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This Blog

Sunday, December 4, 2011

주먹을 많이 맞아본 사람은 약한 주먹을 맞아도 습관성 실신을 한다

데니스강 몰락 원인은 ‘습관성 실신’ 

슈퍼 코리안’ 데니스 강(34ㆍ캐나다)이 또다시 무너졌다. 전성기를 지났다거나 노쇠했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무참한 경기 내용이었다. 다수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가 은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3 일 저녁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국내 종합격투기 로드FC(Road Fight Championship) 005(5회 대회)에서 메인이벤터로 출전한 데니스 강은 일본의 오야마 ?고(37)에게 1회 중반 파운딩 연타를 허용하며 역전 TKO패 했다. 올 들어 1승 후 내리 3연패이며 모두 TKO패다. 더욱이 내용상 한계를 드러낸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일본 프라이드FC 시절 화려했던 전적으로 세계최대 격투기대회인 미국 UFC까지 진출했던 데니스 강의 최근 신세가 말이 아니다.

▶승기 잡고도 제 풀에 역전패=데니스 강은 초반 접근전에서 강력한 라이트 스트레이트 단발로 오야마를 다운시킨 뒤 파운딩에 이은 초크 시도로 이어가는 등 승기를 확실히 잡는 듯 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깔려 있던 오야마가 상위 포지션을 점한 뒤 파운딩을 퍼붓자 반쯤 넋이 나간 채 펀치를 고스란히 허용했다. 보다 못한 심판이 오야마를 뜯어 말렸다. 데니스는 TKO 선언이 나고서도 엎드린 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에선 낙담한 표정이 역력했다.

데니스 강은 2010년 초반만 하더라도 동급 세계 최정상권으로 공인 받은 실력자다. 기술과 힘, 타격과 그래플링, 정신력과 스태미너를 고루 갖춘 웰라운드 파이터의 대명사였던 그다. 그런 면에서 국내서 치른 3개 경기 포함, 올해 총 4차례 경기는 객관적 전력을 따질 때 모두 그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경기였다. 대회 단체가 스타 마케팅 차원에서 슈퍼 스타인 그에게 쉬운 상대만 붙여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첫 경기를 상대 반칙에 의한 판정승으로 어렵게 잡은 이후엔 제대로 역량 발휘도 못하고 무너졌다.


▶ “현재 부진 단순 노쇠화 때문 아냐”=슈퍼 코리안의 전투력이 이토록 처참히, 개선의 여지도 보이지 않을 만큼 망가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일시적 경기력 저하나, 노쇠화에 따른 체력과 스피드 저하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예멜랴넨코 표도르, 미르코 필리포비치(크로캅) 등 헤비급 슈퍼스타들의 급격한 몰락과는 경우가 다르다.

그들은 전력의 노출, 오래된 부상과 체력ㆍ스피드의 저하, 강자와의 대결, 무대의 변화 등 여러 원인이 겹치면서 무너졌다. 쉽게 말해 노쇠화로 압축해 설명이 가능하다. 반면 데니스 강은 하나의 특징적 양상으로 급거 몰락했다.

전 문가들이 데니스 강의 몰락 원인으로 지목하는 그 양상이란 바로 ‘습관성 실신’이다. 강한 펀치에 연속적으로 노출돼 실신하는 경우가 반복되면 정신보다 몸이 먼저 공포를 느낀다. 비슷한 상황이 오면 뇌가 조건반사처럼 신호를 끊어 버린다. 일선에서 흔히 “빨리 떨어지는 버릇”이라고 표현하는 증상이다. 이런 증상은 갈수록 심해져 초기에는 강력한 펀치를 여러 방 허용해야 이렇게 반응했다면, 이후에는 점점 더 약한 펀치에도 쉽게 실신하게 된다.

▶안면에 펀치만 스쳐도 급당황 ‘기절 공포’=데니스 강은 이번 경기에서도 그런 증상을 여실히 노출했다. 오야마는 그를 스윕한 뒤 유리한 포지션을 굳히기 위해 손목으로만 톡톡 치는 견제성 파운딩을 몇 차례 넣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데니스 강은 곧바로 항거불능 상태가 되면서 십여발의 추가타를 방어도 안하고 그대로 머리와 안면에 허용했다. 실신 경계를 계속 넘나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직전 경기인 올 7월 로드FC 003에서 위승배에게 TKO패 할 때도 이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스탠딩 접근전에서 서로 주먹을 교환했지만 피차 일발 강타는 없었다. 하지만 데니스 강은 안면에 스쳐 들어온 두 방의 펀치에 급당황했다. 거리를 바짝 좁히며 또 한 차례 위승배와 붕붕 헛치는 모습을 연출하더니 제 풀에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위승배가 엎드린 데니스 강의 상체를 낚아채고 4점 포지션 니킥을 연발하는 사이 심판이 경기를 중단했다.

판크라스 코리아 심판위원장인 김기태 공도(空道) 한국본부장은 “이번 경기에서 데니스 강은 펀치로 오야마를 쓰러뜨리고 상위포지션을 잡고도 이상하리만치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본인 스스로 습관성 기절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결국 서두르다 포지션을 뺏긴 후로도 미약한 견제성 파운딩 몇방에 곧바로 혼절했다. 아마 추성훈전 패배와 비스핑전 패배에서 이런 버릇이 든 것 같다”면서 “더 큰 문제는 이런 증상은 한번 습관이 들면 낫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은퇴 용단을 내려야 할 시기로 보인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격투기 전문가인 변광재 뉴스캔 기자도 “과거 경기력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국내 대회단체에서 다시 그를 부를지도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했다.

한 국인 마도로스 부친과 그리스인 모친을 둔 혼혈로 2004년 ‘아버지의 나라’ 한국에 첫 발을 내디딘 이래 격투기 세계 최강의 자리를 향해 쉼 없이 달려온 데니스 강. 이제까지 보여준 전적으로도 국내 팬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제 본인이 그 캐리어에 방점을 찍을 때가 됐다.

조용직 기자/yjc@heraldm.com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general&ctg=news&mod=read&office_id=112&article_id=0002250310
 

No comments:

Post a Comment

Blog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