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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February 17, 2012

부르고뉴 와인 생산자

보르도의 와인이 지성에 호소하는 와인이라면, 부르고뉴의 와인은 감성적인 기지가 번뜩이며 아리아의 선율처럼 감동을 주는 와인이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로알드 달(Roald Dahl)은, 현존하는 부르고뉴 최고의 와인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로마네 꽁띠(Romanee Conti)를 마실 때면 마치 내 입과 코에서 동시에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 같다.”

프랑스 동부 중앙의 작은 와인산지 부르고뉴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으며 값이 비싸고 훌륭한 와인을 생산한다. 특히 부르고뉴의 전설적인 와인 대부분은 코트 도르(Cote d’Or, ‘황금의 언덕’) 지역에서 나오며, 최고급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샤르도네와 최고급 레드 와인을 만드는 피노 누아가 주요 품종이다. 코트 도르만 해도 수백 명의 와인생산자가 있는데, 여기서는 도멘 드 라 로마네꽁띠를 포함한 네 개의 위대한 도멘(Domaine)들에 대해 알아본다.

부 르고뉴에서 사용하는 도멘(Domaine)이라는 용어는 보르도의 샤토(Chateau)와 다르다. 보르도의 ‘샤토’는 건물이나 주택을 둘러싼 포도밭으로 구성된 단독 양조장을 일컫는데 건물이 아주 으리으리한 경우가 많다. 부르고뉴에서 도멘은 포도밭 구획들의 집합이다. 아주 작은 경우가 많으며 한 사람이나 단체가 소유한다. 대개 이들 구획은 여러 마을과 산지 전역에 흩어져 있으며 도멘은 구획마다 와인을 따로 만든다. 일반적으로 부르고뉴의 도멘은 여러 가지 와인을 소량 생산한다.
<출처: 부르고뉴와인협회(BIVB)>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Domaine de la Romanee-Conti)

부르고뉴뿐 아니라 어쩌면 프랑스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양조장은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약자로 DRC)일 것이다. 1942년에 설립된 DRC는 총 일곱 개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는데, 모든 포도원이 그랑 크뤼 등급이며 수세기 동안 뛰어나다고 인정받은 곳들이다. 이들 구획은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르 몽라셰 포도밭과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로마네 꽁띠와 라 타슈(둘 다 DRC가 독점 소유하는 모노폴(Monopole)), 리슈부르, 로마네 생 비방, 에세조, 그랑 에세조 이렇게 여섯 개 포도밭이 있다. 이 일곱 개 포도밭의 면적은 62에이커를 좀 넘는다.

12 세기 생 비방 수도원의 수도사들도 그 위대한 가치를 알아보고 피노 누아를 중점 재배하였다는 로마네 꽁띠 포도밭(좌)에서는, 마치 ‘비단과 벨벳이 결합한’ 것 같은 빼어난 와인이 생산된다(‘전설의 100대 와인’, 2008). 특히 루이 15세가 이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을 매우 아꼈는데, 이 포도원에 야심을 품고 달려든 마담 드 퐁파두르를 제치고 로티 공이 결국 이 포도밭을 손에 넣게 되면서 지금의 이름이 생겼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 도멘은 오랜 기간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사용해왔으며, 옛날부터 재배해왔던 품종을 지금까지 고수해오고 있다. 와인양조 시 포도를 줄기째 5~6일간 서늘한 곳에서 침용(Maceration)시킨 후 발효한다. 최소한 18개월 이상 100% 새 오크통에서 숙성하는데, 이는 ‘새 오크통이 가장 위생적’이라는 와인생산자의 신념 때문이다. 와인은 여과를 거치지 않고 병입한다.

