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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anuary 31, 2014

곤고구미는 백제 기업

한때 일본항공(JAL)은 대학생들이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제일 좋은 회사 중 하나였다. 그런 일본항공이 2010년 적자투성이로 일본 사회의 문제아가 됐다. 9500억 엔에 달하는 막대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조직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좇기에 급급해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됐다. 좋은 기업에서 문제의 기업으로 한순간에 전락한 것이다.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이유로 쉽게 포기할 수도 없었다. 당시 민주당 정권은 사회적 여파가 큰 이 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교세라의 창업자이자 명예회장인 이나모리 가즈오를 영입했다. 항공·운수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제조업과 통신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이나모리가 아니면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컨센서스가 있었다.

이나모리 회장은 현존하는 기업인들 중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이라고 칭송되고 있다. 일본의 천년 기업인 중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마쓰시타를 창업한 고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자동차를 창업한 고 혼다 소이치, 교세라와 KDDI를 창업한 이나모리를 꼽는다. 명성답게 이나모리는 적자투성이 기업을 2년도 채 되지 않아 회생시켰다. ‘사람 중시’ ‘투혼 경영’ ‘아메바 경영’이라는 이나모리식 경영의 결과다.

  
일본 혼다자동차 공장 내부. ⓒ AP연합

200년 넘는 기업 3146개사

좋은 기업과 좋은 기업인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좋은 기업(Good Company)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개념 중 하나는 오랜 세월 지속적으로 성장해오는 기업을 말한다. 장수 기업이다. 오랜 세월 이어오고 있다는 자체가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는 의미다.

도쿄 상공 리서치(2011년 말 시점)에 의하면 일본에는 100년 된 기업이 2만1666개, 200년 넘는 기업이 3146개에 이른다. 3146개는 전 세계 기업의 40% 정도이다. 세계 최장수 기업은 오사카에 있는 곤고구미(金剛組)라는 건축회사다. 578년에 백제인 금강중광(金剛重光)이라는 목수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사찰이나 신사(神社)의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전통 기술을 가지고 1434년간 끊임없이 기술 개발을 해오고 있다. 또 전통적인 건축에서 시작해 현재 일본의 대표적인 대형 건설업체로 성장한 다케나카공무점(竹中工務店)도 4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가신 다케나카 마사다카(竹中正高)가 1610년에 창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일본의 장수 기업 중에는 포목, 금박, 일본 술, 간장, 된장, 과자 등 전통적인 기술이 필요한 분야나 가공식품 산업이 많다. 미쓰이물산, 미쓰이화학 도레이 등 대기업으로 성장한 미쓰이 그룹도 1673년 포목점에서 시작했다. 불단, 병풍, 의류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금박 재료 사업을 하는 교토의 후쿠다금속박분공업주식회사도 1700년에 설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속 성장을 하는 좋은 기업들의 공통점은 확고한 기업 이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이념은 좋은 기업이 되어 지속 성장하는 원동력이다. 세콤의 이이다 마코토 씨는 기업(起業)을 하고자 할 때 제일 먼저 무슨 기업이 될까를 고민했다. 규모가 큰 기업, 수익성이 큰 기업, 세계적인 기업, 평판이 좋은 기업 등 기업 이념에 대해 고민하던 중 ‘사회에 이로운 기업이 되어야겠다’는 취지 아래 보안회사 세콤을 만들었다. 기업 이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바로 마쓰시타를 창업한 마쓰시타 고노스케다. 마쓰시타는 기업 이념을 통해 회사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를 알 수 있고 경영의 목적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갈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가 가장 중시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마음’이다. 이를 통해서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아닌지 구별이 확실해지고 현상에 사로잡히지 않고 수시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혼다자동차를 만든 혼다 소이치로는 기업 이념으로 인간 존중과 더불어 ‘창조하는 기쁨’ ‘파는 기쁨’ ‘사는 기쁨’ 세 가지를 강조했다.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은 ‘인간성’을 강조했다. 재능에 앞서 인간미가 있는 사람이 기업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대를 초월해 가장 존경받는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사람 존중 정신이다. 좋은 기업은 좋은 경영자에서 비롯되고 좋은 경영자는 사람을 중시한다.

  
지난해 2월 이나모리 교세라 명예회장이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하나금융그룹 드림소사이어티’에서 강연하고 있다. ⓒ AP연합

이나모리 회장은 인간성 강조

기업이 도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실 경영이다. 여기에는 외부 요인과 내부 요인이 있다. 외부 요인으로는 불황과 시장 환경 변화가 있다. 1920~30년대에 걸쳐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금융 공황으로 일본의 많은 기업이 도산했다. 이런 암울한 환경을 극복하고 지속 성장을 해오고 있는 회사가 있다. 미쓰이 그룹의 경우 1673년 창업 당시의 의류 사업은 지방 호족이나 무사들에게 물건을 선지급하고 연말이나 일정한 시기에 대금을 받는 방식이었으나 이를 과감히 바꿨다. 당시 상황에서 결제 조건을 갑자기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재무 구조를 건전하게 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단행했다. 서민에게도 할인 없이 물건을 팔았다. 요즘 개념으로 불경기에 대비한 재무 구조 건전성 추구였다. 예나 지금이나 기업뿐 아니라 국가에서도 재무 구조를 탄탄하게 하는 것은 지속 성장의 필요조건이라는 게 미쓰이 그룹의 철학이다. 시장 변화에 잘 대응하는 것도 지속 성장하는 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지속 성장하는 기업들은 주력 사업을 진화시키고 있다. 전통공예 기업이 하이테크 분야로 전환해서 성공한 사례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금박 분야다. 금박 사업은 교토와 이시가와 현을 중심으로 발달됐다. 과거에는 주로 불단이나 병풍 등을 장식하는 데 사용됐다. 1990년대 초반부터 얇은 금박은 PC·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회로 기판이나 반도체 회로에 많이 쓰이고 있다. 교토의 후쿠다금속박분의 경우 이러한 시장을 개척해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지속 성장하는 기업들은 전통을 지키면서도 전통을 혁신하고 있는 것이다.

몇백 년 동안 지속 성장하는 기업들에게 내려오는 교훈이 있다. 지금의 시가 현에 해당하는 오우미(近江) 지방에서 배출한 오우미 상인들이 귀감으로 삼았던 세 가지. ‘파는 사람에게 좋고, 사는 사람에게 좋고, 세상에 좋은 것’이다. 이해관계자 모두가 만족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이 망하면 종업원이나 주주는 말할 것도 없고 거래처, 고객, 지역 사회 등 많은 이해관계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일찍이 에도 시대에 기업 경영자의 책임을 중시한 에도 시대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고 할 수 있다. 오우미 상인들의 에도 시대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토추상사, 마루베니, 다카시마야, 다케다약품공업, 일본생명 등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많은 대기업의 뿌리가 되었다. 이 세 가지 정신을 소홀히 하지 않고 지켜온 기업이 좋은 기업으로서 지속 성장하고 있다.

100년, 200년, 300년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은 주주·종업원뿐만 아니라 고객, 지역 사회 등 많은 이해관계자의 사랑을 받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 기업들은 경영 이념을 중시하고 이를 관리에 항상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며, 매일 검증하고 개선하고 개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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