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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anuary 28, 2012

한국은 유산균 섭취가 부족하다

[사진=박종근 기자]

첫 인상은 참 구수했다. 두툼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데 당장에 사투리가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놀랄 만큼 정확한 표준어에 목소리도 아나운서급이다.

“고 향이 종로구 명륜동이에요. 서울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공부했는데, 서울에서 죽기는 싫네요. 회사가 경기도라서 다행인가요? 하하하.” 정명준(54) 대표가 1995년 경기도 김포시에 세운 쎌바이오텍은 유산균을 생산하는 작은 바이오 업체다. 그런데 세계랭킹 5위다. 심지어 ‘유산균 종주국’인 덴마크에서 시장점유율 1위의 기염을 토하고 있다. 실적은 2011년을 포함해 5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김포 월곶면에 숨어 있는 ‘히든 챔피언’, 쎌바이오텍의 정명준 대표를 만났다.

글=이소아 기자

●덴마크 총리가 한국에 와서 삼성전자보다 여기에 먼저 왔다던데.

  “2006년에 라스무센 총리가 그랬다. 우리는 덴마크에 출자한 한국회사 1호다. 코펜하겐에 있는 ‘쎌바이오텍유럽’ 법인에서 덴마크 사람들이 일하니까 총리도 거기에 무게를 둔 거다. 삼성전자야 중요한 한국 기업이니까 방문한 거고.”

●정확히 무슨 유산균을 만드는 건가.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라고 들어봤나. 살아있는 상태로 몸속에 들어가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세균을 말하는데, 대부분 유산균이다. 유산균이라고 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아니다. 위산과 담즙산에 살아남아 장까지 가야 하고, 1억 마리 이상이 있어야 한다.”

●그게 사업성이 좋은 건가.

 “유럽이나 미국에선 유산균을 밥처럼 거의 매일 복용한다. ‘먹어야 하는 것’이란 인식이 강해서 경기침체에도 별 영향을 안 받는 것 같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시장 규모는 약 230억 달러(약 26조원)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원래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나.

 “이과 중에 여학생이 제일 많은 전공이라고 해서 생물학과에 진학했다. (웃음) 대학원 가서도 미생물학을 했는데 그냥 더 이상 공부가 하기 싫더라. 식품업체인 대상㈜에 취직해 10년을 있으면서 차장까지 했다. 나름 열심히 했고, 회사도 유업산업에 관심이 많아서 덴마크 유학을 보내줬다. 그 덕에 덴마크왕립공대에서 유산균 발효 이학박사학위를 땄다. 논문 주제가 청국장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창업을 하게 됐나.

  “덴마크에 있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세계적인 유산균 기업 크리스찬한센과 3개월 공동연구를 했는데 본사가 정말 번쩍번쩍했다. 직원들은 2층에서 뷔페 차려놓고 와인 마시면서 식사를 했고. 우리는 3교대 하면서 죽어라 일해도 이윤이 안 나는데, 이 회사는 뭘 팔길래 이렇게 돈이 많은지… 이해가 안 됐다. 그러다 알게 된 거다. 당시 우리가 만드는 미원은 1kg에 1달러 남는데, 그들이 만드는 유산균은 1kg에 400달러였다. 똑같이 일하는데 400배 차이였다. 너무 억울해서 이걸 좀 연구해서 사업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회사에는 미안한 일이었고 당연히 퇴직금은 포기해야 했다.”

●주변 반응이 어땠나.

 “모두가 100% 말렸다. 사실 나올 이유가 별로 없었으니까. 그때만 해도 대기업 차장 정도면 그리 힘들지 않았다. 근데 그때는 그게 끔찍이 싫었다. 인생을 허비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공장을 한번 갖고 싶었다. 철이 없었던 거다. (웃음) 다시 하라면 사업 안 했을 거다.”

●그래도 한국 1호 바이오벤처다.

