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서 누벨바그 영화에 <400 번의 구타>라는 게 있다.
프랑소아 트뤼포 감독의 자전적 영화다.
호기심과 장난끼 많은 소년을 부모, 교사, 경찰, 소년원 간수 등 어른들이 계속해서 두들겨 패는 내용이다.
소년은 수업시간에 나체 사진을 돌려보다 벌을 받고, "선생님은 불평꾼"이라는 낙서를 하다가 걸리고, 학교 빼먹고 영화관에 갔다가 걸리고, 왜 결석했냐는 추궁에 "엄마가 죽어서!"라고 답했다가 얻어맞고, 글짓기 숙제에 발자크의 시를 베껴냈다가 정학을 맞고, 급기야 의붓아버지의 사무실에서 타자기를 훔치다 걸려서 소년원에 간다. 결국 소년원에서 도망쳐 바닷가로 나가는 게 피날레인데, 이때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유명한 자막이 나온다.
"영화는 세상의 부분을 떼어내는 액자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창문이다."
나도 이 창문을 통해서 외국인 노동자의 세상을 보겠다.
ⓒ프레시안
호기심 많고 약간은 부주의한 태국 노동자 융(가명)은 계속해서 맞는다.
왜 맞아?
지각한다고 맞고, 일 빨리 못 한다고 맞고, 쳐다본다고 맞고, 맞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혹시 어깨에 호랑이 문신했다고 건방지게 보여서 맞는 건 아닐까?
그를 주로 때리는 것은 M(가명) 대리다.
대리는 덩치가 엄청나게 크다.
95키로 거구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면 태국인들은 위압감을 느낀다.
덩치만 큰 게 아니라 성격도 더럽다. 화나면 물건을 던지고 몽둥이를 휘두른다. 맞은 태국인이 많다.
융이 가장 많이 맞았다. 2년 반 동안 6번이나 구타당했으니까. 다섯 달에 한 번 꼴이다. 가만있다간 더 맞을 것 같아 공장장에게 하소연했다.
"회사 바꿔주세요."
하지만 공장장은 말로 때웠다.
"다음에 또 때리면 바꿔줄 게."
급기야 어제 또 맞았다.
갑자기 설사가 나서 화장실로 달려갔다가 나오는데 M대리가 철솔 브러쉬를 던졌다.
"기계도 안 끄고 어디 갔다 와? 이 새끼야."
융이 철솔을 피하자 대리는 벽에 기대 있던 삽을 들고 내리쳤다. 친구 하나가 융을 막아주다가 왼쪽 팔을 다치고 융은 오른 팔을 다쳤다.
7번째 구타다.
2주 진단이 나왔다.
상습 폭행이다.
상습 폭행은 구속인데,
이걸 고소해버려?
고소할까 말까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사장님이 알아서 먼저 사인을 해주었다. 직장 이동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융 자신도 직장 이동만 원할 뿐, 처벌을 원치 않아서 딱 한 번만 더 참기로 했다.
딱 한 번이다.
*누벨바그 : 50년대 말 불란서 젊은 감독들의 새로운 영화운동. 영어로 번역하면 New Wave 즉 새 물결이다. 줄거리보다 표현에 중점을 두고 즉흥적인 연출을 좋아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00910185324&Section=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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