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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December 4, 2011

엑술타테, 유빌라테

1772년 10월부터 1773년 3월까지 모차르트는 아버지와 함께 세 번째로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다. 그 주된 목적은 밀라노에서 오페라 세리아 [루치아 실라]를 공연하는 것이었는데, 모테트 [엑술타테 유빌라테(기뻐하라, 환호하라)]는 이 오페라에 출연한 카스트라토 가수 베난치오 라우치니(Venanzio Rauzzini)를 위해서 작곡되었다. 이탈리아는 빈(Wien)과 더불어 모차르트의 소년 시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여행지였다. 이탈리아 여행 동안 모차르트는 정식으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고, 작곡가로서 큰 진전을 보았으며, 다시금 전설적인 일화들을 남겼다. 또 중간 이름을 ‘아마데우스(Amadeus)’라는 라틴어로 바꾸게 된 것도 이탈리아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다.

모 차르트의 이탈리아 여행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그 첫 번째는 1769년 12월부터 1771년 3월까지였고, 두 번째는 1771년 8월부터 11월까지, 세 번째는 1772년 10월부터 1773년 3월까지였다.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첫 번째 여행이다.

no아티스트/연주

  1. 1Allegro / 주디스 라스킨[소프라노]듣기
  2. 2Andante / 조지 셀[지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듣기
  3. 3Allegro 듣기
12월 11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첫 번째 이탈리아 여행

1769 년 12월 11일, 모차르트는 아버지 레오폴트와 단 둘이서 이탈리아 여행길에 올랐다. 모차르트는 첫 기착지인 베로나에서부터 열렬한 환대를 받았고, 만토바에서 열린 연주회에서도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후 밀라노, 볼로냐, 피렌체, 로마, 나폴리 등지로 이어진 여정은 모차르트의 여생 동안 큰 재산으로 남을 경험과 만남들을 안겨주었다. 이탈리아 음악의 중심지인 밀라노에서는 글루크의 스승으로 유명한 교향곡 작곡가 사마르티니와 교분을 맺는가 하면, 과거 빈에서 썼던 가벼운 코믹 오페라가 아니라 제대로 격식을 갖춘 ‘오페라 세리아’의 작곡을 의뢰받기도 했다. 

볼로냐에서는 저명한 음악이론가인 마르티니 신부를 만나 엄격한 대위법 수련을 받았고, 피렌체에서는 같은 또래의 영국인 바이올리니스트 토머스 린리를 만나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로 마에서는 너무나 유명해진 에피소드를 남겼는데, 바로 알레그리의 [미제레레]를 암기한 것이다. 16세기 초부터 성 시스티나 예배당의 비급으로 전해 내려왔던 이 성가는 사보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이미 많은 이들이 그 곡을 듣고 악보로 옮기려 했었으나 성공한 이는 없었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단 한 번(혹은 두 번이라는 설도 있다) 듣고서 악보로 옮기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또한 로마에서는 교황 클레멘스 14세로부터 황금박차 훈장을 받기도 했다. 영예는 다시 찾은 볼로냐에서도 이어져, 1770년 10월 9일에 모차르트는 엄격한 시험을 통과하여 '아카데미아 필라르모니카'의 회원 자격을 따냈다. 다만 이 위세 높은 학회에 입회하기 위해서는 마르티니 신부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당시 모차르트는 아직 회원자격을 받을 수 있는 나이(만 20세)에 이르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탈리아 여행의 정점은 12월에 다시 찾은 밀라노에서 찍었다. 그의 첫 오페라 세리아 [폰토의 왕 미트리다테]가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미트리다테]는 14세의 모차르트가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에 정식 데뷔를 기록한 뜻 깊은 작품으로, 여기서 모차르트는 기존의 정형화된 장르가 요구하는 형식적 제약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개성으로 이탈리아 청중들에게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작품은 지금도 모차르트의 초기 오페라들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작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제레레]를 비급으로 연주해왔던 로마의 시스티나 예배당.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이탈리아 여행의 성과

첫 번째 이탈리아 여행은 만족스럽게 마무리되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레오폴트는 이탈리아에서 아들에게 어울리는 직장을 잡아주려 노력했으나, 그 시도들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페르디난트 대공의 아량은 마리아 테레지아의 여제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혔고, 토스카나 대공에게 올린 청원도 무위로 돌아갔다. 또 두 번째와 세 번째 여행 사이에는 모차르트 부자에게 관대했던 슈라텐바흐 대주교가 영면하고 깐깐한 콜로레도 대주교가 그들의 주군으로 부임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추가로 발표한 오페라 [알바의 아스카뇨]와 [루치아 실라]도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차르트에 대한 이탈리아 청중의 열기는 식어 갔다. 결국 1773년 3월 13일, 모차르트 부자는 이탈리아에 대한 모든 기대를 접고 잘츠부르크로 돌아왔다.

