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신은 죽음의 순간과 죽음의 진실을 품고 있다. 하지만 친절히 그것들을 일러주지는 않는다. 시신들이 던져 놓은 수수께끼를 밝혀내는 것은 온전히 남아 있는 인간들의 몫이다. 하지만 법의학에는 인간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한계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청장년 급사증후군’(SMDS·Sudden Manhood Death Syndrome)이다. 다소 생소한 이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술자리에서였다. “요즘 들어 청장년 급사증후군 부검 케이스가 꽤 늘어났어.”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간부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 귀가 번쩍 했다. 직업병이다. 전염병에 걸리기라도 하듯 한창 때 나이에 사람들이 이유없이 죽어 나간다는데 얼마나 관능적인 기삿거리인가.
#장면1 지난해 8월 경남 김해의 한 아파트. 자기 방에서 잠자던 회사원(29)이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인 부인은 남편이 평소와 다름 없이 퇴근해 적당한 시간에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다. 술을 마신 것도, 전날 과로를 한 것도 아니었다. 지병이 없던 건강한 가장은 예고도 없이 부인 곁을 떠났다.
#장면2 올 3월 17일 새벽 5시 30분 충북 청주의 한 오피스텔 6층에서 대학 교수(57)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아내는 경찰에서 “전날 저녁 6~7시 사이에 밥을 먹고 밤 10시쯤 잠든 남편이 새벽에 깨워도 움직이지 않고 숨을 쉬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사건은 발견 당시 사망자에게서 외상 등이 발견되지 않았고 부검 후 타살 흔적도 없어 범죄와 무관한 것으로 마무리 됐다.
청장년 급사증후군이란 주로 10~40대 남성에게 닥치는 원인 모를 죽음을 말한다. 평소 건강에 별 이상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 한밤(통상 오전 2~4시)에 갑자기 앓는 소리 등을 내다 비명횡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전날 술을 과하게 마신 것도, 약물에 중독된 것도 아니다. 과로나 성행위, 과식 등이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은 추정에 불과할 뿐이다. 심장 등 내장기관의 무게부터 모양, 관상동맥, 중추신경, 소화기, 뇌까지 샅샅이 훑고 심지어 약물검사를 해봐도 끝내 이렇다 할 사인(死因)이 나오지 않는다. 답이 없으니 부검의는 사인을 그냥 청장년 급사증후군이라고 적을 수밖에.
잠시 부검 과정을 살펴보자. 흔히 부검이라고 하면 칼로 몸을 해부하는 것만 생각하지만, 검안도 조직검사도 부검의 일종이다. 칼을 대기 전 부검의는 시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사망자의 코나 입 주변에 코를 대고 냄새도 맡는다. 일부 독극물은 과일 향기가 나기도 하는데 후각을 이용해 검사한다. 성폭력의 흔적이 있는지 방어흔이 있는지도 칼을 대기 전에 면밀히 확인해야 하는 작업이다.
검안이 끝나면 가슴부터 배 아래까지를 절개한다. 가슴과 배가 열리면 장기를 살핀 후 심장과 폐, 간, 비장, 신장 등의 순서로 떼어낸 뒤 무게를 잰다. 어느 기관에 출혈 등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다. 내장기관 등에 출혈이 있다면 그 양도 반드시 재야 한다. 출혈량이 치사량을 넘는지 알아보는 작업이다. 사람은 몸에 총 5~6ℓ의 피를 품고 있는데 약 20%에 해당하는 1~1.5ℓ 정도의 피를 흘리면 사망에 이른다.
머리는 가장 나중에 연다. 뇌를 떼어낸 뒤 경막과 두개골의 상태를 살피는데 특정한 충격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다. 특정 부위에 상처가 보일 때는 그 부위를 집중적으로 검사한다. 근육 등에 남아 있는 타살의 흔적 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모든 검사가 끝나면 장기나 뼈는 되도록 원위치에 놓고 꿰맨다. 부검이 끝난 시신이 부검 전보다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 법의학자들의 이야기다.