 “95년 창업할 때는 바이오라는 개념도 없었다. 은행에 가서 ‘유산균 김밥으로 웰빙 분식사업을 할 거니까 돈 좀 빌려달라’고 했더니 지점장이 ‘김밥 같은 소리 하고 있다’며 혀를 찼다. 유산균 사업이란 건 들어본 적도 없다며 차라리 김치공장을 하라고 조언하더라.”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다. 정 대표가 기획한 유산균 사업안은 정부의 ‘공업기반기술개발사업’에 선정돼 낮은 금리로 5억5000만원이라는 거금을 융자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무에서 유를 만들기 시작한 지 17년, 회사는 유산균의 본고장 격인 덴마크에서 60%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굳혔다. 열과 산에 취약한 유산균이 장까지 살아서 갈 수 있는 ‘이중코팅’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이 먹혔다. 다국적 기업인 암웨이에 단독으로 유산균을 공급하고 있으며, 3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덴마크에서 자존심 상해하지 않나.

 “하하. 자국 제약사인 악타비스가 유통을 맡아서 그런지 자기네 제품같이 생각하고 거부감도 없다. 실제로 우리 제품(현지브랜드 ‘락토케어’)이 악타비스의 효자상품이다. 수익을 제일 많이 내서 ‘황금알’이라고 하더라.”

쎌바이오텍 자체도 황금알을 낳고 있다. 회사 매출은 연평균 20% 씩 늘어 2010년 182억원을 기록했다. 정 대표는 "2011년도 사상 최대치”라고 귀뜸했다.

●기술력 말고도 뭔가 비결이 있을 것 같은데.

  “문화마케팅 덕이 크다. 그 나라 패턴과 문화, 민족성을 이해하려고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해외 출장을 가면 무조건 삼시세끼 현지 음식을 먹고 그 문화에 젖어들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한 2주 지나고 나면 직원들 입에서 ‘웁스(Opps)!’이런 말이 나온다. 미칠 노릇인데 그래야 된다.”

 문화마케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다. 정 대표가 본사 근처에 세운 이 가옥은 외국 고객들을 위한 숙소, 말하자면 ‘영빈관’이다. 내부는 전형적인 북유럽 가정집이다. 가구와 장식품도 모두 현지에서 조달했다.

●좋은 호텔도 많은데 왜 굳이 집을 지었나.

  “유럽 속담에 ‘비즈니스를 하려면 상대방의 위장을 잡아라’는 말이 있다. 유럽 사람은 집에 초대받는 걸 가장 큰 환대로 여긴다. 음식은 자기가 먹던 걸 그대로 해주면 제일 좋아한다. 북유럽 사람들 데리고 룸살롱에 가면 안 된다. 어차피 밤 9시 넘어 술 먹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그 대신 아침 7시에 같이 조깅하면서 집에서 만들어 온 샌드위치랑 커피를 내놓으면 정말 감동스러워한다. 난 지금도 덴마크 사람들이 오면 빵이랑 치즈, 고기를 사고 맥주도 칼스버그랑 투벅으로 준비한다. 몇십만원짜리 와인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

●요리는 다 누가 하나.

 “식당 주방아주머니가 우리 창업멤버다. 김포 출신인데 회사 다니면서 한식, 양식 요리 자격증 다 땄다. 이분이 수십 개국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해 봐서 이제는 ‘땡큐’ 하면 ‘유아웰컴’ 하고 답하신다. 실제 우리사주도 많아서 주인의식이 투철하다.(웃음)”

 쎌바이오텍에는 정 대표가 철석같이 믿는 직원 120명이 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자주 거론되는 이름이 ‘윤 이사’. 부인 윤영옥 이사는 영업·마케팅 총담당자이자 창업 때부터 희로애락을 나눈 든든한 동반자다. 유산균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기행길도, 잦은 해외출장도 언제나 함께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6주가 넘는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 원두커피를 내리고 다과를 준비하는 손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정 대표는 “아내는 나와 의견이 일치하는 적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사실 (아내가) 브레이크를 걸면 꼼짝 못한다”고 털어놨다.

●국내에 성공한 바이오 기업이 많지 않은데.

