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이 인간에게 유용한 약으로 도입된 것이 지난 1999년으로 1세기를 맞은 바 있다. 의학계에서는 항생제의 개발이래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약으로 아스피린을 거명하는데 아무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 혹시 아스피린의 효능을 과소 평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아스피린이 공기나 물같이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물질이 되어 있음을 드러내는 좋은 증거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커다란 부작용 없이 인간을 괴롭히는 두통이나 각종 염증들을 해결해 줌으로 인간의 삶 속에 소리 없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아스피린의 잘 알려진 기능은 두통을 포함하는 각종의 동통을 없애 줄 뿐 아니라 염증을 가라 앉히고 더욱 유명한 것은 열을 내려 주는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 중에서 이 약을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말할 정도로 보편화된 약이다. 전 세계의 시장 규모를 보아도 140억불(우리 돈으로 약 20조원)에 이르는 어마 어마한 규모로 많은 제약회사들이 앞다투어 시장 점유를 위해서 노력하게 하는 약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애용되는 약도 결정적인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때로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젠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로 아스피린은 위궤양을 유발하거나 콩팥의 기능을 나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제약회사들이 앞에 열거한 부작용이 없는 아스피린 제재를 만들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여 왔고 현재는 여러 종류의 부작용이 없는 아스피린 제재가 개발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아스피린과 관련된 고전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이 경이의 알약을 정기적으로 복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매일 어린이 아스피린을 한 알을 복용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아스피린이 갖는 항응고 기능 때문에 혈전 (피떡)이 생겨 혈관이 막힘으로 갑자기 죽거나 중풍에 빠지는 일을 막아 줄 수 있다는 많은 의사들의 연구결과 때문인 것이다. 점차 아스피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터에 근자에 들어 더욱 놀라운 잠재적 효능들이 보고되고 있어 미래한국신문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기를 원한다.
건강에 관련된 최신 지견에 항상 귀기울이고 있는 필자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아스피린이 항암효과나 항치매효과를 갖는다는 놀라는 보고가 정통 학술잡지에 속속 보고 있다. 이에 필자는 아스피린의 작용기전을 잠시 살펴보고 최근에 보고되고 있는 아스피린의 새로운 효능들에 대한 신뢰도 여부를 살펴보고자 한다. 아스피린은 인체 내에서 염증작용이나 동통, 발열작용을 촉진하는 효소인 cyclooxygenase-2 (COX-2)의 기능을 차단함으로써 진통, 해열 및 소염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전적 아스피린은 COX-1 이라는 효소의 기능까지도 차단함으로 위궤양을 유발하거나 콩팥에 손상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새로 개발되어온 부작용이 없는 아스피린 제재들은 선택적으로 COX-2 효소의 기능만을 차단하기 때문에 위궤양이나 콩팥의 손상이 오지 않는다. 이제까지는 COX-2 효소의 기능을 차단하면 진통, 소염 및 해열작용만 있는 것으로 알았으나 새로운 사실들이 보고되고 있다. 첫 번 째 단서는 주기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대장암 환자나 치매환자에서 암의 경우 사망하는 비율이 복용하지 않은 그룹보다 45%가량 감소하였고 치매의 경우 발병 비율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을 보인 역학 조사에서 비롯되었다. 1996년 생화학자인 듀보이는 COX-2 효소에 대한 유전인자를 갖는 세포가 잘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 COX-2 효소유전자가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데 관여할 수 있음을 보고하였고 나아가서 유타대학의 프레스코트박사는 COX-2 효소가 유해산소를 발생시켜서 암을 유발하게 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이와 똑같은 기전 (유해산소 발생)으로 COX-2 효소는 신경세포를 죽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장기간의 아스피린 복용이 치매 치료나 예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들이 여러 신경과학자들에 의해서 보고되었다.
현재 많은 학자들과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이러한 놀라운 사실에 대해 사람을 이용한 실험에서 확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게다가 실험을 시행하고 있는 그들의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다. 만일 이러한 사실들이 잘 고안된 실험을 통해서 사람에게도 유효하다는 결과가 명백해진다면 새로운 차원의 아스피린은 1세기 전에 고전적 아스피린이 불러왔던 파장보다도 더 큰 파장으로 인류에게 다가올 것이다.
◎ 2002. 09.29/ 이왕재(서울의대 교수)
http://doctorvitamin-c.co.kr/health07.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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