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30) '냉정과 열정 사이', '뉴문', '레터스 투 줄리엣'. 이 세 영화에는 선남 선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 말고도 다른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세 영화 모두 이탈리아 중부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 도시와는 다른 고풍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어 영화 촬영지로도 여러 번 소개된 바 있는 이탈리아 중부의 중세 도시국가들로 여행을 떠났다. [유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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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중부도시의 매력에 빠지다 ① |
'냉정과 열정 사이', '뉴문', '레터스 투 줄리엣'. 이 세 영화에는 선남 선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 말고도 다른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세 영화 모두 이탈리아 중부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 도시와는 다른 고풍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어 영화 촬영지로도 여러 번 소개된 바 있는 이탈리아 중부의 중세 도시국가들로 여행을 떠났다.
글, 사진 | 임보령 이탈리아 통신원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스티에서 3시간 정도 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 여행의 첫 번째 행선지, 토스카나 주의 도시 중 하나인 피사(Pisa)에 도착했다. '피사'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곧 무너질 듯 아찔하게 세워진 '피사의 사탑'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 외에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건축물이 바로 '피사 두오모(duomo di pisa)'다. 기적의 광장에 세워진 피사 두오모는 11세기 부스켓토라는 건축가의 지휘아래 설계되었다. 이 건물은 14세기에 완성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지금부터 소개할 피사 두오모의 '이유있는 구조'를 알고 나면 이탈리아의 다른 건축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피사 대성당의 파사드(전면부)는 총 5개의 층으로, 수 십 개의 기둥들이 건물이 지탱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눈속임이다. 두오모 내부에 들어가보면 건축물의 사실적인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주 기둥은 하늘과 가까운 아치에서부터 내려오는 2개의 기둥이고, 건축물의 가장 바깥쪽 양 쪽의 기둥과 아치는 주 기둥을 지지해주는 부수적인 지지대다. 이것을 토대로 1층과 달리 2층부터의 파사드를 채우고 있는 작은 기둥들의 기능을 유추해볼 수 있다. 피사 두오모에 재활용하기 위해 그리스에서부터 공수했다는 이 기둥들은 지지대가 아니라 시각적인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 이런 재미있는 트릭을 보여주는 피사 두오모에 매료된 나는 다음 목적지인 아레초(Arezzo)로 서둘러 향했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 도착한 곳은 피사보다 더 남쪽에 자리한 토스카나 주의 도시 아레초였다. 이 곳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의 촬영지로 유명한,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마을이다. 아레초의 중심부로 향하는 길에서 산프란체스코 광장의 산프란체스코 성당을 먼저 마주했다. 이 성당은 토스카나 주 출신의 유능한 화가인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코의 프레스코화로 유명하지만, 여행의 갈 길이 멀어 건축물의 외관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산프란체스코 광장을 지나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즐비한 골목 언덕길을 걸어 오르며 아레초의 중앙 광장인 그란데 광장(Piazza grande)으로 향했다. 밤이 찾아와 길가의 가로등은 하나 둘씩 불을 밝혔고, 재미있는 볼거리들이 가득한 상점들 덕분에 언덕길을 올랐어도 힘든지도 몰랐다.
그렇게 좁은 언덕길을 지나 넓은 그란데 광장에 들어섰을 때, 마치 눈앞에 이 전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 것 같았다. 약간 경사진 바닥의 그란데 광장은 높낮이가 다른 건축물들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각각의 건축물들이 다른 시기에 다른 방법으로 설계되어 규칙성이 없는 것 같이 보이면서도 한데 어우러져 리듬감과 조화로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보는 사람들에게 '혼돈 속의 질서'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언덕길을 내려오는 길에서는 피사 대성당과 같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산타마리아 델라 피에베 성당을 발견했다. 산타마리아 델라 피에베 성당은 파사드 부분에 작은 기둥들을 세워 시각적인 답답함을 없애주고 동시에 화려함을 부여하는 효과를 주었다. 피사에서 배운 로마네스크 양식을 다른 지역의 건축물에 바로 적용해 볼 수 있어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이탈리아의 겨울은 일교차가 심해 아침공기가 유독 차지만, 동화 같은 마을 아레초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상쾌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아레초를 뒤로 한 채 키안티(Chianti) 지방으로 향했다. 와인 생산국 1위인 이탈리아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와인의 품질이 다른데, 그 중 토스카나 주의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이탈리아의 최고 와인 등급인 D.O.C.G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전세계적으로 그 품질을 인정 받고 있다. 키안티 클라시코에 있는 와이너리 중 내가 방문한 '바론 리카솔리(Barone Ricasoli)'는 토스카나주의 와이너리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산지오베제' 품종의 포도들이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자라고 있는 리카솔리 농장은 키안티 클라시코의 지역적 특성상 서늘한 산 위에 위치하고 있어 이러한 지리적 조건이 고품질의 포도를 생산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녹차 밭같이 넓게 펼쳐진 포도농장을 지나 리카솔리의 대표적 와인인 카스텔로 디 브롤리오 시음을 위해 에노테카(enoteca)로 발걸음을 옮겼다.
에노테카는 와인 빛깔의 가구와 목재 천장의 인테리어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와인 빛깔의 가구 진열대에는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역사에 대한 책과, 고급스러운 와인 잔, 리카솔리 농장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들어진 갖가지 식품과 기념품 등이 놓여 있어 이 와인 농장이 와인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탈리아 생활도 벌써 3개월째에 접어든 나는 이번 여행으로 이탈리아 문화와 역사에 점점 빠져들며 앞으로 남은 여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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