하 지만 비록 실망감 속에 막을 내렸을지언정, 이탈리아 여행 동안 모차르트는 여러 모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세 편의 오페라를 발표하며 훗날 전성기에 내놓게 될 걸작 오페라들의 기초를 다졌고, 대위법 수업과 일련의 ‘이탈리아 현악 4중주’들을 통해서 작곡기법에 내실을 기할 수 있었으며, 풍부한 외적⋅내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결 성숙한 음악을 쓸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아울러 마지막 이탈리아 체류기에는 [엑슐타테 유빌라테]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 곡은 오늘날까지 모차르트가 작곡한 종교 독창곡 가운데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탈리아 교회음악 양식의 독자적 소화

[엑 술타테 유빌라테]는 이탈리아 특유의 교회음악 양식을 17세의 모차르트가 독자적으로 소화해낸 결과물이다. 이탈리아의 교회음악은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나 독일의 그것에 비하면 세속적인 성격이 매우 강했다. 종교적인 내용은 라틴어 텍스트에만 국한되었고, 음악은 화려한 움직임의 선율선과 풍부한 색채감이 두드러지는 다분히 오페라적인 취향의 것이 보통이었다. 모차르트는 세 차례에 걸친 이탈리아 여행 동안 그러한 이탈리아 특유의 교회음악 양식을 충분히 접하고 체득했고, 이 곡에서 그 성과를 마음껏 드러내 보였던 것이다.


이 모테트 중 가장 유명한 곡은 한껏 고양된 목소리가 아름다운 ‘알렐루야’다. <출처: NGD>


그 런데 이 곡은 두 개의 아리아(Aria)와 두 개의 레치타티보(Recitativo)가 교대로 등장한 다음 알렐루야로 마무리되는 당시 모테트의 전형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즉 두 번째 레치타티보가 생략된 채, 두 개의 아리아와 그 둘을 연결하는 레치타티보, 그리고 마지막의 알렐루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서 경과적인 역할에 머무는 레치타티보를 무시하면 '빠르게-느리게-빠르게'의 악장구성을 지닌 '성악을 위한 협주곡'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1. Aria: Exsultate, jubilate (Allegro 빠르게)경쾌한 관현악 도입부로 시작되며, 우아한 제1주제의 반주부와 오보에로 연주되는 제2주제가 차례로 나타난 다음 독창이 나온다. 가사는 라틴어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종결부 직전에 짧은 카덴차가 삽입되어 있다.
Exsultate, jubilate, 기뻐하라, 환호하라,
o vos animae beatae! 오 너희 축복받은 영혼들이여!
dulcia cantica canendo, 달콤한 찬가를 노래하라.
cantui vestro respondendo, 그대들의 노래에 화답하여,
psallant aethera cum me. 하늘도 나와 함께 찬송가를 합창하리니.
2. Recitativo: Fulget amica dies오르간 반주 위에서 진행되는 레치타티보로, 독창자가 다음과 같은 가사를 차분히 읊조린다.
Fulget amica dies, 친근한 햇살이 빛나고,
iam fugere et nubila et procellae; 구름과 폭풍우도 이제 물러갔네.
exortus est justis 정의로운 자들을 위하여
inexspectata quies. 예기치 못한 평온이 찾아왔네.
Undique obscura regnabat nox, 어두운 밤이 사방을 뒤덮었으나,
surgite tandem laeti, 마침내 기쁨으로 떨치고 일어나라,
qui timuistis adhuc, 이제까지 두려움에 떨었던 너희,
et iucundi aurorae fortunatae 그리고 즐거이 바치라,
frondes dextera plena et lilia date. 행복한 새벽에, 한 아름의 백합을.
3. Aria: Tu virginum corona (Andante 느리게)현악 반주만으로 진행되는 유려하고 온화한 곡. 제1주제가 현악 3부로 제시된 다음 비올라가 새로운 선율을 내놓는다. 독창은 먼저 제1주제 선율에 가사를 실어 노래하고, 뒤이어 제2주제가 나타난다.
Tu, virginum corona,모든 처녀들의 왕이시여,
tu nobis pacem dona.우리에게 평화를 내려주소서.
Tu consolare affectus,당신은 마음에 탄식을 일으키는
unde suspirat cor.슬픔을 달래주십니다.
4. Alleluia (Molto allegro 아주 빠르게)독창자가 한껏 기쁘고 즐겁게 고양된 음성으로 ‘알렐루야’를 반복해서 노래한다.
Alleluia. 알렐루야

추천음반
원 래는 카스트라토를 위해서 작곡된 곡이지만, 오늘날에는 주로 소프라노 가수들이 노래를 맡는다. 엠마 커크비(L'oiseau-Lyre)나 바바라 보니(Archiv)와 같은 청아한 미성의 소프라노가 노래한 음반들은 지극히 여성적인 감수성으로 어필한다. 최근에 호평을 받은 캐롤린 샘슨의 음반(Hyperion)은 모차르트의 매혹적인 종교 성악곡들을 고루 선별해 수록한 선곡도 돋보인다. 젊은 시절 루치아 폽의 우아한 기품이 돋보이는 보다 예스러운 스타일의 음반(EMI)도 경청해둘 만하며, 메조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음반(Decca)에서는 그 옛날 카스트라토의 이미지를 더듬어볼 수도 있겠다.

관련링크 : 통합검색 결과 보기    엑슐타테 유빌라테 음반 더 보기



황장원 / 음악 칼럼니스트, 교양강좌 전문강사
클 래식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 역임.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
음원 제공 소니 뮤직


http://m.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6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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