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은 암, 심장병, 뇌중풍, 당뇨병, 치매 등 온갖 병의 뿌리?
최근 의학계에서 염증이 어떻게 온갖 병을 일으키는지, 소염진통제로 염증을 누그러뜨리면 이들 질환이 예방되는지 등에 대해 연구하는 ‘염증의학’이 각광받고 있다. 염증은 이물질이 인체에 침입했을 때 면역계의 첫 반응으로 인체의 생존에 필수적 과정이다.
세균이 상처를 통해 침입하면 인체는 ‘전투원’인 백혈구를 대거 투여하기 위해 상처 부위의 혈관을 넓힌다. 또 상처 부위에 혈액의 산소와 영양소 등을 공급, 잘 아물도록 한다.
이 과정이 바로 염증 반응이며 이런 작용 때문에 겉으로 봐서 피부가 붓고 발갛게 변하는 것. 또 혈관을 확장시키는 히스타민이라는 물질 때문에 가려워진다.
이런 염증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오발탄이 생겨서 ‘아군’을 공격하거나 적이 섬멸됐는데도 대포를 계속 쏘거나 지나치게 전투가 오래되면 각종 질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온갖 질환의 근원=의학자들은 수십년 전부터 염증 시스템이 고장나 백혈구가 미쳐 날뛰어 정상 관절을 공격하면 류머티스관절염, 신경을 공격하면 다발경화증, 소화기를 공격하면 크론병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90년대 위궤양이 스트레스나 자극적 음식뿐 아니라 박테리아로 인한 염증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학자들은 염증의 다른 해악에 대해서도 주목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현재 소염진통제가 각종 암과 심장병, 뇌중풍, 치매 등을 예방하는지 확인하는 임상시험들이 한창이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심장병은 나쁜 콜레스테롤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혈관벽의 감염물질이 염증을 일으키는 탓에 생기고, 암은 담배 등의 발암물질과 DNA를 손상시키는 유해 산소, 바이러스, 세균 등이 염증을 일으키면 발병한다는 것.
의학자들은 또 일반적으로 비만 때문에 당뇨병이 생기는데 지방세포에서 나오는 일부 화학물질이 일반 염증반응 때의 화학물질과 같다는 점을 들어 당뇨병도 염증 반응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새로운 해석=염증의학은 심장병이나 뇌중풍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내놓았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이들 질환은 혈관벽에 혈액의 콜레스테롤이 쌓여서 피떡이 생기고 이 때문에 혈액이 흐르지 못해 생긴다.
그런데 염증의학에서는 여기에 더해 면역계가 동맥의 이물질을 잡아먹고 여드름 비슷한 물질을 만드는데 이것이 혈관을 막는다고 설명한다.
이런 점들에 착안해서 소염진통제가 심장병, 뇌중풍 등의 예방약으로 애용되기 시작했다.
소염진통제인 아스피린은 염증 과정에서 나오는 화학 신호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을 중화시켜 염증 반응의 진행을 막는다. 수많은 연구에서 아스피린 등 소염진통제를 복용한 사람은 혈관 내의 염증이 줄어들어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현재 아스피린은 뇌중풍이나 심장발작이 생긴 사람의 재발 방지를 위해 쓰이고 있지만 발작이 오지 않은 사람에 대한 예방 효과는 논란 중이다. 미국에서는 ‘주피터 실험’이라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데 이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 중년 남성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소염제가 심장병을 줄이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암과 치매도 촉발=염증은 암과도 관련이 있다는 증거 역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염증이 특징인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대장암 발병률이 높다.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리자 쿠센스 박사는 “염증 반응 때에는 세포가 폭발적으로 증식하고 화학물질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데 이 과정은 암의 진행 과정과 너무나 비슷하다”고 말했다.
염증은 또 정상 세포를 죽이고 유전자를 손상시키는 유해 산소를 만드는데 유해 산소는 암의 원인이다.
현재까지의 수많은 연구에서 소염진통제는 대장암의 위험을 줄이고 많은 암의 직전 단계에서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소염진통제인 아스피린은 폴립이라고 불리는 전암(前癌) 단계의 세포들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규명됐으며 현재 유방암, 방광암, 식도암, 피부암, 전립샘암, 폐암 등의 예방 효과에 대한 수십 가지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일부 신경학자들은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50, 60대에 적절히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60, 70대에 행복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미국알츠하이머병협회 빌 티스 부회장은 “노인들이 임상시험에 참가할 방법에 대해 문의하고 있으며 이 분야는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울산대 의대 면역내과 조유숙 교수)
이성주 동아일보 기자
http://news.dongascience.com/PHP/NewsView.php?kisaid=20030310200000000001&classcode=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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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3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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