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5일 스티브 잡스는 “더 이상 최고경영자 자리를 수행하지 못하는 날이 왔다”며 공식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애플은 그의 의사를 수용했으며, 팀 쿡 최고경영자가 잡스의 뒤를 이었다. 국내외 주요 언론들은 “애플에서 잡스는 정말 놀라운 일을 보여줬다. 그의 경영능력이 그리워질 것”이라고 전하며 잡스의 사임을 매우 아쉬워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공식 사임한 날은 공교롭게도 리눅스 커널이 탄생한지 20년 되는 날이기도 했다. 1991년 8월25일 핀란드 헬싱키대학의 평범한 대학원생이었던 리누스 토발즈가 처음으로 실험용 리눅스 커널을 발표하고 소스코드 공개한지 20년이 된 것. 이후 리눅스는 놀라운 성장속도를 보이며, 개발자들이 사랑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됐다.
이렇게 중요한 날을 그냥 넘기는 게 아쉬웠던 탓일까. 미국의 유명 테크놀로지 블로그인 리드라이트웹은 “잡스의 사임과 리눅스 탄생 20주년을 비교를 통해 무엇이 더 컴퓨터를 변화시켰고, 세상을 변화시켰는지 비교해봤다”며 리눅스와 잡스의 영향력을 비교해 설명했다.
이어 리드라이트웹은 “비록 잡스 한 사람과 리눅스 개발자 군대를 비교하는 것은 부당한 일인 것은 알지만, 오히려 둘 사이의 극명한 차이 때문에 더 재미있는 비교가 될 것”이라며 “잡스는 제품 개발에 있어 세심한 부분까지 살펴보고 꼼꼼하게 개발한 반면 리눅스 커뮤니티는 서로 협력하지만 통제당하지 않는 등 이런 점이 둘을 비교하는데 있어 흥미롭게 다가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드라이트웹은 “애플1에서부터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애플은 그래픽사용자환경(GUI)를 대중화 하는 등 컴퓨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며 “심지어 지금과 달리 애플이 판매 시장을 주도하지 않았을 때도, 운영체제 등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잡스가 스티브 위즈니악, 마이크 마쿠라 등 공동창업자와 애플이란 회사를 설립한 때는 1975년. 초창기 애플은 애플2 시리즈 등 개인용 컴퓨터를 공급했다. 이후 잡스는 마우스를 이용한 GUI 환경을 매킨토시에 도입해 업계에서 주목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화려한 날이 오래간 것은 아니다. 애플3의 냉각팬 과열 문제로 인해 수천 대의 컴퓨터 리콜 사태가 벌어졌고, 애플 사라의 판매 부진 등으로 잡스는 이사회와 갈등을 겪었고 결국 쫓겨나게 됐다. 이후 잡스는 동료 6명과 함께 퇴사 후 컴퓨터 플랫폼 개발회사인 ‘넥스트(NeXT)’를 세워 ‘넥스트텝’이라는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만들었다.
이후 컴퓨터그래픽회사인 픽사를 인수하고, 이후 토이스토리로 성공을 거두면서 가장 유명한 제작자이자 개발자가 됐다.
그리고 이때 기회가 찾아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95를 출시하면서 PC시장 선점에 나서자 위기에 몰린 애플이 잡스에게 ‘다시 돌아와 달라’고 요청한 것. 애플은 넥스트텝이 윈도우95와 경쟁할 만 하다고 본 것이다.
잡스의 귀환은 화려했다. 리드라이트웹은 “넥스트와 애플의 합병 이후 잡스가 애플의 최고 경영자로 복귀하게 됐는데, 이후 애플은 한해 4억 달러에 가까운 흑자를 기록하는 회사로 거듭나게 됐다”며 “그 전까지만 해도 애플은 10억 달러의 적자를 낸 기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애플에서 잡스가 보인 능력은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1998년 본체와 모니터가 일체된 아이맥 출시로 애플을 기사회생 시키기 시작했으며, 2001년 아이팟과 아이튠즈라는 뮤직 스토어를 출시해 소위 ‘애플빠’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잡스의 능력은 극에 달했다.
리드라이트웹은 아이폰 출시를 두고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개인 컴퓨터 시장이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컴퓨터를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드라이트웹은 “앱스토어 환경을 만들어서 개발자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혁신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애플의 아이폰을 통한 혁신은 아이패드로 이어졌다. 리드라이트웹은 “잡스의 경력은 혁신을 전제로 이뤄지고 있다”며 “만약 잡스가 애플로 복귀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블랙베리 같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을지 모르며, 태블릿 컴퓨터는 아직 등장도 안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잡스만 이렇게 놀라운 혁신을 보인 것은 아니다. 리눅스도 잡스 못지않게 컴퓨터 환경에 있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리눅스의 경우, 작은 임베디드 디바이스에서부터 세계 슈퍼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리눅스는 애플처럼 화려하게 조명을 받지는 않았지만 꾸준하게 혁신을 주도했다고 리드라이트웹은 설명했다.
사실 오늘날 리눅스를 사용하지 않는 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웹 사이트와 웹 기업의 급속한 발달은 주로 리눅스 때문에 가능해졌다. 비싼 유닉스를 대신해 토발즈가 리눅스 커널을 무료로 공개하면서 개발자들은 새로운 웹 환경을 계속해서 만들고 수정해 나갈 수 있게 됐다.
리드라이트웹은 “리눅스가 이런 자유 소프트웨어 성격을 띄었기 때문에 오늘날 IT 기업의 많은 발전을 이끌어냈다”며 “페이스북이나 구글, 트위터 등 유명 기업들도 리눅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이나 이베이 경매 입찰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도 리눅스를 사용해야 한다. 구글 애플리케이션 엔진에도 리눅스가 사용되고 있으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의 모바일 기기와 인터넷TV, 킨들 같은 전자책 리더에도 리눅스가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리눅스의 영향력은 점점 더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리드라이트웹은 “리눅스가 대량의 오픈소스들과 협력을 통해 그 세력을 키우고 있는중”이라며 “리눅스는 개발자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 누구나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잡스와 리눅스가 보여준 혁신은 오늘날 컴퓨터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둘 중에 누가 더 많은 기여를 했냐고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만큼 이들이 IT 발전에 시사한 바가 높다.
이제 잡스는 사임했고, 리눅스는 탄생 30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과거를 통해 이들이 보여준 혁신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들을 뛰어넘는 개발자와 커뮤니티의 탄생을 지켜볼 때가 아닌가 싶다.
http://www.bloter.net/archives/7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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