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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February 26, 2012

열등감의 산물, 의처증

결혼 3개월째인 새댁 A씨는 너무나 괴롭고 울적하다. A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결혼이 두려웠다고 한다. 어머니가 그 폭력을 참고 산 것은 경제적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라 여겼던 A씨는 경제적 자립을 위해 결혼도 미뤘다. 좋은 대학과 직장을 갖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그 결과 학벌, 능력에 외모까지 겸비해 소위 ‘스펙’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당연히 남자들에게서 인기도 많았다. 그러나 능력 있고 잘난 남자, 특히 주도적인 스타일의 강한 남성성을 지닌 남자를 만나면 왠지 겁부터 났다. 그래서 일부러 연애를 피했다고 한다. 그러다 만난 사람이 지금의 남편이다. 남편은 유순하고 착해서 A씨가 하자는 대로 늘 따라와 주었다. 친구들은 “남자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너와 어울리지 않는다. 잘난 남자들 다 놔두고 왜 그러느냐”고 말렸지만 A씨는 듣지 않았다. A씨의 눈에는 어린 시절 무소불위의 폭군 아버지와는 정반대되는 이상형의 남편감이었다.

하지만 행복하리라 믿었던 결혼생활은 시작부터 기대와 달랐다. 신혼여행 때도 성관계에 적극적이지 않던 남편. 마지못해 가진 부부관계에서는 발기가 잘 되지 않았다. 남편은 술 핑계를 댔지만 술이 아니더라도 평소 잘 안 되는 날이 종종 있었다.

그저 술을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던 남편이 서서히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술 에 취해 귀가한 남편은 아내에게 이전에 알던 많은 남자들과 몇 명이나 성관계를 가졌느냐고 추궁하며 화를 냈다.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고 부인하는 아내에게 “네가 그렇게 잘났느냐”며 비아냥거리고 폭력까지 행사했다. 다음날 술이 깬 남편은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고 싹싹 빌며 사과했지만 이런 행동은 반복됐다.

A씨의 사례는 가정폭력을 겪으며 불행한 성장기를 보낸 한 여성의 굴곡진 궤적을 그대로 드러낸다. 강한 남성성을 혐오하고 기피했고, 그래서 늘 자신이 우위에서 남성을 조종하고 남성성을 억누르고 싶어했다. 그러다 상대적으로 무능하고 수동적인 남편을 만났고, 그 남편이 가진 원초적 열등감이 병적으로 어우러지면서 폭력으로 표출된 경우다. 이들 부부는 사실 서로 맞지 않는 조합이었지만 각자의 상처와 콤플렉스 때문에 결혼 전엔 이상적인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특히 의처증의 경우, 사실은 남편의 열등감이 심한 경우가 많다. 자신이 없다 보니 누가 아내를 가로챌까, 아내가 도망갈까 불안하기에 주변의 남성이나 과거의 남성들과의 관계까지 지나치게 집착한다. 평소엔 속으로만 담아두다가 술기운에 의식의 통제가 풀리면 그 내면을 밖으로 표출하게 된다. 열등감에 사로잡힌 남성에겐 심인성 발기부전 등의 성기능 장애도 꽤 있다. 한마디로 자기보다 우월한 여성을 정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직계가족에서 의처증이나 정신분열병이 있는 경우 의처증 발병이 더 흔히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유전적·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인과관계가 깊다는 뜻이다. 그래서 의처증은 약물치료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인 치료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내 배우자에 대한 의처증·의부증이 내 열등감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364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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