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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February 17, 2012

중국산 젓가락 어항에 집어넣자 물고기들이 다 죽는다.

수저류는 제조일자 표시 면제… 소비자, 문제 제품 알 길 없어
발암물질 등 검출 알려 줄 경보 시스템도 못 갖춰, 언론 통해 즉각 알리지도 않아

박진영 사회정책부 기자
2006년의 일이다. TV 소비자 프로그램에서 중국산 나무젓가락을 어항에 넣자 12시간도 채 되지 않아 물고기들이 배를 허옇게 드러내며 죽어가는 장면이 나왔다. 젓가락에 사용한 표백제와 농약(곰팡이 방지용)이 제대로 처리가 안 된 채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음식점 등에서 중국산 나무젓가락을 써온 국민은 어항 속 물고기를 보고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이후 정부는 2008년 관련 법을 고쳤다. 국내에 수입되는 모든 식품 및 식기류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최초 수입분에 한해 지방식약청에서 정밀 검사를 거친 후 들여오게 했다. 최초 정밀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은 이후 동일 제조사와 수입사에 대해선 서류 검사로만 통관이 가능케 했다. 그러면서 유통 중인 제품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검사를 진행하기로 한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조치는 허점투성이였다. 정부는 지난 10일 중국산 합성수지제 젓가락<사진>에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기준치의 3배 넘게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암물질 젓가락 1만벌은 이미 시중에서 팔려 소비자들 손에 쥐어진 뒤였다. 6년 전 중국산 나무젓가락 사건을 겪은 정부가 문제의 중국산 합성수지제 젓가락을 걸러내지 못하고 가정으로 흘러들어 가게 만든 것이다.

현재 수저류는 제조일자 표시 기준 면제 제품에 속한다. 시중에서 팔리는 제품이 '보완된 제품'인지 '미처 회수되지 않은 문제의 제품'인지 소비자로서는 알 길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발암 가능 물질인 아크릴로니트릴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제품으로 발표된 중국산 마늘분쇄기는 동일 수입사의 동일 제품이 여전히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 역시 제조일자가 표시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부적합 통보를 받고 문제점을 고쳐 새로 수입한 제품일 수 있다"고만 밝혔다. 문제의 중국산 제품이 언제 만들어진 건지 알 수 없는 소비자들에게 '그 중엔 안전한 제품도 있으니 그냥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란 뜻인가.

우리나라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생기면 시급히 알리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미아가 생길 경우 행정기관이나 국도 등에 설치하는 국가 행정 홍보용 전광판에서 알리는 것처럼 위험한 식품이나 주방용품이 발견돼도 각종 방법을 통해 이를 즉각 국민에게 전하게 돼 있다. 하지만 식약청은 이번 중국산 젓가락과 관련해 효과가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작동하지 않았다.

식 약청 관계자는 "불량 식품이나 식기류 문제가 생기면 전 국민에게 알리는 경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전광판을 이용하기 위한) 부처 간 경쟁이 치열해 식약청이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다른 정부 부처에 밀려 전광판을 이용할 기회를 놓쳤다는 얘기다. 전광판을 사용하지 못했다면 언론이나 광고를 통해 즉각 국민에게 알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식약청은 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2/13/20120213001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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