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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24, 2011

애벌레를 잡아먹으려다 외려 잡아 먹힌 두꺼비

딱정벌레 애벌레, 두꺼비 잡아먹어 ‘먹이의 반란’


‘죽음의 춤’으로 유인해 턱밑 물어 집게로 뜯어먹어

잡아먹혀도 뱃속에서 살아남아 뱉어내면 다시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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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를 잡아먹으려다 외려 혀를 물린 두꺼비. 결국 이 벌레에게 잡아먹혔다. 출처=<플로스 원> 논문.

두꺼비나 개구리 같은 양서류는 벌레가 접근하면 혀를 재빨리 내밀어 잡아먹는다. 곤충과 양서류가 오랜 진화과정에서 맺은 포식자-먹이의 관계이다.
 

그런데 이 관계가 역전돼 먹이가 포식자를 먹는 현상이 발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스라엘에 사는 딱정벌레의 일종인 에포미스 속의 딱정벌레 2종은 애벌레일 때부터 자기보다 몸집이 훨씬 큰 양서류를 잡아먹는다.
 

최근 질 위젠(이스라엘 텔아비브 대 동물학과) 등은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에포미스 딱정벌레가 양서류를 잡아먹는 전략을 실험실에서 상세히 밝혔다. 이들은 4년 전 이 딱정벌레의 독특한 습성을 처음 보고한 바 있다.
 
이 딱정벌레의 애벌레는 개구리를 만나면 더듬이를 활발하게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개구리가 다가올수록 이 움직임은 커진다. 맞춤한 먹이로 파악한 개구리가 혀를 내쏘는 것을 고개를 숙여 피한 애벌레는 가시가 달린 날카로운 집게로 개구리의 턱 밑을 붙들고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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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포미스 딱정벌레 애벌레의 가시 달린 집게. 개구리의 피부를 단단히 붙든다. 출처=<플로스 원> 논문

개구리는 발로 이 벌레를 떼어내려고 애쓰지만 애벌레는 처음엔 개구리의 체액을 빨아먹고 이어 집게로 고기를 잘라먹어 결국 뼈만 남겨 놓는다.

에포미스 애벌레의 개구리 사냥 장면 유튜브 동영상

벌레의 '죽음의 춤'과 가시 달린 집게는 가공할 위력을 지닌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420마리의 애벌레와 개구리를 넣고 관찰한 결과 100%의 공격 성공률을 보였다. 애벌레의 70%는 개구리를 유인하는 춤을 추었다. 춤은 유력한 포식 전략인 셈이다. 개구리는 움직이는 벌레를 본능적으로 공격한다.

실험에서 개구리 7마리는 벌레를 입에 넣는데 성공했지만 곧 뱉어냈다. 하지만 벌레는 개구리로부터 떨어지지 않아 결국 개구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심지어 애벌레를 2시간 동안이나 먹었다가 다시 게워낸 다음 축 늘어진 애벌레를 살펴보다가 되살아난 애벌레에게 잡아먹히는 개구리도 있었다.

애벌레를 토해 낸 개구리가 잡아먹히는 동영상

2시간 동안이나 뱃속에 넣었던 애벌레를 게워낸 뒤 잡아먹히는 개구리


에포미스 속의 딱정벌레에는 2종이 있으며 모두 양서류만을 먹이로 삼는다. 애벌레뿐 아니라 딱정벌레가 돼서도 개구리 등을 잡아먹는데, 개구리의 뒤로 접근해 등을 물어 마비시킨 뒤 먹는다.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동물계에서 작은 동물이 큰 동물을 잡아먹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 딱정벌레의 행동은 극단적인 방어 형태로 매우 드문 사례"라고 밝혔다.

또 양서류는 이 곤충의 공격을 피하는 법을 아직 습득하지 못했는데, 이는 양서류의 먹이인 수많은 벌레 가운데 에포미스는 아주 드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논문은 이 딱정벌레의 공격행동도 방어의 한 형태로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어떻게 이런 행동으로 진화했는지는 수수께끼"라고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http://ecotopia.hani.co.kr/24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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