  “바이오 기업도 결국 기업이다. 매출과 이익으로 보답을 해야 한다. 기술도 논문에 실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외국에서 사줘야 증명이 되는 거다. 세계시장은 제약과 케미컬 쪽에서 바이오 쪽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걸 놓치면 한국은 영원한 종속국이 될지도 모른다. 바이오는 유산균 발효뿐 아니라 농업, 의료, 제약, 생명공학, 식품 등 전 분야에 다 퍼져 있다. 장기적인 투자와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 종목이 테마주로 분류돼 급등락하는 걸 보면 정말 맘에 안 든다. 바이오 기업이 연구하면서 실적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줄 작정이다. 내가 번 돈으로 직원들에게 월급 줄 수 있는 회사로 인정받고 싶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

 “올해부턴 ‘시즌2’다. 덴마크 성공 스토리를 다른 나라에서도 이어갈 계획이다. 프랑스와 독일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예정인데 가능성이 높다. 불가리아에도 우리가 개발한 종균을 수출할 거다. 특히 올해는 드디어 한국보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많을 것 같다. 나는 작업복 조끼에 항상 태극기를 붙이고 있다. 국가대표 바이오 기업이 되는 게 남은 세월 내 꿈이다.”

WhatMattersMost?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난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공부든 사업이든 너무 치열하게만 살아서 사람을 ‘이겨야 하는 상대’로만 여겨 왔다. 세상에서 딱 한 사람만 뽑는 시험이 있다면 내가 될 것이라는 건방진 생각으로 살았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사람이 너무나 소중하다. ‘내가 월급 주니까 내 말을 따르라’고 하고 싶지 않다. 은근히 마음이 가고, 존경하고 싶은, 그런 리더가 되고 싶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다.” 


j 칵테일 >>
‘무한도전 + 1박2일’식 사내 워크숍


사람들은 정명준 대표를 ‘괴짜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격식을 따지는 대신 실력과 열정으로 승부하는 경영스타일 때문에 얻은 별명이다.

●직원들이 똥 기저귀를 걷으러 다닌다던데.

 “우리 종균(발효에 필요한 미생물)의 보물창고가 바로 산후조리원이다. 신생아와 산모의 건강상태, 재왕절개율, 신생아 분변에 있는 유산균을 한꺼번에 알 수 있으니까.”

●실제로 성과가 좀 있나.

  “있다. 이미 모유 수유한 유아의 장에서 상업적으로 아주 유용한 균주를 분리해 냈다. 그런데 기저귀를 수거해 보면 95년만 해도 푸른 변(녹변)이 10개 중에 2개 정도였는데 요즘엔 절반이 그렇다. 황금색 변은 장이 건강한 거고, 푸른 변은 안 좋은 거다. 출산할 때 엄마의 유산균이 산도를 타고 아기 입으로 들어가는데, 결국 요즘 엄마들 장 상태가 안 좋다는 의미다. 걱정이다.”

●팀장 워크숍이 별나기로 유명하다.

  “그게 뭐 별나다고. 쉽게 말하면 ‘무한도전+1박2일’이다. 미션을 완수하되 제일 돈 안 들인 팀이 이기는 거다. 천안에서 출발해 오전 5시에 전주 가서 콩나물국밥 먹고 다시 오기, 조각공원에서 사람들 제일 많이 모아 놓고 사진 찍기 등등. 1등은 해외 리조트로 여행 가고 꼴찌는 가나안농군학교로 보낸다. 거기서 검소·근검을 배워 오는 거다.”

●비즈니스랑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인다.

  “내가 내일 갑자기 죽었을 때 직원들에게 뭘 남겨 줘야 할까 고민해 봤다. 답은 ‘헝그리정신’이다. 바이오기업인 우리는 벤치마킹할 상대가 국내에는 사실상 없다. ‘안 될 것 같아’란 생각이야말로 치명적이다. 뭐든 하면 되고, 돌파할 수 있다는 의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다행히 직원들 호응이 뜨겁다. 요즘엔 일 년에 두 번씩 한다. 인증샷도 다 있다. 하하.” 


“김치·청국장·막걸리로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한국인은 스스로 유산균을 충분히 섭취한다고 생각한다. 김치를 필두로 밥상에 발효음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명준 대표는 단박에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김치나 청국장에 유산균이 없다는 소린가.

