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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December 9, 2011

마음과 뇌

우리의 마음과 행동의 바탕이 뇌라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뇌라는 신경생리학적 기관에서의 작용과 마음이라는 심리적 기능을 연결시키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심리적 기능과 신경계의 각 부분을 일대일로 대응 시켜, 지능은 이 부분, 감정과 정서는 이 부분, 의식 활동은 이 부분이라는 식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산뜻하겠는가. 사실 이러한 시도가 역사적으로 실제 있었다고 하며, 골상학(phrenology)이 예이다. 대뇌의 작은 부위가 특정한 심리 기능을 담당할 것이라는 국소주의자와 대뇌는 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논쟁과 입장이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대 뇌의 특정 부위가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지를 연구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해부학적 부위들이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며, 인위적인 부위 손상이나 파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가 새로운 연구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그러기에 게이지라는 사람에게서 일어난 불행한 사고가 대뇌 연구에서는 중요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대뇌의 모든 해부학적 부위들은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다

게 이지는 철도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기사였으며 바위틈에 폭발물을 채워 넣고 있는 도중 사고가 일어났다고 한다. 뒤를 돌아보다가 철근을 화약물 위에 떨어뜨렸으며 폭발이 일어나 철근이 위로 비스듬하게 날아가게 되었고 철근이 그의 머리를 완전히 관통한 후 공중으로 높이 날은 다음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말하자면 길이가 3피트이고 무게가 13파운드인 철근이 게이지의 머리를 빠른 속도로 관통하였으며 그림처럼 왼쪽 아래턱 부분으로 들어가서 머리의 위 중앙 부위를 통과하여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게이지는 죽지 않았고, 그 후 12년을 더 살았다고 한다.


철근이 게이지의 뇌를 통과하는 모습


흥 미로운 점은 그의 행동과 성격이 사고 후 변했다는 것이다. 사고를 당하기 전 게이지는 아주 성실하고 양심적이었으며 매우 열심히 일하였다고 하는데, 사고 후 게이지의 성격이 상당한 정도로 변하였다고 한다. 안절부절못하고 무책임하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상스러운 욕을 자주 하는 사람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 사례를 통해 여러 연구자들은 전두엽이 정서 통제, 계획과 의사 결정에 관여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게 하고 이를 연구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최 근 들어 대뇌 피질 중 전두엽의 앞부분인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즉 그림의 노란색 부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로 이 전전두엽이 결정하고 계획하는 기능, 즉 심리학에서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라고 부르는 정신 작용을 담당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정신건강 연구소의 기드(Giedd), 고그티(Gogtay) 등 동료 과학자들은 1990년대부터 1800여명 청소년의 대뇌 발달 변화를 자기공명 영상 장치를 통해 추적 조사했으며, 특히 13명의 아이들을 거의 10여년에 걸쳐 21살이 되기까지 대뇌의 발달을 관찰하여 여러 편의 논문에 발표하고 있다. 이들 연구 자료들은 우리가 자칫 놓쳤거나 간과했던 점을 다시 돌아보게 하며 대뇌 연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최근 들어 대뇌 피질 중 전두엽의 앞부분인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뇌 의 발달은 일반적으로 말해서 얼굴 뒤쪽부터(시각과 여러 감각 정보처리에 관여하는) 시작하여, 중앙부분(운동의 통제와 감각을 통합하는)으로 이루어지고 나중에야 뇌의 앞쪽 즉 전전두엽으로 확장한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들의 대뇌의 발달을 추적해 보면 이 전전두엽은 마지막으로 18-21세가 되어야 성숙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아주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아무 계획 없이 빈둥대는 10대를 만나게 되고, 어른들은 이들 때문에 분통이 터트리는 것을 종종 본다. 신체적인 성장과 호르몬의 변화로 여러 정서적인 불안정과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이 일어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일을 관리하고, 계획 잡고, 여러 대안을 평가하고,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하도록 하는 전전두엽이 아직 성숙하지 못했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10대들을 몸이 다 컸다고 성인 취급해서는 안 되며, 부모들은 10대들이 목표를 가지고, 작은 것이라도 계획하고, 스스로 실행하도록 하고, 성공하건 실패하건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한 독립된 개체로서의 성장과 전전두엽의 성숙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명제를 되새겨 본다.



김영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 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인지공학심리학:인간-시스템 상호작용의 이해],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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