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LAN BRAT and DAVID ROMÁN
타티아나 레스트레포는 휴가에 문제가 생겼다. 스페인 정부가 그녀가 휴가를 너무 많이 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레스트레포는 다른 많은 스페인인들처럼 매년 공휴일이 한주의 중간에 올 때마다 전략적으로 사흘간의 유급 휴가일을 푸엔테스(다리)처럼 배치해 주말을 보다 길게 보내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이런 방식으로 그녀는 작년 한해 36일의 법정 휴가일을 50일 이상으로 늘렸다.
그러나 이제 이 전통이 위협받고 있다. 부진한 경제 속에서 생산성을 강화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 중 하나로 스페인 노조와 기업협회들은 공휴일을 월요일로 옮겨 사람들이 푸엔테스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데 합의했다. 다른 문제에 있어서는 의견 일치를 보는 경우가 거의 없는 양측이지만 푸엔테스로 인한 스페인 경제의 손실액은 수억유로에 달한다고 말한다. 공장이 놀게 되고 사무실은 절반쯤 비기 때문이다.
도시호텔 네트워크인 루스티카에(Rusticae)의 마케터로 매년 1월이면 남편과 달력을 들여다보며 푸엔테스에 어디로 여행을 갈 것인지 계획을 세운다는 레스트레포는 이러한 조치가 “끔찍하다”며 푸엔테스는 유난히 긴 스페인의 8월 여름 휴가철과 크리스마스 휴가 사이에 꼭 누려야하는 “삶의 탈출구”라고 말한다.
유럽이 부채위기와 싸우면서 유럽 각국 정상들은 예산적자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을 촉진하며, 투자심리를 회복시킬 개혁안을 마련 중이다. 이탈리아의 전 정부 역시 지난 여름 스페인과 비슷한 조치를 도입하려 했으나 국민들의 강한 반발로 포기해야 했다. 대신 이탈리아는 현재 연금 혜택을 줄이려 하고 있으며 그리스는 탈세와 뇌물을 단속하고 있다.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조이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는 대부분의 공휴일을 금요일이나 월요일로 옮긴 영국이나 미국과 비슷하게 휴가일을 조정하기 위해 푸엔테스 억제책을 마련했다. 라조이 총리는 12월 말 취임식에서 스페인은 “근로자들의 권리와 기업의 경쟁력이 양립할 수 있게 달력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제안은 관광산업이 GDP의 10% 이상(미국의 경우 3% 미만)을 차지하며 국민 10명 중 한 명은 관광산업 종사자인 스페인에서 어떻게 하면 일과 휴가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맞출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스페인 정부는 관광산업을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으로 이용하기까지 하는데 말이다. 즉, 겨울 비성수기에 관광산업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수십만명의 노년층에게 휴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원래 유럽에서는 푸엔테스가 흔한 관행이지만 스페인인들이 이것을 활용하는 능력은 가히 놀랍다. 한해 14일인 스페인의 공휴일(대부분이 카톨릭과 관련있음)은 일주일 중 어느 날에라도 올 수 있으며 이 외에도 스페인 국민들은 최소 22일의 휴가일을 보장받고 있다. 전체 유급 휴가일은 EU 평균 정도지만 어떤 해에는 공휴일의 절반 이상이 주 중간에 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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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와 항공사, 식당들은 푸엔테스 여행객들에게 특별 패키지와 할인을 제공해 준다. 대도시 근방에서 여가활동을 제공하는 일부 도시 호텔과 기업들도 여름 성수기가 아닌 시즌에는 이들에게 의존한다.
스페인 호텔 및 숙박연합의 사무총장 레이몽 에스타렐라는 정부가 사흘간의 푸엔테스를 억제하면 올해 일부 회원기업의 매출이 5% 정도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또한 국민들이 여행을 덜 하게 되면서 가족간의 유대와 핵심 경제분야에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걱정한다.
“여가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것은 현대 사회가 이룬 위대한 업적 중 하나다. 그동안 산업적인 면은 너무 강조되고 감정적인 면은 너무 무시되어 왔다.”
과거에도 스페인 정부는 푸엔테스 억제책을 쓴 적이 있지만 교회 측의 반발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 1990년에는 스페인 카톨릭계가 “신자들의 삶에 좋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반대했던 것.
올해 노조와 기업협회는 교회의 반발을 살 수 있는 공휴일인 성모 마리아 수태기념일(12일 8일) 대신 40년간에 걸친 독재 이후 헌법이 승인된 것을 축하하는 공휴일(12월 6일)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교계 대변인은 논평을 거절했다.
관광업계 일각에서는 푸엔테스 금지조치가 스페인 국민들에게 일은 더 많이 하고 지출은 줄이라고 요구하는 유럽 정상들을 만족시키려는 어리석은 조치라고 본다.
“우리가 이 긴축정책을 이어나가 유로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마드리드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19세기 스타일 모텔을 경영하는 아돌포 카스트로는 말한다.
그는 푸엔테스 덕분에 사업이 너무 잘 돼 최근까지만해도 여러날 묵는 손님들에게만 객실 22개를 개방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휴가 지출을 줄이면서 매출은 급감했고 사업이 위기에 처해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그는 작년 유일한 직원을 해고했으며 새로운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중세식 요리법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돈을 쓰는 것이며 더 적게가 아니라 더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기를 헤쳐나갈 길은 그것뿐이다.”
정부 계획에 지지하는 사람들은 푸엔테스가 생산성을 저해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휴가를 즐기고 있는 데 자기만 회의 등의 업무관련 계획을 세울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푸엔테스는 일하는 기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스페인의 주류 기업협회에서 노동 문제를 다루는 알베르토 나달은 말한다. 푸엔테스를 없애는 것은 “이런 사고방식을 바꾼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유로존의 일원이라는 위치에 걸맞게 우리의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주입하는 것이다.”
또한 지지자들은 푸엔테스가 부정적 고정관념을 강하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스페인 북쪽에 소재한 견인 트레일러 제조사의 수출책임자 길러모 마에스트레는 지난 가을, 크리스마스 휴가 외에 3개월 간 네 번의 푸엔테스가 더해져 매우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고 말한다. 12월 초의 긴 푸엔테스(이틀간의 공휴일이 같은 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오는)도 그 중 하나였다.
그는 동료 중 누군가가 항상 휴가 중이어서 어떨때는 독일, 덴마트 등의 나라 고객들을 도울 수가 없었다며 “고객들은 그런 순간을 기억한다. 스페인인들은 항상 휴가나 파티 중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말한다.
레스트레포는 자기가 좋아하는 12월 푸엔테스까지 포함하는 푸엔테스 금지조치를 견딜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지난 3년간 그녀는 12월에 휴가를 9일로 늘리기 위해 3일의 휴가일을 사용했고 쿠바 등 해외로 여행을 갔었다고 한다.
“2012년에는요? 그냥 마드리드에 있어야죠. 동료들을 위해 푸엔테스를 조금은 남겨둬야해요.”
http://realtime.wsj.com/korea/2012/02/08/%EC%8A%A4%ED%8E%98%EC%9D%B8-%EC%A0%95%EB%B6%80-%ED%9C%B4%EA%B0%80-%EC%A2%80-%EC%A4%84%EC%97%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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