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진화생물학 등에서 인간 여성의 유방 모양은 수수께끼 중 하나였다. 유방에는 두
가지 모양이 있다. 하나는 남성들이 찬미하는 ‘포도주 잔’ 모양의 봉곳한 형태고,
다른 하나는 여성들이 싫어하는 이른바 ‘표주박 모양’의 길게 늘어지는 형태다.
조사에 의하면 인간에겐 봉곳한 형태가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원숭이, 침팬지, 개 등 포유류는 모두 표주박 형이며, 아기가 빨기에는 표주박 형이
훨씬 편하다. 현재의 젖병 꼭지가 끝이 긴 표주박 형인 이유다.
진화생물학자들에겐 인간의 젖꼭지가 왜 빨기 힘든 구조로
돼 있는지가 수수께끼였다. 그래서 심지어 “젖의 주된 목적은 아기가 빨라고 있는
게 아니라 남자들이 보라고 있는 것”이라는 억지 가득한 해석도 나왔다.
이러던 마당에 유방이 봉곳한 이유를 ‘아기의 폐가 튼튼해지라고’라는
해석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연구가 나왔다.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과 미국 미시간주립대 수의과대학 연구 팀은 10년에
걸쳐 1,456명의 아기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관찰했다. A그룹은 4달 이상 모유 수유,
B그룹은 4달 미만 모유 수유, C그룹은 모유 수유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4달 이상
엄마 젖을 직접 먹은 아이들의 호흡이 강하고 폐도 가장 건강했다.
엄마가 천식 또는 알레르기 보유자인지와는 상관이 없었다.
이에 앞서 선더랜드대학 연구진은 아기에게 6개월 이상 모유 수유를 하면 모유의
면역 성분이 아이들의 천식 발병률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기들은 엄마 젖을 먹을 때 젖병을 빨 때보다 3배 정도 더
힘을 써야 하고, 또 같은 양을 먹는 데도 더 시간이 걸렸다.
엄마 젖을 빠는 데 이처럼 힘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 시판되는 젖병은 빨기 쉽고 내용물이 잘 나오도록 디자인돼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엄마 젖을 빠는 게 힘든 만큼 아기의
폐 기능이 좋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아이에겐 힘들더라도 젖병을 엄마 젖과
똑 같은 모양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연구를 주도한 셔드 아사드 박사는 “아기들이 젖을 빨 때
하는 행동은 폐 기능이 떨어진 중장년층에게 시키는 폐 재활 운동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젖병의 디자인도 엄마 젖과 똑같이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모유 수유를 하면 천식 같은 알레르기 반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영국 보건부는 생후 첫 6개월은 모유만 먹이라고 권장하고 있다.
모유 수유는 산후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고 산모의 유방암,
당뇨병, 류머티즘 관절염 등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의 모유 수유
비율은 현재 35% 정도로, 미국의 50% 대에 크게 낮다. 이나마 한자리 수로 떨어졌다가
회복한 수치다.
이 연구 결과는 의학 학술지 ‘흉부학(Thorax)' 최신호에 실렸고,
영국 BBC 방송, 건강 전문 채널 온메디카에 10일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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