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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anuary 2, 2010

부산사투리 이론 강좌

고등학교 이후로 서울에 오래 머무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서울말 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예전엔 나름대로 괜찮았는데 이상하게도 요즘엔 억양을 숨겨보려 해도 잘 되지가 않는다. 그래서인지 요즘들어서 왜 사투리 배우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교재가 없을까 하는 불평아닌 불평을 하곤 하는데 마침 방학이라 시간도 남겠다 이 참에 사투리 강좌나 한번 만들어 보려 한다.


1. 자음/모음

ㅡ 와 ㅓ 가 구별되지 않고 그 중간 정도의 발음이 난다. 'ㅆ' 발음 못하는 사람도 일부 있다.
자음+이중모음+자음 처럼 4개 이상의 음소로 된 발음이 없다. 이런 경우 이중모음을 단모음으로 바꾸게 된다.

이중모음 -> 단모음 변환의 예)
경 -> 갱
관 -> 간
협 -> 햅

하 지만 사투리 단어에 저런 발음이 없다는 것 뿐이지 요즘 세대들은 역양이 경상도일지라도 단어는 표준어 단어를 쓰기 때문에 시키면 다 발음할 줄은 안다. 예를 들어, 요즘 세대들은 전부 "학교" 라고 발음하지 "핵교"라고는 하지 않는다. 대신 억양은 여전히 살아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경상도 -> 갱상도
의사 -> 어이사
멈춰라(멈추어라) -> 멈차아라
쌀 -> 살 (나이 드신 분들에 한해서)

이처럼 이중모음 사용의 큰 제약이 있지만,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음소 조합에 제약이 많은 대신 성조로 단어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성조

경 상도 방언의 가장 큰 특징은 성조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북방언은 2성(고/저), 경남방언은 3성(고/중/저)으로 구분되는데, 사실 네이티브 스피커들도 자기가 하는 말에 성조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 부산이라 이제부터 쓰는 내용은 대다수가 경남 동부 방언에 국한된 내용임을 미리 밝힌다.

경남 방언의 고/중/저 를 3/2/1이라고 한다면,
3과 2 사이에는 음정 차이가 꽤 있고, 2와 1사이에는 별로 없다. 굳이 음정으로 따지자면
3 = 파~솔~라 사이
2 = 레
1 = 도 쯤 되겠다.
하지만 2와 1을 독립적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고, 앞뒤에 오는 다른 2나 1의 성조와 비교해야 정확히 알 수 있다.
앞으로 필요한 경우 각 글자뒤에 3,2,1로 성조를 표시하겠다.

유명한 문장을 예로 들면,

예)

가3아2가2 가1가3가1 : 걔가 가씨 성을 갖고 있니?
"가가 가가가"로 알고 있으나 사실 5개 중 첫번째 가는 (그아이 -> 그아 -> 가아)와 같은 변형이므로 장음 혹은 두 음절 (가3아2) 로 봐야 옳다. (가아가 가가가)

가3아2가2 가3아2가1 : 걔가 걔야?

가3아2가1 : 걔였어?

가3아2가2 : 걔가 그랬어?

가2아1가2 : 가져가

가1가2 가2아1가2 : 가서 가져가




표 준어의 발음은 30년 전만 해도 있었던 장음/단음 구별, ㅔ/ㅐ 구별, ㅚ/ㅙ/ㅞ 구별이 사라지고 억양 또한 크게 변화해 왔다. 이런 차이는 70대와 20대 서울사람이 쓰는 억양을 들어보면 확연히 알 수가 있는데, 예를 들어 "눈:"과 "눈"을 구별해서 말하고 "ㅚ"를 단모음으로 발음하는 사람 요즘 세대에선 찾아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경남방언은 대부분의 토착 단어들이 표준어 단어로 대체된 것을 제외한다면 30년 전에 비해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성조언어라서 그런지 억양은 예전과 거의 동일하다고 본다. 이로 인해 서울 사람은 이젠 구별하지 못하는 동음이의어가 경남지방에서는 여전히 쉽게 구별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음이의어의 예)

알파벳 e (이3이2)
숫자 2 (이1)

eye (눈3)
snow (눈1)

ship (배3)
belly (배3)
pear (배1)

eggplant (가1지2)
branch (가2지2)

모2레2
모3래1


따라서,
2^2 (이1의2 이1승2)
2^e (이1의2 이3이2승2)
e^2 (이3이2의2 이1승2)
e^e (이3이2의2 이3이2승2)
모두 구분 가능하다.


