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상처가 났다면 어떻게 할까. 흉터 없이 빨리 낫도록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일 것이다. 일부러 상처에 물을 묻히거나 벌리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 아프면 상처를 덧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술 마시면 안 되는데 술을 붓고 담배 피우면 안 되는데 담배연기를 밀어 넣는가 하면 몸 안에 독소가 쌓여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데도 해로운 음식을 마구 먹는다.
허리병 환자도 예외가 아니다. 언젠가 허리디스크 수술 전문병원 앞을 지날 때였다. 복대를 허리에 두르고 한 손을 아픈 허리에 얹고 엉거주춤 서 있는 환자가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한 적이 있다.
담배가 폐암ㆍ폐질환뿐만 아니라 각종 암과 병의 위험 요인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허리통증에 담배가 아주 안 좋고 흡연이 디스크 발생 가능성을 2배에서 많게는 3~4배까지 높인다는 사실을 허리병 환자들은 모르는 듯하다.
'담배는 백해무익하니까 당연히 안 좋겠지'라는 막연한 얘기가 아니다.
첫째, 흡연은 기관지를 자극해 기관지염을 일으켜 만성 기침을 유발한다. 콜록거리는 기침은 복부와 디스크 내의 압력을 갑자기 높인다. 기침을 하다 심한 허리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사례도 많다. 갑자기 디스크가 파열돼 참을 수 없는 통증과 다리마비가 생긴 것이다.
둘째, 담배는 척추 뼈에 있는 칼슘 등의 미네랄을 감소시켜 골다공증과 비슷한 허리통증을 일으킨다.
셋째, 담배의 일산화탄소와 니코틴이 혈액공급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척추에 피가 잘 안 돌면 디스크에도 영양공급이 제대로 안 된다. 디스크에 영양이 부족하면 디스크 속에 있는 수핵의 수분이 빠지면서 딱딱해지고 주위 조직이 상하면서 터져나올 수 있다.
넷째, 니코틴이 콜라겐을 파괴해 허리 주변부 근육을 약화시켜 통증을 일으킨다. 간접 흡연 역시 척추 질환과 허리 디스크 등에 안 좋은 것으로 연구됐다.
또 식후 담배 한 모금과 함께하는 설탕 듬뿍 든 커피도 척추의 칼슘을 빠져나오게 하고 디스크와 인대를 약하게 만든다. 담배와 커피를 즐기면 젊은 나이에 허리병 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허리가 아픈 사람이 담배를 계속 피우면서 허리가 안 아프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담배로 폐암이 유발된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서 암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
"허리통증 때문에 금연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면 애연가들은 "담배 끊느라 스트레스를 받으면 통증이 더 악화된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흡연은 목ㆍ등ㆍ어깨ㆍ팔꿈치ㆍ손목ㆍ무릎 등에 발생하는 관절통과 여러 근육통을 악화시킨다. 허리디스크 수술도 마찬가지다. 흡연을 하면 금속 고정물 등을 이용해 척추를 고정시키는 수술법인 척추유합술의 실패율이 5배나 높아진다.
안타깝게도 담배는 허리병 환자에게는 반드시 헤어져야 하는 대상이다. 흡연 인구가 늘고 있는 청소년과 여성도 담배를 멀리해야 허리통증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http://economy.hankooki.com/lpage/society/201202/e201202161949369376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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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February 1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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