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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December 4, 2011

"한국학생들이요? 사고 참 안 치죠, 그런데..."

인턴과 봉사활동 경력, 공인영어를 포함한 자격증, 공모전 수상경력, 어학연수 등등…. 엄마 친구 아들로 불리는 '엄친아'의 스펙이 아니다. 2011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20대들에게, 끊임없이 구직을 갈구하는 이들에게는 '필수조건'이다. 특히 어학연수는 최근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잡코리아가 지난 6월 직장인과 대학생 3, 4학년 3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72.4%가 '필수는 아니지만 여건이 된다면 어학연수 다녀오는 것이 좋다-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사에서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어학연수를 학생들의 눈에 비친 한국 학생들의 모습을 담았다. - 기자 말

지난해 밴쿠버로 들어온 유학생 수는 약 27만명. 이 중 한인 유학생은 1만여명 수준이다.
ⓒ 장은수
지난 9월 캐나다 이민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캐나다로 들어온 유학생 수는 27만 814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한인 유학생은 1만527명이다.

어학연수생들은 주로 홈스테이나 룸 쉐어 등의 집과 랭귀지 스쿨로 불리는 학원을 오가며 생활한다. 이곳에서 연수생들과 인연을 맺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어학연수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연수생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10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밴쿠버에서 어학연수중인 타국 학생들이나 한국 학생들과 함께해봤다는 캐나다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직 계약직 은행원이었던 로드리고 나카무라(21·브라질)씨는 더 나은 조건의 직업을 구할 능력을 갖추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했다. 그는 "영어를 잘하면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돈도 더 받을 수 있어요"라고 잘라 말했다. "대학 입학 준비를 하기 위해" 어학연수를 왔다는 무하메드 맨소어(20·사우디)씨 또한 더 나은 자신을 위해서 이 길을 택했다고 밝혔다.

이고어 쿠쉬나(26·우크라이나)씨에게도 어학연수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그는 현재 토플을 공부하고 있고 수개월 내에 응시할 예정이다. 약학을 전공한 유코 히라야마(26·일본)씨에게 어학연수는 색다른 경험이다. 그는 연수 기간 내내 미국 여행을 겸할 계획이다.

"나도 영어 배우러 왔어요." 이고어씨는 우크라이나는 비자 발급이 어렵다며 한국인을 부러워했다.
ⓒ 장은수
 
"한국연수생들은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요"

이처럼 다른 나라 유학생들 대다수는 경험을 중시했지만, 한국유학생들은 좀 달랐다. EDM유학센터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한국어학연수생 12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취업을 목적으로 한 경우가 52%로 가장 높았고 영어능력향상, 대학입학, 영어자격시험, 다양한 문화체험이 뒤를 이었다.

"낯가림이 있는 것 같고,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요."

휘트니씨는 "한국인들은 친해져야 말이 많다"고 말했다.
ⓒ 장은수
5명의 한국인 룸메이트와 살아봤다는 휘트니 패터슨(25·캐나다)씨는 한국연수생들의 특징으로 '낯가림'과 '공부'를 꼽았다. 지난 11월 21일 만난 그는 "처음에는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친해지면 그 전과 비교해서 말이 참 많아지더라(웃음)"고 말했다. 벨기에에서 온 신 이고어 베이만(21)씨도 "한국인들은 술을 마셔야 말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자신의 느낌을 전했다.

10년 넘게 홈스테이를 운영 중인 제니 플로레스(45·캐나다)씨에게 한국인 학생들은 진지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플로레스씨는 "진실 되고 믿음직스러운데 영어를 계속 책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가 한국연수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도서관 갔다 왔어요"다.

"스스로 틀을 만들어 놓고 제한적으로 행동한다는 느낌이에요. 한국학생들은 사고를 참 안치죠. 밴쿠버는 1년 내내 정말 많은 문화행사를 해요. 가서 즐겼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모든 한국학생들이 다른 나라 학생들 눈에 '공부벌레'로 비치는 것은 아니다. 콜롬비아에서 온 필라 콘트레라스(18)씨는 "한국인은 패션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다들 예쁜 옷과 헤어스타일, 액세서리를 가지고 있다"고 회상했다.

