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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anuary 27, 2012

앞으로는 출근하지 않아도 집에서 일하는 직장이 점점 많아진다.

 내가 처음 잡지 기자 생활을 시작했던 시절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보도자료를 팩스로 받고 거의 모든 업무를 회사에서 배정해둔 자리에서 처리했다. 전자 타자기에서 PC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PC로 날렵하게 원고를 쓰면 반드시 종이로 인쇄해서 편집장에게 보여줬다. 종이 원고에 꼼꼼하고 빼곡하게 적힌 빨간 펜 자국을 보면서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PC로 수정을 했다. 취재를 나갔다 와도 원고를 쓰기 위해 반드시 회사에 돌아와야 했다. 퇴근 시간 이후든 남들 자는 시간이든 책상 앞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위치 사수’가 중요했다.

몇 년 뒤 외국계 회사로 옮겼다. 이 회사는 이상한 문화가 있었다. 사무실이 넓지도 않았는데 뚜벅뚜벅 열 걸음 정도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끼리 메신저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언젠가는 침묵 속에서 키보드 자판 소리만 들리기에 서로 메신저만 하는 것 같아서 벌떡 일어나 “그냥 말로 해”라고 외치기도 했다.

몇 년이 지나고 나니 기자들이 모두 노트북을 들고 다녔다. 그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만 회사에 나가서 회의를 한다. 형식적이지만 우리 동료가 누구인지 정도를 확인하는 절차랄까. 멀리 있어도 원고는 이메일과 전자 송고 시스템으로 모이고 정리되고 편집된다. 기자들은 취재처에서 제공한 기자실이나 커피숍이나 심지어 길거리에서도 글을 쓰고 전화를 받고 원고를 작성해 보낸다. 바로 옆자리든 멀리 있든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이메일, 메신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활용해 즉시 묻고 답한다. 요즘은 서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쪽지를 주고받고 서로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생각에 빠져 있는지 파악하기도 한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스마트 워크 센터’(위)를 경기도 분당에 열었다.


정부, 스마트 워크 센터 50개 짓기로

2012년 트렌드라는 스마트 워크. 사실 별거 아니다. 필요에 따라 좀 더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는 수단만 갖춰져 있으면 이제 한곳에 머물러서 회사 업무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이것에 원격 근무, 재택근무라는 말을 붙였다. 10여 년 전에는 지금은 ‘1인 창조기업’이라 부르는 개인 기업, 소자본 창업가들을 소호(SOHO: Small Office Home Office)라고 부르기도 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요즘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부터 이런 원격 근무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집에서 일하는 불편함과 커뮤니케이션의 불일치로 인한 업무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해 스마트 워크 센터라는 업무용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놓고 있다. 이 스마트 워크 센터에는 원격 근무자들이 각종 통신 수단 및 업무 기자재를 갖춰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간 개념’이 추가돼 있다.

2011년 초 정부는 ‘2011년 스마트 워크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2015년까지 전국적으로 총 50개 스마트 워크 센터를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의 지방 이전으로 인한 인재 유출을 막고 출퇴근 장거리화로 인한 교통비용을 줄이는 부수적인 효과를 노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무직 860만명이 스마트 워크에 동참한다면 탄소배출량이 연간 111만t 감소하고 1조6000억원의 교통비용이 절감된다는 추정치도 내놓고 있다.

부수적인 효과로는 자녀 육아 문제로 퇴직하는 여성의 고용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 특히 근무자들이 출퇴근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도심지 업무 지역 근처의 주거지 집값이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된다.

물론 스마트 워크 정착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기업 문화와 조직 문화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출퇴근 시간으로 업무 시간을 채우는 식의 업무 측정 방식에서 성과와 목표 위주로 참고 기다려줄 수 있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조직원들 스스로 스마트 워크가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일이 휴식 시간을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휴식과 일은 어차피 하나라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이제 ‘위치 사수’가 일 잘하는 사람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http://m.sisainlive.com/articleView.html?idxno=1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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