 “있긴 한데 일단 종류가 1~2가지밖에 없다. 예를 들면 김치에 비피더스균은 없다. 장에 좋은 영향을 주려면 유산균 5~7가지를 혼합해 하루에 50억 마리 이상을 먹어야 한다. 이걸 양으로 따지면 김치 20통 분량이다.”

●그래도 발효음식을 많이 먹지 않나.

  “요즘은 찌개문화가 발달했다. 김치찌개·김치전골·김치만두 등등. 유산균은 끓이면 다 죽는다. 발효된 감칠맛만 즐길 뿐 실제 웰빙과는 관계가 없다. 특히 서울의 젊은 사람들은 유산균을 거의 안 먹고 있다. 남도에는 유산균이 든 젓갈만 수십 가지가 넘는데 서울에선 젓갈도 많이 안 먹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김치는 날것으로 먹고, 청국장도 일본 낫토처럼 생으로 먹어야 한다. 아참, 청국장엔 유산균이 없고 지푸라기에 사는 고초균만 있다. 이게 혈전을 녹이는 기능이 있는데 역시 끓이면 죽는다. 그리고 서울 사람들, 간혹 메주를 나일론 줄로 묶어 놓는데 이거는 완전 코미디다. 짚으로 묶지 않으면 균이 접종이 안 돼 메주가 안 떠진다.”

●요즘엔 막걸리도 많이 마신다.

 “막걸리에 든 유산균은 주로 락토바실루스 플란타룸 한 가지다. 그나마 생막걸리에 있고 살균막걸리에는 없다. 기본적으로 유산균은 알코올에 약하다. 술 많이 먹고 설사를 하는 건 죽은 유산균 시체가 나오는 거다. 음식을 잘못 먹은 게 아니라 강한 알코올에 장내 유산균이 죽어서 밸런스가 깨진 거다. 유산균은 면역체계랑 관계가 있다. 이게 깨지면 뾰루지 나고 비듬 생기고 입가에 뭐 나고, 아토피 생기고 그런다. 술 자주 먹는 사람들은 유산균을 꼭 먹어 줘야 한다.”


유산균 팔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에 …

정 명준 대표는 해외 출장 때마다 반드시 그 나라 대표 박물관에 간다. 프랑스 파리에 가면 에펠탑 구경은 안 해도 루브르박물관엔 들르는 식이다. 특별히 문화예술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그 나라 역사와 식문화를 알아야 민족에 맞는 ‘맞춤형 유산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에서 배우는 식문화

식 문화를 이해하려면 그 나라의 역사, 전쟁, 문화, 주류금지법 연혁까지 다 알아야 한다. 루브르박물관에는 프랑스 귀족들을 소재로 한 그림이 많은데 십중팔구 각종 과자·과일이 담긴 접시들이 그려져 있다. 예로부터 단 음식을 즐겼다는 얘긴데, 전쟁을 많이 해 온 호전적인 민족이라 단 음식이 당긴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민족은 장 속에 부패균이 많기 때문에 좋은 유산균이 필수적이다. 반면 덴마크인들은 고기를 많이 먹고 채소를 거의 안 먹는다. 그래서 소화불량이 많고 맥주를 하루에 2L씩 마신다. 같은 유럽이라도 필요한 유산균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 여자가 예쁜 이유


다 양한 젓갈을 넣은 김치나 푹 익힌 시골 묵은지에는 좋은 유산균이 많다. 정 대표는 김치 유산균을 해외에 홍보하는 데 많은 노력을 들였다. “해외엔 발효식품에 대한 인식이 없어 김치가 왜 좋은지 설득하려면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사이언스 코드’가 필요하다.” 쎌바이오텍은 결국 김치 유산균을 이용한 대장암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해 냈다. “신사숙녀 여러분, 한국 여성들이 왜 예쁜 줄 아세요? 한국엔 치즈 같은 동물성 유산균이 아니라 김치라는 식물성 유산균이 있답니다!” 그가 해외에 나가 김치 유산균을 홍보할 때 쓰는 인사 문구다.

한국인 vs 서양인

[일러스트=김회룡]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2/01/28/6868016.html?cloc=n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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