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불쾌한 감정은 잠을 자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차라리 자지 않고 깨어 있는 것이 나쁜 기분을 없애는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 레베카 스펜서 교수팀은 106명을 대상으로 기분과 수면의 관계에 대한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진은 실험참가자 82명을 ‘밤 그룹’과 ‘아침 그룹’ 둘로 나눈 다음, 전쟁 장면이나 자동차 사고처럼 부정적인 느낌의 사진과 신문을 읽고 있는 장면처럼 중립적인 느낌의 사진 60장을 보여줬다. ‘밤 그룹’에게는 사진을 잠들기 직전에 보여주고, ‘아침 그룹’에게는 자고 일어난 아침에 보여줬다.
연구진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사진을 ‘호감-비호감’, ‘차분함-흥분됨’의 기준으로 등급을 정하도록 한 뒤 밤 그룹은 자도록 하고 아침 그룹은 잠을 재우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도록 했다.
12시간이 지나 밤 그룹이 잠에서 깼을 때 연구진은 두 그룹에게 다시 사진을 보여줬다. 이번엔 기존에 있던 60장에 새로운 120장을 더해 총 180장이었다.
전에 본 사진을 구분해 낼 수 있냐는 질문에 밤 그룹은 아침 그룹보다 전에 본 사진을 더 잘 기억해 냈다. 수면이 기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기존 학설과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사진에 대한 호감도 평가는 아침 그룹이 부정적인 느낌의 사진에 대해 불쾌한 감정이 많이 사라져 있었다. 반면 밤 그룹은 불쾌한 감정이 자기 전과 똑같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아침 그룹과 밤 그룹의 차이가 생체주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가정하고 24명을 대상으로 다시 실험했다. 자는 그룹과 깨어있는 그룹으로 나누고 사진을 보여주는 것은 이전과 같지만 이번에는 실험을 낮에 동시에 실시하되, 수면시간을 45분으로 줄였다. 그 결과 이번에도 자고 일어난 그룹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의 해소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사진 제공: 미국 메사추세츠 애머스트대
이번 결과는 기억과 마찬가지로 감정도 수면을 통해 강화되고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으로, 지금까지 수면이 부정적 감정을 사라지게 만든다는 지배적 가설을 뒤집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스펜서 교수는 “인간은 사건에 대한 기억과 이로 인한 감정을 유지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라며 “위험한 상황을 더 잘 기억해야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려도 유연히 대처하고 할 수 있는 것처럼,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잠들지 못하는 것도 만약에 있을 비슷한 상황에 대처를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뉴로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김윤미 기자 ymkim@donga.com
http://news.dongascience.com/PHP/NewsView.php?kisaid=2012012420000227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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