이 들 포도밭에서 나오는 수확량은 극히 적기 때문에(1헥타르당 약 3천 리터) 와인생산량 또한 1년에 약 6천 병밖에 되지 않으며(보르도의 샤토 라피트 로칠드가 생산하는 와인의 약 100분의 1 수준) 가격은 거의 천문학적인 숫자다. 해마다 변함없이 DRC 와인은 부르고뉴에서 가격이 가장 비싼데, 1988년산 로마네 꽁띠는 한 병에 1,100달러를 호가하기도 했다.


도멘 트라페(Domaine Trapet)
1919년에 설립된, 부르고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명가 중 하나인 도멘 트라페. ‘나폴레옹이 가장 좋아했던 와인’, ‘부르고뉴 와인의 왕’ 등으로 불리며 주목 받던 ‘샹베르탱’ 와인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이 트라페 가문의 영향이 크다(‘전설의 100대 와인’, 2008).

1990 년에 로시뇰 트라페(Rossignol- Trapet)와 장-루이 트라페(Jean-Louis Trapet)로 분리된 이후, 도멘 트라페는 장-루이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장-루이는 1980년대에 들어서 예전만큼의 명성을 누리지 못하던 도멘에 최신 포도재배 및 양조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옛날의 명성을 되찾게 한 장본인이다. 지금 그는 쥬브레 샹베르탱에서 ‘향의 마술사’로 명성 높은 아르망 후소(Armand Rousseau)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명망 높다.


도 멘 트라페는 그랑 크뤼, 프리미에 크뤼를 포함하여 총 13헥타르의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으며, 모든 밭을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철저한 자연주의 신봉자로 정평이 나 있는 장-루이는 비간섭주의자(Non-Interventionist)이기도 하다. 즉 와인을 양조할 때 양조자는 간섭을 최소화하며, 와인 스스로 그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보조한다. 수확한 포도는 줄기를 제거하고 저온 침용을 거치며, 발효 시 온도가 32도를 넘지 않게 주의한다. 와인은 15~18개월 정도로 때때로 새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며, 정제나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병입한다.

도 멘 트라페의 와인은 대부분 쥬브레 샹베르탱 마을에서 생산된다. 쥬브레 샹베르탱 와인의 특징은 매우 남성적이고 파워풀하며, 코트 도르에서 가장 강건한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유독 트라페의 와인은 강건함과 동시에 우아함과 세련미 그리고 섬세함까지 갖추고 있다. 장-루이는 2002년, 아내의 할아버지로부터 알자스 지역에 위치한 총 6헥타르 규모의 포도밭을 물려받아, 역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활용하여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도멘 로베르 그로피에(Domaine Robert Groffier)
부 르고뉴의 684개 프리미에 크뤼 중 때때로 그랑 크뤼보다 더 높은 값에 거래되는 와인들이 있는데, 샹볼 뮈지니 마을에서 생산되는 ‘레 자무레즈(Les Amoureuses,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뜻)’가 대표적이다. 레 자무레즈는 샹볼 뮈지니의 24개 프리미에 크뤼 중 으뜸일 뿐만 아니라, 부르고뉴 프리미에 크뤼 중에서도 최고에 속한다.  특히 도멘 로베르 그로피에가 생산하는 레 자무레즈 와인이 유명한데, 이 도멘은 레 자무레즈 포도밭의 가장 넓은 면적을 소유하고 있다(1헥타르 이상).

도 멘 로베르 그로피에는 코트 도르 최고의 와인생산자 중 하나다. 1965년에 설립된 이 도멘은 모레 생 드니 마을에 위치해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지역에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다. 이 도멘이 생산하는 와인들은 레 자무레즈, 오뜨 두아, 레 셍티에(세 가지 모두 샹볼 뮈지니 마을의 프리미에 크뤼), 샹베르탱 클로 드 베제 그랑 크뤼와 본 마르 그랑 크뤼, 그리고 쥬브레 샹베르탱 와인이 있다. 매년 상승하는 와인 가격에서 그 명성과 유명세를 엿볼 수 있으나, 여전히 품질대비 좋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도멘 로베르 그로피에 양조장과 레 자무레즈 와인(왼쪽).


