우성 유전자가 많을수록 멜라닌 색소도 많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색소가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AABBCC’는 짙은 갈색 눈이 되고, 색소가 가장 적게 만들어지는 ‘aabbcc’는 푸른색 눈이 된다. 열성 유전자가 하나 섞인 ‘AaBBCC’는 갈색, 두 개가 섞인 ‘AaBbCC’는 옅은 갈색, 세 개가 섞인 ‘AaBbCc’는 초록색 눈이 된다. 이처럼 우성과 열성은 유전자에 의해 단백질이 만들어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일 뿐, 개체의 유리함과 불리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에 나타나는 우성과 열성의 예.


우성은 열성보다 자주 나타난다?


흰 피부는 열성이지만 극지방에 사는 사람의 피부는 대부분 희다. 이들의 피부가 흰 것은 약한 햇빛을 조금이라도 많이 받기 위해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출처: gettyimages>

우열의 법칙에 대한 두 번째 오해는 ‘우성이 열성보다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우성이 열성보다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확률을 무시하고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모든 형질은 인간이 환경에 적응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예는 사람의 피부색이다. 흰 피부는 열성이지만 극지방에 사는 사람의 피부는 대부분 희다. 이들의 피부가 흰 이유는 약한 햇빛을 조금이라도 많이 받기 위해서다. 겉 피부에 위치해 피부색을 결정하는 멜라닌 색소는 햇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멜라닌 색소가 적으면 햇빛이 속 피부까지 도달할 수 있다. 반대로 열대지방에 사는 사람은 멜라닌 색소가 햇빛을 흡수해 속 피부까지 도달하는 햇빛의 양을 줄여준다.

아프리카에서 나타나는 ‘낫 모양 적혈구’ 도 열성이 환영받는 경우다. 적혈구 모양은 적혈구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에 단 하나가 바뀌면 낫 모양으로 변한다. 정상 모양의 적혈구가 우성, 낫 모양의 적혈구가 열성이다. 낫 모양의 적혈구가 있는 사람은 쉽게 빈혈에 걸리는 등 불리한 점이 많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프리카에서는 이 낫 모양 적혈구를 가진 사람이 많다. 과학자들은 처음에 왜 생존에 불리한 형질이 많은지 의아해했지만 곧 이유를 알게 됐다. 이 낫 모양 적혈구를 가진 사람은 아프리카의 치명적인 질병인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는다. 낫 모양 적혈구 역시 인간이 환경에 적응한 결과로 필요한 지역에서 많이 나타난다. 우열의 법칙이든 다른 유전 법칙이든 인간의 유전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키, 몸무게, 피부색, 얼굴 모양, 머리카락 등의 다양한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여러 다른 유전자와 복잡한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사실이 밝혀졌지만, 알면 알수록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는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



김정훈
KAIST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세포생물학을 전공했다. 현재 동아사이언스의 기자이자, 과학쇼핑몰인 시앙스몰(scimall.co.kr)의 운영자를 맡고 있으며 과학상품 잡지인 [시앙스가이드]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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