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학생 신상공개에 "절대 안된다"
"학교 폭력 막지 못한 건 어른의 잘못"
(대구=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매일 아침 아들 영정을 보며 (가해 학생들을) 용서하려고 기도합니다."
친구 폭력에 못 이겨 자살한 대구 중학생 A(13)군의 어머니 임모(47.중학교 교사)씨는 27일 대구시내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차분하면서도 또렷한 목소리로 이같이 밝혔다.
가톨릭 신자인 임씨는 "최근에는 성당에 자주 가지 못해 불성실한 신도"라면서 "그렇지만 (하느님께)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달라고 기도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솔직히 가해 학생들을 내 아이와 똑같이 해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며 "하지만 그건 생각일 뿐이고...모두가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가해 학생들의 신상이 공개되는 점에 대해서도 "그건 절대 안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가해 학생의) 한 부모는 집에 찾아오고 다른 부모는 전화로 만나고 싶다는 말을 전해왔다"며 "아직 가족들이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나중에 만나자고 전했다"고 털어놨다.
임씨 역시 가해 학생과 또래인 중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이다 보니 학생의 생활을 많이 이해하는 편이다.
그러나 아직은 사건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어 용서의 마음을 굳히지는 못한 듯 보였다.
그는 "학교 폭력이 이 정도로 심할 줄 상상하지도 못했다"며 "주먹 한 대 쳤으면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 않았을 것인데 우리 아이가 이 정도로 당했는지는 몰랐다"고 했다.
그는 "결국 잘 살펴보지 못한 내가 제일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임씨는 짧은 호흡을 가다듬고 "지금 용서가 된다면 거짓말이겠지요"라며 스스로에게 반문하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가해 학생들이) 지은 죄만큼 벌을 받고 대신 사회봉사를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아직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머뭇거리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감정을 추스르느라 힘들어했지만 눈물을 떨구지는 않았다.
그는 "상을 치르고 나서 가족들끼리 울지 않기로 약속했다"며 "그런데도 오늘 첫 출근을 하는 순간 운전대를 잡고 울었고, 학교 휴게실에서 혼자 펑펑 울었다"고 했다.
어머니 임씨는 숨진 아들이 평범하지만 모범생이었고 국사와 지리, 철학책을 많이 읽은 어른스런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A군은 검사가 돼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어머니는 전했다.
하지만 A군은 그런 꿈에 도전해보기도 전에 학교 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임씨는 "착하고 평범한 사람이 잘 살아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착하고 성실하게 살면 된다고 가르쳤는데 내가 잘못 가르쳐 너무 착하게 키운 게 아닌지 후회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른이 잘 못해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겠느냐"며 "그래도 아이들에게 못되게 살라고 가르치지는 않을 것이고 착하게 살라고 가르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폭력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 알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된다는 생각에 유서를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이 모두 패닉상태"라면서도 "그렇지만 서로 의지하고 힘든 상황을 이겨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큰 아들이 30일 방학에 들어가면 가족 모두 심리치료를 받으러 병원에도 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작은 애 유골을 강이나 산에 뿌리자는 말이 나왔지만 항상 가까이 보고 싶어 추모공원에 안장했다"고 덧붙였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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