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겪지만 ‘몰아주기’ 작전으로 극복
‘박테리아(bacteria)’라 불리는 단세포 생물은 하나의 몸이 정확히 둘로 갈라져 개체수를 늘린다. 1개의 모세포가 2개의 딸세포로 갈라지고 다시 4개, 8개, 16개로 늘어나다 보면 몇시간 만에 수천 마리가 되기도 한다.
▲ 박테리아는 끝없는 세포분열로 노화를 피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몰아주기 작전'이 핵심인 것으로 밝혀졌다. ⓒUC San Diego |
그 러나 5년 후 2010년에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미세유체(microfluid)를 이용한 기기로 실험하자 박테리아가 늙지 않고 활기차게 성장을 계속했다고 하버드대 왕핑(Ping Wang) 교수 연구진이 발표한 것이다. 이로써 박테리아의 영원불멸성이 다시금 증명되는 듯했다.
그러나 생물학 국제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근호에는 ‘박테리아도 늙는다’는 내용의 논문이 게재되어 노화 논쟁이 세 번째 라운드로 넘어왔다. 차오린(Lin Chao) 미국 UC샌디에이고 생물학 교수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박테리아 노화와 회춘의 특성 연구(Temporal Dynamics of Bacterial Aging and Rejuvenation)’에는 “박테리아도 나이를 먹지만 선택적 생식으로 회춘을 한다”는 주장이 실렸다.
한쪽에만 질병 물려주는 ‘몰아주기 작전’
세포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생명체는 노화를 피할 수 없다. 지금까지 밝혀진 원인은 유전자 끝부분인 텔로미어(telomere)가 줄어들면서 노화의 방아쇠가 당겨지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단 세포 생물인 박테리아는 끝없이 세포분열을 하는 것으로 탈출구를 찾았다. 텔로미어가 짧아지기 전에 몸을 두 개로 나누어 유전자의 손상을 막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식이다. 하나의 박테리아가 ‘대칭 분열’을 통해 똑같은 두 개의 박테리아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그 러나 UC샌디에이고 생물학과 연구진에 따르면 하나의 모세포에서 분열된 두 개의 박테리아 딸세포는 동일하지 않다. 한쪽은 크고 건강하며 다른 쪽은 작고 허약하다. 대칭이 아닌 ‘비대칭 분열’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노화(aging)를 피하기 위한 작전이다.
단 세포 생물인 박테리아마저도 노화를 겪는다. 다만 그 원인이 다르다. 유전자 손상이 아니라 세포 내 단백질이 산화하는 등 비유전적 손상이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손상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하면 세포분열을 해도 후유증이 남는다.
여기서 박테리아의 특이한 행동이 나타난다. 세포 양쪽 끝에 두 개의 극이 생기면서 세포분열이 시작되는데 이때 한쪽으로 대부분의 손상이 집중된다. 멀쩡하고 젊은 딸세포 하나와 병들고 나이든 딸세포 하나로 갈라지는 등 비대칭적으로 분열하는 것이다. 이른바 ‘몰아주기’ 작전이다.
한쪽 딸세포가 손상을 겪고 노화된 부분을 물려받는 대신에 다른 딸세포는 질병이나 장애 없이 건강한 삶을 새로 시작한다. 모세포는 비대칭적인 세포분열을 통해 손상된 부분을 버리고 새 몸으로 갈아타는 셈이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회춘(rejuvenation)’이라고 불렀다.
손상을 불균등하게 나누는 것이 진화상 유리
연구를 진행한 차오 교수는 “손상을 균등하게 나눠가지는 것보다 한쪽에 몰아주는 것이 진화상 유리하다”고 분석하며 “주식 투자를 할 때와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1억원으로 주식을 구매한다고 가정해 보자. 한 사람은 1억원 전체를 한 종목에 투자해 매년 8퍼센트의 이익을 얻고, 다른 사람은 5천만원씩 분산투자해 각각 6퍼센트와 10퍼센트의 이익을 얻었다.
수치상으로는 평균 8퍼센트로 이익이 동일하지만 실제로는 분산투자가 유리하다. 1년 동안은 이익률이 비슷하겠지만 2년이 넘으면 이익 10퍼센트짜리 종목에 투자한 5천만원이 처음보다 높은 액수의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박 테리아도 분산투자의 지혜를 선택했다. 한쪽 딸세포에 손상이 집중된다면 질병과 노화로 인해 죽음을 맞겠지만, 그만큼 다른 딸세포가 건강해지므로 개체군 전체로서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대장균을 촬영한 실험 동영상에서도 두 딸세포의 크기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 박테리아의 세포분열 시간을 비교한 그래프. 오른쪽 윗부분에 검은별로 표시된 것이 손상을 물려받은 딸세포이며 세포분열 시간이 길다. 반면에 왼쪽 아래에 하얀 별로 표시된 건강한 딸세포는 세포분열 시간이 짧다. |
기 다란 소세지 모양의 대장균은 세포분열이 일어날 때 양쪽 끝에 극이 생기고 가운데 부분에 경계선이 나타나 둘로 갈라진다. 연구진은 경계선을 기준으로 멀리 극이 놓여 있는 쪽에 손상이 집중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다른쪽 극은 경계선 가까이에 놓여 있어서 세포분열 시간도 빠르며 손상을 피해 좋은 부분만을 골라 가질 수 있다.
연구진은 또한 컴퓨터 분석모델을 만들어 대칭 분열과 비대칭 분열의 효율을 비교했다. 그러자 비대칭적으로 분열을 해서 손상을 한쪽에 몰아주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차 오 교수는 “박테리아가 세포분열가 일으킬 때 한쪽 딸세포에만 비유전적 손상을 몰아주는 것은 세포 내에 특별한 운송체계가 존재한다는 의미”라며 “노화와 회춘의 원리가 밝혀졌으므로 앞으로는 세포 내 운송체계에 대해 계속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atidx=0000055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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