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문제에 관해 지난해 자주 회자된 말이 ‘100세 쇼크’였다. 올 들어서는 좀 더
구체적인 화두가 등장한 듯하다. 퇴직 후 30~40년 이상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지난해에는 ‘100세 수명
축복인가, 재앙인가’와 같은 자극적 문구가 은퇴 전후 중·장년들의 마음을 은근히 답답하게 했다. “본의 아니게 100세까지 살지도
모른다는데 어쩌란 말이냐” 하며 불안해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 ‘퇴직 후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문제를 정면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은퇴나 퇴직 후의 ‘이모작’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최대 과제 중 하나다. 건강 유지와 노후생활 비용을
일부나마 스스로 해결한다면 사회복지 부담을 덜 수 있고, 개인적으로 후반 인생을 보람 있게 영위할 수 있다.
퇴임
후 할 수 있는 보람 있는 일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이다. 재취업해서 돈을 버는 일과 수입은 없지만 사회공헌활동을 하거나
자아실현을 위한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건 재취업해서 수입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현역 시절 모아둔 자금만으로는
노후생활비가 턱없이 모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2010년에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가 55세 이상 퇴직자
500명을 상대로 생활실태 조사를 한 결과 ‘충분한 준비 없이 퇴직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61%에 달했다.
문제는 지금처럼 청년실업이 넘쳐나는 현실 속에서 중·장년 퇴직자들이 일거리를 찾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별한 마음가짐과 노력이 필요하다. 나름대로 정리한 재취업 전략 5계명을 소개한다.
우
선 재취업의 중요성에 대해 확고한 인식을 갖는 것이다. 대부분은 퇴직 이후 마땅히 오라는 데도 없는 데다 ‘어떻게 잘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적극적인 재취업 활동을 하지 않는 채 몇 달을 보낸다. 소득이 줄어든 가운데 경제적 압박감과 가정과 사회 내에서
자기 존재감의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뒤늦게 재취업 활동에 뛰어들어 보지만 공백기간만큼 취업은 더 어려워진다. 주위에서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라. 경력의 공백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재취업이 더욱더 힘들어진다는 걸 알고 퇴직 전부터 구직활동을 적극
해왔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강한 재활의지야말로 재취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둘째,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청년실업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기본적으로 젊은 세대가 할 수 없거나 꺼리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허드렛일에 가까운 일일 경우가 있고, 이전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급여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 자신의 몸값이 떨어졌다고 서운해할 것이 아니다. ‘전 직장에서 연공서열 덕분에 공헌도 이상의 높은 연봉을 받다가, 이제
내가 하는 만큼의 대가만 받는 것’이라고 눈높이를 낮추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내세울 만한 주특기를
찾아야 한다. 퇴직자를 채용하려는 회사들은 그 사람이 과거에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었느냐보다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느냐를 본다.
따라서 재취업하겠다고 무작정 동분서주할 일이 아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그에 맞는 직종과 업종을 정해
효과적인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 마땅히 내세울 만한 주특기가 없으면 성급하게 취업자리를 알아보기 전에 주특기를 만들 수 있도록
재교육부터 받아야 할 것이다.
넷째, 자신의 장점이나 주특기가 잘 나타날 수 있도록 이력서를 만드는
일이다. 퇴직자들의 재취업 알선을 부탁받고, 이력서를 받아보면 전 직장에서 무슨 일을 담당했는지 알기 힘들 정도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자신의 주특기나 담당 업무는 물론 해온 일의 성과까지 상세하게 기재해야 한다. 채용하려는 기업에서는 그 사람이 채용 후에도
이전 직장에서 이룬 성과 이상을 달성해줄 잠재력이 있는지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적극적인
구직활동이다. 퇴직자 재취업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체계적인 계획과 전략을 갖고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역시절에 구축해 놓은 인적 네트워크뿐 아니라 다양한 인재은행, 시니어 워크넷이나 실버취업과 같은 특화된
채용사이트를 통해 다각적인 구직 노력을 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도 민간 비영리
조직(NPO·Non Profit Organization) 활동을 하면서 약간의 수입을 얻는 일자리 유형이 늘고 있다. 가령 어려운
이웃을 위해 집을 새로 지어주거나 수리를 해주는 한 NPO의 경우 이 단체의 본부직원 50명 중 10명이 정년퇴직자다. 이들은
기본적인 노후생활비는 마련해둔 사람들이라 이 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 겸 약간의 용돈을 번다. 현역 시절에 임금이 100이라면
NPO에서는 30~40만 받고 일한다. 60~70은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이다.
취미활동을 하면서 약간의
수입을 얻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원예가 취미인 한 전직 교사는 취미 삼아 연꽃 재배를 시작했다가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연꽃
농장으로 발전시켰다. 그런가 하면 대기업 건설사의 전 최고경영자(CEO)는 미술대학에 학사 편입해 졸업했다. 지금은 화가로 등단해
취미활동을 하면서 약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물론 앞에 소개한 재취업이나 사회공헌활동·자아실현활동 그
어느 것 하나 말처럼 쉽지 않다. 우선 수입을 얻기 위해 재취업을 할 경우에는 마땅한 일자리가 있는지도 문제지만,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다 해도 현역 시절보다 근로조건이 훨씬 열악한 경우가 많다. 생활비 정도는 해결한 사람의 경우 자원봉사활동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주변에서 듣는 얘기는 대부분 성공사례지만, 막상 본인이 시작하고 보면 좌절을 겪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수입도 없고 그다지 빛도 나지 않는 사회공헌활동이라도 내가 좋아서 한다는 각오 없이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다. 자기실현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약간의 수입을 얻는 방법도 섣불리 시작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이 또한 주변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 이야기에 개의치 말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결국 퇴직 후
일을 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소신과 긍지를 갖는 것이다. 학생 시절에는 교과서나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학생이 좋은 학생이었다. 회사에 다닐 때는 회사의 결정을 존중하면 유능한 임직원이었다. 그러나 이모작 인생에서는
주위의 시선이나 평판보다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이 올바르다는 소신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후반 인생은 자기 만족을 추구하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퇴직 후 일을 하려고 할 때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수입을 얻기 위해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사회공헌이나 취미 활동을 할 것인가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공헌이나 취미 삼아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수입이 따라오거나, 돈을 바라고 시작한 일이 취미나 사회공헌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수입도 얻고, 남
보기 그럴듯하고, 자신의 취미에도 맞는 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강창희(64) 서울대
농업경제학과 졸업 후 일본 도시샤대학원에서 상학 석사를 취득했다. 1973년 증권거래소에 입사한 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현대ㆍ굿모닝투자신탁운용 대표를 거쳤다. 이후 은퇴설계 전문가로 변신해 미래에셋그룹 퇴직연금연구소장 겸 투자교육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강창희 미래에셋그룹 부회장
http://m.koreadaily.com/read.asp?art_id=134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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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anuary 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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