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이 같은 내용의 메일을 한 통 받았다. 기자들은 보통 하루에도 수십통의 스펨메일과 조금은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제보 메일을 받는다. 이날도 ‘이건 또 뭐야’라며 메일을 지우려고 했다.
하지만 ‘삭제’ 버튼을 누르려다 멈칫했다. “특종은 어리석은 것에서 나타난다”라는 평소 기자 사회의 ‘명언’이 떠올라서가 아니다.
다소 이상하게 보이는 e메일 내용을 반박할만한 근거를 고민해 봤지만 “지금껏 그렇게 믿어 왔잖아요”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아서다.
과학지식에 대해서는 박학(博學)하다는 과학기자가 ‘당연한 내용이라고 여긴 것인데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못하다니…’라는 생각이 들어 자기성찰 겸,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구와 달, 왜 돌고 있을까. 그 보다, 지구와 달은 왜 생겨났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생겨났을까.’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다시 물었다. ‘우주는 왜 생겨난 것일까. 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과학이 해결하지 못한 10가지 난제들

‘과학이 아직까지 풀지 못한 10가지 질문’이라는 책은 이처럼 과학이 해결하지 못한 10가지 난제를 정리했다. 공상과학(SF)영화 속 내용이 과학으로 정말 가능한 것인지, 사회현상을 과학을 인용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급속한 기술개발로 현재가 과거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알려주며 과학의 눈부신 성과를 기록한 기존의 과학도서와는 다르다.
저자인 과학전문 작가 마이클 핼런은 과학이 해결하지 못한 10가지 질문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우리집 멍멍이는 좀비일까 △비만도 전염병이다 △1분전의 당신이 지금의 당신인가 △머리가 나쁜 것도 일종의 장애일까 △영원히 살 수는 없을까 △도대체 암흑지대가 무엇인가 △우주는 살아있을까 △초과학은 부질없는 이야기일까 △시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리얼리티가 무엇일까.
이 질문들은 기본적인 것이지만 막상 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얇은 탄소층인 ‘그래핀’이 발견돼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첨단 과학 세상에 살고 있고 줄기세포로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저자는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를 들이밀며 ‘인간들이여, 자만하지 말라’고 말한다.
●동물이 인간과 같은 인지체계를 갖고 있다면?

이때 저자는 묻는다. 우리는 더 이상 유일한 존재가 아닐지도 모르며 이러한 인식은 어쩔 수 없이 다른 동물의 의식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기 위해 좀비의 머리를 총으로 쏠 때 좀비가 개의치 않는다면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알 수 없는 좀비만의 인지능력, 감정이 있다고 한다면 우월한 무기인 총으로 그들을 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만약,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로 각종 실험을 하고 있는 지금, 그 중 한 마리의 침팬지가 우리에게 “멈추라”고 요구한다면 그때도 실험을 계속할 수 있을까.
●지능지수로 대변되는 사회, 지능지수가 뭔데?
저자는 지적가치를 부여하는 ‘지능지수(IQ)’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IQ가 어떻게 생겨났고 유전은 되는 것인지, 초기 인류에서 현생 인류로 진화하면서 다른 동물에 비해 사람의 뇌가 유독 발달한 이유는 무엇인지, 인간이 원숭이, 침팬지와 어떻게 갈라진 것인지 아직까지 과학은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IQ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지위와 소득의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인생의 승패가 시험과 기술주도에 달려있는 지금, 머리가 좋지 못한 것은 힘든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때 다시 묻는다. “지능이 낮은 사람이 몸담고 있는 사회는 그들을 놀려댈 뿐만 아니라 실패자로 만드는 여러 장애물들을 그들이 나아가는 길에 일부러 놓아둔다. 이러한 처사는 누가 봐도 명백하게 부당한 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뭔가 해 보려는 사람은 과연 언제 나오게 될까?”
과학기술의 빠른 발전 속에서 아직 찾지 못한 해답은 너무 많다. 한 가지의 비밀이 풀리면 수십 가지의 또 다른 비밀이 조용히 머리를 내민다.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과학의 임무이고 과학은 이를 해낼 것이라 믿는다.
●인간들이여, 과학에 자만하지 말고 잠시 멈추기를…

저자는 ‘인간은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며 과학 뒤에 숨어있는 불편한 진실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잠시 숨고르기를 주문한다. 과학자들에게는 실험실을 나와 자신이 하는 연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되묻게 하고, 과학기자에게는 출입처의 기자실에서 뛰쳐나와 기사로 쓰려는 ‘연구’를 정말 알고 있는지 반성케 한다. 독자들에게는 과학기술 발전 속도를 인간의 의식이 잘 따라가고 있는 것인지 305페이지 내내 ‘불편하게’ 묻고 있다.
원호섭 기자 won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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