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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September 8, 2011

스트레스와 질병

신체 질환의 원인과 치료에 영향을 끼치는 심리적 요인, 그리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요구되는 심리적이며 생활 습관적 요인들을 탐구하는 건강심리학이 최근 심리학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건강을 유지하고 병에 안 걸리는 것이 물리적, 생물학적인 신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심리적 문제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스트레스와 건강이 주요 연구 주제의 하나이다. 한 초등학생이 지나가며 “아, 스트레스 받네!”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일상생활 용어가 되어버린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의 특징과 면역 체계와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몇몇 연구 결과를 살펴보자.





스트레스에 대한 일반적 적응 반응


캐나다 의사인 실리는 쥐에게 열, 추위, 감염, 외상, 뇌출혈과 같은 여러 종류의 만성 스트레스 원인을 주는 실험을 했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쥐들은 부신피질의 확대, 흉선과 림프선의 축소 및 위와 십이지장 궤양 등과 같은 생리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아주 다양한 스트레스 원인들에 대해서 같은 유형의 생리적 변화가 일어났기에 이를 일반적 적응 증후군(general adaptation syndrome)이라고 불렀으며, 아래 그림과 같은 세 단계의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난다고 보고하였다.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





경고 단계: 초기 반응으로, 신체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을 신속하게 동원한다.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신체는 저장된 지방과 근육을 사용한다. 이 경고 단계는 싸울 것이냐 도망갈 것이냐(fight-or-flight)의 반응이며,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이 낮다.



저항 단계: 신체가 스트레스 원에 대처하는 동안 신체의 각성 수준이 높아진다. 지방과 근육 자원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과정, 즉 소화, 성장, 성적 충동 등이 중단된다. 월경이 중단되며 테스토스테론과 정자의 생산이 감소된다. 신체는 저항을 위해 혹사당하기에 회복을 못하며 모든 즐거운 행동이 중단된다.



소진 단계: 신체의 저항이 붕괴된다. 저항 단계 동안의 많은 방어들이 점차적으로 손상을 초래하고 결국에는 신체의 손상이 일어나게 된다. 소진 단계에서의 스트레스 효과는 노화, 신체 장기의 회복 가능하지 않은 손상 혹은 사망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의 저항은 소진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지속된다.





스트레스와 면역 체계



스트레스가 신체의 모든 측면에서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건강에 필수적인 면역체계와의 관련성만을 살펴보자. 스트레스는 감염에 대한 취약성을 증가시켜 병이 들게 한다. 포진의 발병 가능성을 높이고, 잇몸 염증과 치주염을 악화시키고, 감기에 잘 걸리게 한다. 질병과 싸우는 우리의 면역 체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면역 체계는 박테리아, 바이러스와 다른 이물질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복잡한 반응 체계로 백혈구, 림프구(lymphocytes), 감염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드는 세포가 포함된다. 그리고 면역 체계는 심리적 조건에 의해서도 영향 받는다. 독자들은 본 네이버캐스트에서 고전적 조건화 과정에 의해 면역 체계가 학습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읽어 알고 있을 것이며, 이를 탐구하는 분야가 심리신경면역학(psychoneuroimmunology)이라는 것을 읽었을 것이다.

백혈구 세포




스트레스에 관한 건강심리학 탐구에서는, 어떻게 면역 체계가 스트레스의 여러 원인에 대해 그리고 다른 심리적 요인들에 영향을 받는가를 탐구한다. 여러 스트레스의 원인들은 글루코코르티코이드라는 호르몬이 뇌에 많이 분비되게 하고, 이것이 면역 체계를 마모시키고 결국 침입자와의 싸움을 약화시킨다고 한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스트레스가 예방접종의 효과를 줄인다고 한다. 치매 환자를 돌보아야 하는 즉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독감 예방접종을 실시한 후 그들의 면역 반응을,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들과 비교해 보니 면역 반응이 훨씬 약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스트레스 경험이 항체와 면역 세포 반응을 약화시켜 접종의 효과를 줄이고, 그러기에 독감에 더 쉽게 걸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면역 반응에 미치는 효과는 왜 사회적 지위가 건강과 관련되어 있는가를 설명할 수도 있다 <출처: gettyimages>



스트레스 사건들은 상처 회복과 감기 예방에 관여하는 면역 반응도 감소시킨다고 한다. 한 연구에서 의과대학생들 중 일부 연구자원자들에게 입천장에 경미한 상처를 입혔는데, 스트레스가 높을 수밖에 없는 시험 기간 중이 여름 방학 기간에 비해 상처 회복이 더 천천히 이루어진다는 것을 관찰하였다고 한다. 아예 건강한 자원자들에게 감기 바이러스를 면봉에 묻혀 코에 바르는 실험도 했다고 한다. 이 지원자들 모두가 감기에 걸렸을까? 일부 사람들은 감기에 걸렸지만 감기에 걸리지 않는 사람도 많았으며, 한 달 이상 지속되는 만성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하여 감기 바이러스의 주입 후 더 많이 감기에 걸렸다고 한다. 실직을 했거나 주변 사람들과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도 바이러스에 더 취약하였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면역 반응에 미치는 효과는 왜 사회적 지위가 건강과 관련되어 있는가를 설명할 수도 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영국 공무원들에 관한 연구들을 보면, 공무원의 지위가 높을수록 사망률이 낮다고 한다. 물론 낮은 지위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흡연, 음주 등과 같은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을 갖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낮은 지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고 이것이 높은 사망률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활동, 스트레스, 건강, 사망률로 연결되는 고리가 있는 셈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병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 예를 들어 감기가 시작되면, 필자는 보통 목부터 아프기 시작한다. 목이 마치 뭐에 찔린 듯 침 삼키기가 힘들고, 콧물이 나오기 시작하며, 열이 나고 온 몸이 쑤시고 힘이 없어진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는 수밖에 없다. 이런 아픔반응(행동)(sickness behavior or response)이 감염에 의한 염증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뇌가 만들어내는 일종의 적응 반응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아픔반응이 우리가 질병과 싸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했듯이 할 일을 제쳐두고 - 사실 할 수도 없지만 - 누워 평상시에는 여러 가지 행동에 썼던 에너지를 질병과 싸우는 데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식욕이 없어지는 것도 비슷하게 소화에 쓰일 에너지를 투여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아플 때 일어나는 여러 변화는 신체가 질병과 싸우는 것을 돕는다고 할 수 있다.



면역 체계가 감염 정보를 일련의 단계를 거쳐 뇌로 전달하며 이로 인하여 아픔반응이 일어나게 된다고 한다. 세균을 ‘잡아먹는 기능’을 가지는 대식세포(macrophages)라고 불리는 백혈구의 활동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이 세포들은 사이토카인(cytokine) 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해 다른 백혈구 세포와 소통하고, 장, 위, 흉부와 뇌를 연결하는 미주신경을 활성화시켜 감염되었다는 정보를 뇌에 전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뇌는 아픔반응을 만들어 우리 몸이 세균과 싸울 수 있도록 말하자면 몸을 쉬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의 오묘한 작용에 감탄을 안 할 수가 없다.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 마음과 몸의 건강, 신경계와 면역 체계의 상호작용을 보다 더 잘 알게 되어 우리의 삶이 나아지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글 김영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인지공학심리학:인간-시스템 상호작용의 이해],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작이 있다.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6081&category_type=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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