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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anuary 29, 2012
2012 오늘 호주오픈 결승전 조코비치 대 나달 관전평
잘했어 노박!" 나달의 슬램 추가를 저지해 준 노박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페더러
사실 1세트를 밖에 있어서 못봤습니다. 문자로 열심히 보다 마눌한테 핀잔들었죠...
집에 오니 2세트가 시작되더군요.
뭐 2세트부터 5세트까지 봐도 관전평 쓰기엔 전혀 손색없는 내용이었지만요...
일단 중요한 포인트로는, 나달의 퍼스트 확률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4세트 중간에 보여준 자료화면으로는, 1/2세트 나달의 서비스 확률이 70%대를 상회하다가,
3/4세트 들어 50%대로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조코비치전에 있어서 나달이 평소와는 다르게 랠리전으로 끌고 가는 것을 얼마나 부담스러워하는지를
잘 나타내주는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2세트를 잃고 나서 갑자기 퍼스트 확률이 20%나 떨어지는 것은 상
당히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나달은 보통 퍼스트 서브를 회전을 걸어 안전하게 넣고 랠리로 승부를
보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장기 랠리전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 퍼스트 확률이 50%대로 떨어지
는 일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오늘 나달의 플레이 자체는 퍼스트 확률이 3/4세트 들어 급격히 떨어진 점을 제외하면 거의 완벽했습니다.
미친듯한 코트 커버력을 보여줬죠. 백핸드를 공략당해도 작년 US처럼 쩔쩔매고 하는 모습은 없었습니다.
나달다운 경기를 했습니다. 종이 한장차로 조코비치에게 운이 따랐을 뿐....
5세트 마지막 게임... 30-30이 되었을때 조코비치가 성호를 긋고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뻗치며 뭐라뭐라 그러는거 보셨나요?
...그리고 그 이후에 나달의 회심의 역크로스 포핸드가 네트 맞고 밖으로 튕겨나가서 아웃...
전 기독교가 아니지만 소름이 끼치는 장면이었습니다. 운은 (혹은 신은) 조코와 함께 했다고 보이는 순간이었죠...
페더러-나달 경기 관전평에 썼던 페더러의 실패요인(지나치게 공격적, 그에 따른 네트 대쉬의 문제점 등...)을 조코는 완벽하게
깨닫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근본적으로 스트록은 타이밍을 조절해가면서 쳐나갔고 라이징으로 나달의 타이밍을 빼앗으려는 페덜과는 다르게 랠리 지구전
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네트 대쉬할 타이밍에서도 여간해선 네트쪽으로 잘 나가질 않았는데 페더러
가 공격적인 포지션에서 섣불리 네트로 나가다가 패싱당하고 수많은 포인트를 잃은 것과 정말 대조적이었죠.
조코비치가 네트로 대쉬할 땐 더 이상 완벽하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상적인 그림이 그려진 상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
고 네트 대쉬 타이밍이 일정하지 않아서(페더러는 베이스라인 1~2m안쪽에서 공격적인 공을 칠 수 있는 상황에는 대부분 어
프로치를 치고 네트로 달려나왔고 이는 나달에게 완벽히 파악당하고 있었습니다) 나달이 미처 조코의 네트 대쉬를 예측하지 못
하고 조코가 네트 대쉬가 좀 늦은 경우에도 샷에 실패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죠.
물론 이는 페더러가 30이 넘어가는 나이와 2008년 이후 부상 병 등등으로 점차 장기전을 선호하지 않게 되면서, 그리고 그동안
나달에게 장기 랠리전에서 번번히 백핸드를 공략당해 괴로운 상황에 놓인 것, 그리고 서브와 포핸드의 위력이 예전보다 못해지
면서 더더욱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던 탓도 있습니다. 페더러로선 모 아니면 도인거죠.
체력이 예전만 못하니. 체력은 지구력만을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그에 따른 집중력의 상실적인 측면도 큽니다. 2007년 마지막으
로 압도적인 시즌을 보낸 이후 2008년 병에 걸리고 나서 페더러는 한경기 동안에도 집중력을 상실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줍니다.
