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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2, 2011

한강에서 투신자 2틀에 1명꼴 구조원들 고생

특수부대 출신도 당황하는 물 위의 '일당백 전사'


일터는 바지선. '한강'에 떠있다. 좁은 다리를 건너가니 바닥이 위아래로 조금씩 흔들렸다. 바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두어 시간 있으니 배멀미 증세가 나타났다.

대원들은 "우리는 하루 종일 배에 있으니까 땅을 디디면 오히려 멀미가 날 지경"이라며 웃었다.

한강 뚝섬지구, 서강대교 남단에 각각 위치한 광진소방서 수난구조대와 영등포소방서 수난구조대. 대원들은 출동 시 둔치에서 보트가 있는 강가까지 뛰어가는 30초가 아까워 아예 물 위 바지선에서 생활한다.

◇ 한강다리 투신자 이틀에 1명꼴, 수난구조대 출동은 하루 2번

광진수난구조대와 영등포수난구조대는 반포대교를 중심으로 한강 상류와 하류를 절반씩 책임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시가 김충조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지난 5년간 한강에 투신한 사람은 모두 892명. 이 중 517명이 무사히 수난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지난 해 광진과 영등포 수난구조대의 출동 건수는 투신신고와 안전사고 등을 합쳐 각 310건, 381건. 하루에 평균 2회 수난구조대의 구명보트가 한강을 가로지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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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소방서 수난구조대


◇ 특수부대 출신도 '당황 …일당백 멀티플레이어

현재 광진수난구조대는 22명의 대원이 3교대로, 영등포수난구조대는 17명이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구조대원들은 대부분 특전사, UDT(수중파괴대), SSU(해군 해난구조대) 출신이다. 스쿠버다이빙, 수상인명구조 자격증 등 검증된 수영실력은 기본이다.

하지만 수영이라면 내로라하는 이들도 수난구조대에 들어오면 처음부터 다시 훈련을 받아야 한다. 자신만만하게 들어왔다 당황하는 경우도 적잖다.

신입 구조대원의 훈련기간은 평균 6개월에서 1년. 물가에서 입수하는 것부터 교각을 타고 내려가는 것, 잠수하는 것 등을 충분히 훈련한 뒤에야 베테랑 대원들을 따라 인명구조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구조대원들은 보통 2명씩 짝을 지어 출동하며 청사에는 항상 1~2명이 대기한다. 또 다른 구조요청에 대비해서다. 그러다보니 인력은 늘 부족하다. 휴가나 외부교육 등으로 빠지는 인원을 계산하면 하루 근무조인 7명이 모두 근무하는 경우도 별로 없다.

원래는 인명구조에 투입되지 않는 보트 조종사가 따로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조종사와 구조대원의 구분을 두지 않고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혼자 보트를 몰고 나가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구조대원들은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 항해사 자격증 등을 따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면 일당백 '멀티플레이어'가 돼야한다.

◇ '공포의' 검은 한강물…손 끝으로 더듬어 겨우 구조

황재국 광진수난구조대 부대장은 "물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데 가장 필요한 자질은 바로 '담력'"이라고 말했다.

한강물은 시계가 30cm도 채 되지 않는다. 코앞에 내민 자기 손도 보기 어렵다. 수많은 부유물질과 미세먼지 때문이다. 2명이 1팀을 이뤄 움직이지만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물속에서 느끼는 공포심을 이겨내는 것은 혼자의 몫이다.

특히 다리 밑은 떨어져 나온 콘크리트 조각, 철골더미, 낚싯줄 등이 뒤엉켜 자칫하면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된다. 방향을 잘못 잡아 교각에 머리를 박거나 수경이 깨지면 아무리 훈련된 대원들이라도 당황하기 십상이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대원들은 손으로 더듬어가며 '물컹'하는 촉감만으로 구조자를 찾는다. 구조자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다 해도 보이지 않으니 수색은 더딜 수밖에 없다.

겨울에는 강풍으로 너울이 크게 쳐 더 위험하다. 지난 해 12월에는 거센 물살과 바람 탓에 출동 중이던 보트가 전복돼 광진 수난구조대원 2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 가장 힘든 점은 눈앞의 시신…그리고 유가족

생명을 살리는 보람만큼이나 자신들이 구조에 실패했던 이들의 시신을 발견할 때 느끼는 절망도 크다. 늘 유가족을 지켜봐야 하는 마음도 편할 리 없다.

다리에서 뛰어내린 경우 사람은 순간적으로 깊이 잠겼다가 떠오른다. 그리고 옷이 완전히 젖어 무거워지면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수면에 떠있는 '순간'을 놓치면 구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이 의식을 잃고 물속에 가라앉은 뒤 5~6분만 지나도 생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진다. 보통 구조대는 신고가 접수된 지 5분 안에 현장에 도착해 1~2시간을 수색한다. 이 안에 찾지 못하면 시신이 떠오르기만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 가장 마음을 졸이는 건 유가족이다. 혹시 시신이 발견됐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구조대에 전화를 건다. '여기서 빠진 것이 확실한 데 왜 더 수색하지 않느냐'고 원망하는 이들도 많다.

가라앉은 시신은 부패되고 가스가 차서야 수면 위로 떠오른다. 여름의 경우 3일에서 1주일 사이. 수온이 낮은 겨울에는 20~30일이 지나도 떠오르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한다. 발견되는 곳도 사고지점에서 한참 떨어진 하류가 다반사다.

한 구조대원은 "(시신이) 벌써 물살에 휩쓸려 내려갔을 거라는 직감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래도 옆에서 발 동동 구르고 있는 가족들에게 어떻게 단언하나. 혹시나 하고 주변을 다시 수색할 수밖에 없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 불경기에 올 여름 투신자 늘어…"겨울이 더 걱정"

유례없는 폭우가 퍼부었던 이번 여름, 한강에는 시신이 늘었다. 가라앉아 찾지 못했던 오래된 변사체도 있지만 투신자도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늘어난 편이라고 했다.

구조대는 벌써부터 겨울을 대비해 월동준비에 한참이다. 경기가 더 나빠지면 투신자살자들이 늘어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을 잘 나야죠. 자영업자들이 어렵다고 하는데 걱정이 됩니다"고 입을 연 한 구조대원은 "오죽하면 투신을 결심하겠나. 어떤 마음으로 다리에 올라서는지를 생각하면 안타깝다. 삶의 희망을 잃은 사람들을 사회가 끌어안아줘야 할 텐데"라며 토로했다.


http://enews.mt.co.kr/2011/09/20110930133944148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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