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박물관(관장 이남석)은 최근 백제 옛 도읍터인 충남 공주 공산성(사 적 12호) 안 성안마을 유적을 정비하기 위해 발굴조사를 벌인 결과 저수시설 터에서 ‘貞觀十九年(정관 19년:645년)’이란 한자명 연대가 적힌 가죽찰갑옷 1령을 발굴했다고 12일 밝혔다. 찰갑옷은 비늘 모양의 가죽이나 금속 조각들을 꿰어 만든 갑옷을 말한다.
이 갑옷은 저수시설 바닥에 가까운 곳에서 옻칠된 여러 찰갑 조각들로 흩어진 채 화살촉 등과 함께 출토됐다. 일부 갑옷 조각들에는 ‘○○行貞觀十九年四月二十一日(○○행정관십구년사월이십일일)’, ‘王武監(왕무감), ’大口典(대구전)‘, ’○○緖(서)‘, ’李○銀○‘ 등의 붉은색 글씨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이들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연대를 나타내는 ‘○○行貞觀十九年四月二十一日‘이라는 글자다. 정관은 당나라 태종의 연호로 정관 19년은 백제의 마지막 임금 의자왕의 재위 5년째인 645년에 해당한다. 삼국시대 갑옷의 제작과 사용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명문 유물이 처음 나왔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박물관쪽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가죽 갑옷 가운데 가장 오래된 유물이며, 전체 형태를 복원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도 좋은 편”이라며 “함께 나온 화살촉과 더불어 백제 멸망기 정황을 파악할 수 있어 한국 고대사 인식에 중요한 지표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학계 일부에서는 이번에 출토된 백제 갑옷의 찰갑 조각에 옻칠을 입혔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국사기>에서 백제 무왕 27년인 626년 당나라에 바쳤다고 전하는, 백제 특산의 고급 도색재료 황칠을 입힌‘명광개’갑옷 실물이 아니냐는 추정도 제기된다.
명광개는 원래 중국 남북조시대에 나타나 수·당나라 때 유행한 갑옷 형식이다. 옛 문헌 기록 등으로 추정하면, 명광개는 금속제 갑옷이며, 가슴팍 양쪽에 덧댄 원형 방호판에 밝게 빛이 반사돼 이런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 통설이다. 중국 북송대 문헌인 <책부원구>를 보면, 출토된 백제 갑옷 조각 명문에 쓰여진 연대인 정관 19년에 당 태종이 백제에서 금칠(金漆:황칠로 추정)을 들여와 산문갑(山文甲)이란 갑옷에 칠했다는 기록도 전하고 있다.
그러나 명광개는 현재 온전한 실물로 전하는 것이 전무하며, 그 재료나 실제 모양새에 대한 개념도 한·중·일 학계에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따라서 출토된 백제 갑옷이 명광개인지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공주대박물관 제공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42&articleid=2011101220370414523&newssetid=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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