"화장 한다고 지각한 한국인 친구가 있었어요. 예쁘고 높은 힐을 신고 왔죠. 너무 예뻐서 파티에 함께 가자고 했는데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피곤하다 그러더라고요.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밴쿠버는 일년 내내 다양한 문화행사를 한다.
ⓒ 장은수
밴쿠버에 5년째 거주하며 현지대학(Simon Fraser University)에 재학 중인 이상민(24)씨는 이에 대해 "이곳 사람들도 예쁘고 멋진 패션을 좋아한다, 다만 발표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티셔츠, 운동화, 청바지가 대부분이다"라며 "파티가 있다면 몇 시간 전에 옷을 갈아입는다, 공부하는 곳에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면 특별한 날이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실력은 한순간 얻어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공부하라

그렇다면 현지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들 눈에 한국연수생들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밴쿠버에서 ESL강사로 일하고 있는 조던 베켓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

조던 버켓(31)씨가 한국 어학연수생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장은수
-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학생의 특징은 뭔가.
"한국학생들은 매너가 좋고 잘 따라온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고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다른 문화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려 항상 노력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 본인이 생각하는 어학연수(약 1년간 외국에서 공부하는)의 의미는 무엇인가.
"몇몇 사람은 언어를 배우기엔 (1년이란 시간이) 짧은 시간이고, 문화를 배우는 시간으로 봐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1년 정도의 시간으로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결하고 싶어한다.

(나는) 현지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와 어학연수가 끝난 이후 본인이 어떻게 하는가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만약 어느 정도의 문법 지식을 가진 상태라면, 어학연수의 환경은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스스로 완전히 빠져들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학연수 1년으로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 건 너무 큰 기대다. 왜냐하면 이곳도 한국처럼 사람이 살고 문화가 있는 사회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상황은 때때로 한국에서 예상했던 어학연수의 계획을 방해할 수도 있다.

한국인들은 발음, 문법을 비롯한 언어구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남미학생들에 비해 영어를 활용하는 능력이 좀 약하다. 언어는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데 필요한 도구다. 원활한 의사소통에 필요한 단어는 4000여 개에 불과하다. 한국학생들은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여러 사람을 만나 여러 가지 상황에서 배운 것을 말하고 들어야한다.

또 주목할 점은 영어는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서 활용했다면, 또 다른 상황에서 활용하기 위해 다소 지루할지라도 끊임없이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이러한 이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면 이것은 돈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상황들은 언어뿐만 아니라 그들의 지혜도 발전시켜줄 것이다."

- 1년동안 영어실력이 많이 향상된 학생이 있는가.
"기억나는 한국 여학생이 한 명 있다. 발음을 제외한 작문, 회화, 단어, 듣기 등 영어 실력이 놀랍게 향상됐다. 이 학생의 경우 엄청난 양의 과제를 성실히 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듣기의 경우 몇몇 종류의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며 받아쓰는 식의 공부를 수개월동안 매일 꾸준하게 해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한국학생을 비롯한 ESL학생들은 초반 몇 개월 이후 성실도와 출석률이 많이 떨어진다. 어학연수는 일종의 여행의 한 종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 중 또 다른 여행을 위해 장기결석과 잦은 지각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간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이러한 학생들에게 영어실력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부로서의 영어가 아니라, 문화로 접근했으면"

- 한국은 공인영어 성적 없이 취업하기 힘들다. 공인영어 성적이 아니라 문화를 배우러 온 학생들조차 한국으로 돌아가면 공인영어 준비를 하곤 한다. 이러한 한국의 20대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더 나은 직업을 위해 토익과 토플 같은 공인영어를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뚜렷한 목적을 가진 이러한 학생들은 대개 강사들에게 열정을 북돋아준다. 그러나 새로운 문화에 처한 입장에 있을 그들의 모습은 다소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놀라운 점은 이들 스스로도 이것이(공인영어) 실제 구사하는 영어와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강사로서 바라는 점은 지금의 값진 경험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거다. 한국학생들은 때때로 너무 심각하고 쉽게 좌절한다는 느낌을 준다.(웃음)"

- 연수를 온 한국학생들에게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1년여의 시간 속에서 무엇이든지 얻어가길 바란다. 꼭 영어가 아니어도 괜찮다. 물론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영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학생들을 보면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직업을 구하고 경력을 쌓는 과정 중에 만나게 될 수많은 어려움의 대부분은 영어와 관계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때때로 어학연수 중 부딪쳤던 수많은 상황과 추억이 미래에 도움을 줄 때도 있을 것이다. 공부로서의 영어가 아니라 문화의 한 부분으로 영어에 접근했으면 좋겠다."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1663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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