과거에는 이런 미확인 죽음에 대개 ‘급성 심장사’ 또는 ‘급성 심부전’이라고 사인을 적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 “실제 사인이 심장과 무관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심장이 멈추는 것보다 호흡정지가 먼저 나타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정의하는 급사의 정의는 24시간 안에 죽음에 이르는 것을 말하지만 현장 의사들은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뒤 1시간 안에 죽음에 이르는 것을 급사로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40대 중 원인불명 급사를 당한 사람이 248명에 이른다.
특이한 점은 청장년 급사증후군은 주로 동양인에게 많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유독 아시아 국가의 언어에 수면 중 돌연사를 부르는 특정 단어들이 존재한다. 일본에서는 ‘폿쿠리’(ぽっくり), 필리핀에서는 ‘붕궁우트’(Bungungut), 동남아시아에서는 ‘논라이타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가위눌림에 인한 죽음’쯤이 될 것이다.
돌연사는 갓난아기에게서도 자주 나타난다. 1세 이하에 나타나는 영아 급사증후군(SIDS·Sudden Infant Death Syndrome)이다. 부검 과정에서도 실마리 하나 발견하지 못할 때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영유아 급사증후군으로 사망한 아이는 모두 92명(남자 53명, 여자 39명)으로 전체 영아 사망의 6.1%를 차지한다. 영아 급사증후군이 나타나는 비율은 인구 1만명 중 2명 정도. 역시 남자 아이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생후 2~4개월 사이, 한밤~이른 새벽 사이에 빈도가 높다.
국과원 사람들은 좀처럼 미국 TV시리즈 ‘CSI’(Crime Scene Investigation) 유의 과학수사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법의학 전문가들이 부검이 아닌 수사까지 관여해 척척 사건을 풀어내는 드라마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게 이유다.
맨 앞에 언급한 국과원 간부의 말. “시신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 주고 있겠지만, 아직 그걸 모두 읽기엔 살아있는 사람들의 능력이 많이 부족해. 그래서 난 허리에 손 올리고 잘난 척하는 호레시오(드라마 CSI의 주인공)가 너무 싫어.”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http://m.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914023004&cp=seoul
Search This Blog
Friday, September 23, 2011
Subscribe to:
Post Comments (Atom)
Blog Archive
-
▼
2011
(1292)
-
▼
September
(160)
- lack of sun exposure cause premature aging
- Barefoot Sun Walking Heals the Body and Prevents D...
- 한거(閑居)
- 경상도인의 외국 이주가 많은 이유
- 로마는 바그다드까지 먹었다
- 5년간 근친강간 2000건, 짐승의 낙원 한국
- 가야는 임라였다.
- 중국 '아시아, 美軍뒤에 숨지마라' 비판
- '세계 좀비 지도'
- Fastest Cars In The World: Top 10 List 2011-2012
- 중세 영국이 프랑스어를 왕실 공용어로 사용한건 프랑스인이 왕실인이어서 그런것이다.
- wrong use of the term latino, hispanic, spanish in...
- Roman Empire
- Greek Empire
- SUN GAZING PHENOMENA, BROUGHT BACK
- Macedonia Beauty Contest
- ‘살아 있는 전설’ 메시, 194호골로 바르사 역대 최다골 2위 등극
- fastest white man Christophe Lemaitre
- Liposuction may help your heart
- 뒷주머니에 지갑 넣고 앉는 아저씨, 다리 꼬고 앉는 아가씨 … 안됩니다
- 고구려 백제 신라의 성씨 비교
- 육식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오해
- 백제가 망하지 않았다면 엄청난 힘을 가졌을껏
- 한일관계의 진정한 뿌리는 바로 신라VS백제다
- 계백은 일본의 감독관이었다
- 에미시와 에조는 다른집단이라더군
- 세계 양대저질민족 영국과 독일
- 몽고반점은 북빵기마민족이라든가 몽골족과 관계없다.