2009년 롤랑을 먹었을때도 경기력은 나쁜 편이었고 윔블던은 사실 로딕이 백발리 미스하지 않았으면 로딕이 먹는거였죠. 델포
와의 US결승전이나 2010/11년 US 준결에선 이게 아까 그 사람이 맞는지 싶을 정도로 경기력이 왔다갔다거리죠...
페더러 체력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쓰는건, 그만큼 오늘 나달과 조코가 보여준 경기력의 일관성이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페더러는 순간 순간의 센스와 미라클 샷에 있어서는 나달/조코와 대등하거나 우위를 보여줄 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을
일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은 나달/조코에 훨씬 미치지 못합니다. 안타깝지만...
반면 오늘 나달과 조코는 장시간 경기를 하면서도 어이없는 미스는 거의 범하지 않았습니다. 공 하나 하나에 대한 집중력이 대
단했고 발은 정확히 공과의 거리를 계측하며 움직였으며 판단과 다른 공이 오더라도 몸은 정확히 반응하여 역방향으로 공을
쫓아갔습니다.
이런 경기에서는 작은 부분에서 승패가 갈리게 되죠. 오늘 경기는 둘의 기량 문제가 아닌 멘탈의 차이로 갈렸다고 봅니다.
사실 경기중에 어이없는 아웃 콜이 많았는데 이것이 조코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리를 좀 지르고 하긴 했지만 조코는 금새 냉정을 되찾고 경기에 임했죠.
반면 나달은 오늘 평소 그답지 않게 이상하게 민감한 모습이었습니다. 아마 그동안의 조코와의 전적 탓이겠지요.
나달이 쫓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대표적인 두 장면이 있었는데,
자신의 서브가 리턴에이스를 당하자 자기 서브가 아웃이었다고 챌린지를 요구한 장면,
그리고 관중의 아웃 콜 이후 전개된 랠리에서(콜이 즉각적으로 나달의 플레이를 방해하진 못했던 것으로 기억...1~2회 랠리가
이어지다 나달이 미스샷을 했음) 미스 후 심판에게 항의하는 장면......
평소의 나달이라면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장면이었죠. 결국 그 게임은 전부 나달이 잃었습니다.
반면 조코는 아주 중요한 경기임에도 나달의 멋진 샷엔 박수를 쳐준다던가,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인다던가 하며 평정심을 유지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대조적이었죠. 나달은 평소보다 몇배는 더 이를 악물고 플레이하는 모습이 자주 카메라에 잡혔는데...
결국 이런 부담감의 차이가 5세트 2-4에서 자신의 서브를 브레이크백당하고, 다시 한번 자신의 서브를 브레이크 당한 후, 챔피언
십 포인트를 회복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맙니다.
조코가 4세트에서 0-40으로 기회를 잡은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못시킨 후, 결국 4세트를 잃고 5세트를 2-4로 몰린 절체절명의 상
황을 나달이 살려내지 못했다는 것은 참 의미심장한데, 그동안의 나달이었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절대 패하지 않아왔기 때문이죠...
조코비치 전의 승리에 나달이 얼마나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나 할까요.
반면 조코비치는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us오픈에서 페더러를 상대로 매치 포인트를 잡히고도 역전하면서, 절체절명의 상황
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이미 얻었었죠. 게다가 오늘 나달을 상대로, 완전 경기의 흐름을 잃어버리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역전을 하여 챔피언십을 거머쥐었습니다. 이는 조코비치의 질주에 더더욱 크나큰 자신감으로서 작용할 것으로 보이네요. 반면 나
달은 조코비치를 넘어서기가 당분간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롤랑 결승에서 만약 조코비치에 패하기라도 한다면 엄청난 타격으로
작용할지도 모르지요. 나달은 롤랑까지 정말 절치부심하며 조코비치 대책을 세울 것으로 보이네요...
이 경기는 아마 2007/2008년 페더러-나달 매치나, 2001 고란-라프터 매치와 비슷한 격을 이루는 명승부로 추억되겠지요.
슬슬 테니스 블루레이도 나오면 좋겠는데 이 경기는 테니스 첫 블루레이를 장식하기에도 손색없어보입니다.
페더러팬으로써 선수 다음 프렌치오픈은 꼭 우승하여주세요!!! 저 페더러 옷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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