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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November 23, 2011

특허를 무기로 만드는 힘, 언어


[책] 특허를 무기로 만드는 힘, 언어
 
 
꾸며낸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한 제과업체에서 아이스크림을 새로 출시했다. 상표등록을 하고, 아이스크림에 들어간 재료에 대해 특허도 받아뒀다. 아이스크림은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곧 경쟁 제과업체에서 똑같은 맛의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이름마저 비슷하게 붙이고, 포장 디자인도 비슷하게 꾸몄다.
경쟁업체가 만든 ‘카피캣’ 아이스크림이 오히려 ‘원조’ 제품보다 더 잘 팔리게 됐다. 원조 제품을 만든 제과 업체는 부랴부랴 아이스크림 특허권을 이용해 경쟁 업체를 법정으로 끌어들였다. 결과는 ‘원조’ 제과업체의 패배로 끝났다. 뭐가 문제였을까.
‘특허전쟁’의 저자 정우성·윤락근 변리사는 “특허에 언어의 옷을 입히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할지도 모르겠다. 특허에 언어의 옷을 입힌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기업을 흥하게 만드는 성공적인 특허경영 전략’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이제 특허는 기술보유 가치뿐만 아니라 업체의 중요한 비즈니스 도구가 됐다. 기술 중심주의를 벗어나 특허를 비즈니스 측면에서 바라볼 때, 특허를 이용한 비즈니스의 문이 열린다.
특허, 기술에서 비즈니스로

오랜 시간 동안 우리나라 기업은 특허를 기술 관점에서 바라봐 왔다. ‘기술이 있어야지’라는 이 한 마디는 가진 것 없어 배고프던 시절부터 전해 내려온 불변의 가치와 다름없었다. 특허를 비즈니스 분야에서 이용한다는 더 넓은 생각은 기술중심주의에 갇혀 길을 잃었다. 기술은 국내 업체가 나아가야 할 단 하나의 방향이었던 셈이다. 이 같은 인식은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기술중심에서 문화와 콘텐츠로 발전하는 세계시장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안타깝게도, 게임의 룰이 바뀌면 구조도 변한다. 기술보유라는 특허의 1차 가치를 무시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특허전쟁’은 “이제 그 다음을 볼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되묻는다. 기술을 제품개발에 이용하듯, 특허를 비즈니스에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특허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특허 침해 소송에서 큰 무기가 되기도 하고, 경쟁사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기업의 차별성과 우수성을 부각한다는 점과 주주의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장점은 보너스다.
이 같은 간접적 효과 외에도 특허를 직접 비즈니스에 이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에 대해 어떤 부분에서 특허를 취득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나 가까운 앞날에 강력하게 이용할 수 있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꾸미는 식이다. 경쟁업체의 특허 동향을 꼼꼼히 살피는 일도 특허를 이용한 중요한 비즈니스 전략 중 하나다.
특허를 조금 더 적극적인 비즈니스 분야에 이용하고 있는 사례를 찾아보자. 운이 좋았다. 2011년 4월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이 좋은 본보기다. 지난 4월, 애플이 삼성전자를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고소하며 발발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제품을 시장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싶었을까. 애플이 삼성전자를 특허 침해로 고소한 이유는 좀 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애플은 삼성전자 제품에 ‘카피캣’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애플 모바일 기기와 경쟁구도에 있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 업체 중 가장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는 삼성전자를 주춤하게 하려는 속셈 말이다
저자인 정우성 변리사는 책 속에서 “애플은 삼성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싸우는 것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 비해 특허 수가 부족한 애플이 삼성전자에 주도권을 뺏기기 전, 소송과 협상을 통해 유리한 지점을 점령하겠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농구경기 도중 상대편에게 흐름을 뺏겼다고 느낄 때 느닷없이 부르는 작전타임과 같다. 흐름을 끊고 숨을 고르자는 전략이다. 물론 애플이 이용한 ‘작전타임’은 특허소송이다.
아이디어에 말의 ‘옷’을 입혀라
다시 제과업체의 아이스크림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꾸며낸 이야기지만, 특허를 이용한 비즈니스 전략을 이해하지 못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특허에 언어라는 ‘옷’을 입히는 과정은 그래서 중요하다.
‘특허전쟁’은 아이디어를 말로 표현해 특허를 꾸미는 작업을 소상히 소개하고 있다. 아이디어나 기술을 설명하는 방식부터 변리사와 함께 일하는 과정, 특허를 취득하기 위한 서류를 제출하고 경쟁사가 먼저 취득한 관련 특허를 피하는 행정적인 부분까지 꼼꼼하게 살핀다.
원조 아이스크림을 만든 제과업체가 특허소송에서 패배한 이유는 이 과정에 공을 들이지 않은 까닭이다. 재료의 배합을 잘 설명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포장지 디자인 특허에 허점이 있었을 수도 있다. 경쟁사는 이 업체의 허술한 특허관리를 노리고 결국 비즈니스에 성공할 수 있었다. “특허 자체는 실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라는 저자의 말을 원조 아이스크림을 만든 제과업체 사장도 알고 있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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