현 재 이 도멘은 로베르 그로피에의 아들인 세르쥬 그로피에가 운영하고 있다. 그 또한 여느 최고의 와인생산자들과 마찬가지로 포도밭에서의 작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최고의 와인은 최고의 포도로부터 나온다”는 신념으로 와인을 만든다. 이 때문인지 도멘 로베르 그로피에의 와인은 한마디로 피노 누아가 가지고 있는 최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강건함과 뛰어난 구조감, 짙은 색과 타닌, 거기에 피노 누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순수함을 갖추고 있다.

그 로피에식 양조방법은 빈티지에 따라 유동적인데, 어떤 해에는 줄기와 함께 저온 발효 하지만, 어떤 해에는 줄기를 제거하기도 한다. 저온 침용 과정을 4~5일 거친 후 30~32도 사이에서 발효시킴으로써, 피노 누아가 지닌 색과 풍미를 최대한 추출한다. 오크통의 사용은 지나치지 않게 하여, 오크의 풍미가 도드라지지 않고 은은하게 표현되도록 주의한다.


도멘 르플레브(Domaine Leflaive)
코 트 드 본(Cote de Beaune, 코트 도르는 코트 드 뉘와 코트 드 본으로 나뉜다)에서 생산되는 5대 그랑 크뤼 화이트 와인으로, 몽라셰, 슈발리에 몽라셰, 바타르 몽라셰, 크리오 바타르 몽라셰, 그리고 비양브뉘 바타르 몽라셰가 있다(‘전설의 100대 와인’, 2008). 이들은 코트 드 뉘의 로마네 꽁띠에 대적할 만큼 힘과 구조를 갖춘 화이트 와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다섯 가지 와인을 모두 생산하는 유명 도멘이 바로 도멘 르플레브다.

1920년 조셉 르플레브가 설립한 오래된 이 도멘은, 몽라셰의 네 개의 포도원(바타르 몽라셰, 슈발리에 몽라셰, 퓔리니 몽라셰 레 콩베트, 퓔리니 몽라셰 레 퓌셀)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포도밭은 1990년에 유기농 및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도입한 이후 1998년부터 완전히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농약, 인공 비료 및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밭갈이와 퇴비 사용을 통해 토양의 통기성을 개선하였다.

와인을 발효할 때 야생효모를 사용하며 스테인리스스틸탱크를 이용하여 16~18도에서 발효를 진행한다. 이후 작은 오크통에서 16~18개월간 숙성시키는데(25~33% 새 오크통) 이 때 새 오크통의 사용이 과도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와인은 대부분 유산발효를 거친다. 도멘 르플레브의 와인은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의 전형을 보여주는 강철 같은 미네랄과 함께 경이로운 질감, 강렬한 풍미 및 엄청난 숙성력을 보여준다.

도멘 르플레브의 설립자, 조셉 르플레브(왼쪽). <출처: leflaive.fr>


참고문헌
로버트 파커의 The Greatest Wine  
세 계적인 권위를 지닌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지난 30여 년간 [와인 애드버케이트(The Wine Advocate)]의 발행인이자 저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프랑스 최고 권위의 대통령 훈장 두 개를 포함하여 수많은 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 ‘로버트 파커의 The Greatest Wine’은 그의 오랜 경험과 판단을 통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156개의 와인생산자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시음노트와 함께 싣고 있다.



글/사진 정보경/에디터/와인오케이닷컴 
와인오케이닷컴(http://www.wineok.com/) 은 약 2만 6천여 개의 국내 최다 와인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와인 포탈 사이트로, 와인 관련 상식, 뉴스, 할인행사, 시음회 소식 등 다양한 읽을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폰 및 안드로이드 WineOK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여 다양한 경로를 통해 와인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와인오케이닷컴은 현재 미투데이 공식 미투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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