- 이거 알면 백프로 경상도인
- 인터넷에 함부러 글섰다간 취업못한다.
- 프랑스는 최강대국이었다
- 세계 장기 독재자 순위
- 살인의 달인, 살인의 귀재. 백년간 세계 살인마 순위
- 1789년 이전 세계의 위대한 군주 131명
- 일본인은 아이누의 후손이다.
- 흑인들이 못하는 운동
- 사실 전반적 근육량이나 완력자체는 흑인보단 백인들이 더좋다
- 난징학살이라고 주장하는 짤을 분석해보면 무지 또는 왜곡
- 백제의 유물
- 신라의 유물
- Japan may soon lose its top longevity ranking
- Yellow eyelid blobs hint at hidden heart disease
- 비염·성기능 장애·생리불순 … 알고 보니 나쁜 자세 탓
- 재즈
- 경상도에서 족보를 사기 힘든 이유?
- 쌀은 밀에 비해 단백질이 몹시 부족함
- 신라 해적
- '금연하면 성적 능력 향상'
- Smokers don't make better lovers: study
- 통일 신라의 사리함 조각
- 부산 사투리 주차뿔라
- 레몬에이드와 개구리 생존의 과학적 관계?
- Stunning sun photographs taken by amateur
- “회 먹다가 잘못하면”…사람 잡는 비브리오 패혈증
- 모유 수유, 바로 알고 하세요
- 일본 기업 한국 기업 기술원조 내용
- 리오넬 메시, 네스타에 굴욕…바르샤-AC밀란 2:2 무승부
- Nesta dominate messi
- 일본이 한국에 베푼 원조
- a TRICK you can use different accounts between you...
- 도시 사람이 시골 사람보다 건강하다
- 중동 물담배 1시간 흡연이 담배 200개비 흡연과 맞먹는다
- 커피로 차가 움직인다고?…자동차 관련 이색기록들
- 스페인 카탈루냐, ‘투우’ 빨간 천 접는다
- 광개토태왕의 백제정벌로 한반도백제인들이 대거 일본열도로 이주하였다.
- 애벌레를 잡아먹으려다 외려 잡아 먹힌 두꺼비
- 인류의 진화 과정
- “빛보다 빠른 물질 발견”
- 성도착증 ‘자기색정사’
- 청장년 급사 증후군
- “자상한 아빠, 남성호르몬 수치 낮아”
- Faster than light particles found, claim scientists
- 전주중심의 전북은 충청도와 역사적 인류적 비슷한점이 더 많다
- 전주는 사실 충청권이지
- 아직도 스페어 타이어 달고 다니세요?
- 문화유전자 밈(meme) 동물에게도 있다
- 술이 암을 일으킨다.."정말이었네"(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술이 더 해롭다)
- 포르노의 폐해
- "가습기 살균제 영유아 5명 사망"
- `불타는 무지개` 신비로운 모습 포착
- NASA: Satellite pieces to hit Earth in a week
- Culture Heritage Pompeii villa opens in Paris...
- 남을 감동시킬만한 취미정도는 개발하라
- '뇌를 늙게 만드는 물질, 혈액 속에 있다'
- 삼국통일은 일제시대때 만들어진 용어
- 고구려는 당나라보다 국력이 컸으나 내부분열로 망했다
- Process of growth(pituitary gland)
- Germany or Austria have more african admixture tha...
- 재즈 [jazz]
- 美 "쌀의 기원지는 9000년전 중국 양쯔강" 결론
- 과일 맛을 잡아라! 당도 높이는 법
- '수수' 고지혈증 등 성인병 예방에 탁월
- 브로콜리, 이제 ‘고추냉이’와 함께 드세요
- 서부경남 사투리강좌
- 지루한 미식축구
- The Chemical Sunscreen Health Disaster
- 칠지도 명문에는 백제가 상국이고, 왜국이 속국으로 나와 있다.
- Messi got fat
- 음경 만곡증 부르는 페이로니씨병
- 미 - 녹색지대
-
▼
September
(160)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