한편 같은 단어라도 앞에 오는 단어에 따라 성조가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즉, 북경어처럼 단어마다 성조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지는 않다.

성조가 변하는 단어의 예)

한1 가3지2
천1 가3지2
열3 가3지2
백3 가3지2
몇3 가3지2

두1 가2지2
세1 가2지2
네1 가2지2

즉, 같은 "가지" 라도 앞에 오는 숫자에 따라 성조가 32 또는 22로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 람이름이나 외래어에도 당연히 성조가 붙는데, 흥미로운 점은 처음보는 단어라도 붙이는 성조가 사람들마다 같다는 것이다. 혹시 경남 방언을 어설프게 배운(?) 사람이 있다면 사람 이름 한번 말해보라고 시키면 대부분 구별이 가능하다.

이름에 붙는 성조의 예)

이1승3만1
윤3보3선2
박1정3희1
최1규3하1
전1두3환1
노1태2우2
김1영2삼2
김1대2중2
노3무3현2
이1명3박1


외래어 성조의 예)

아1세3트2 알1데2히3드1
에1스2컬3레3이3터1
아1이2팟2
스1파2게3티1
해3커2스1 토2플2



3. 발음 변화

ㅓ,ㅡ 가 그 둘의 중간 발음으로 되는 것 외에도 여러 규칙이 발견된다.

흔 히들 받침 있는 글자로 끝나는 이름을 부를 경우 뒤에 "이"를 붙이는데, 받침이 "ㄴ", "ㅇ"으로 끝나는 단어 뒤에 "이" 또는 "히" 가 첨가되면 받침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콧소리로 대체된다. 단어 내부에 원래부터 "이" "히"가 포함되어 있던 경우는 받침을 그대로 발음한다.

예)
많이(마니) -> 마1이2
신정환이 -> 신1정3화2이1
영원히 -> 영1워2이1
거짓말쟁이 -> 거1짓2말2째3이1

마니산 -> 마1니2산2
전이(轉移) -> 전1이2

표 준어의 많은 관형사에서 발견되는 ㅂ -> ㅜ 바뀜 현상이 경남방언에선 일어나지 않는다. 중세국어의 ㅸ이 중부지방에서는 "ㅜ"로 바뀌고, 경상도에서는 "ㅂ"으로 바뀐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이때는 다른 'ㅂ'과 달리 입술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 단지 대충 발음해서 그런 건지 중세국어의 ㅸ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예)
추운(춥다) -> 춥3은3
추워서(춥다) -> 춥3어3서2
더운(덥다) -> 덥3은2
더워서(덥다) -> 덥3어2서1



4. 종결어미

어설픈 경상도 사투리를 들통나게 하는 가장 흔한 실수가 바로 의문문의 잘못된 종결어미 사용이다. 경상도 방언에서는 반말의 경우 의문문이 ~나? 또는 ~노? 로 끝나게 되어 있다. 표준어의 ~니? 또는 ~어? 에 대응되는 어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 와 "~노" 는 쓰이는 곳이 정해져 있어서 절대 "~나" 쓸 곳에 "~노" 를 쓴다거나 "~노" 쓸 곳에 "~나" 를 쓰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나" 는 예/아니오 로 대답하는 질문, 즉 영어의 Do 로 시작하는 질문의 어미로 사용되며,
"~노" 는 그 외의 질문, 즉 영어의 Who, When, Where, What, Why, How 로 시작하는 질문의 어미로 사용된다.

표준어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없기 때문에 경상도사투리를 흉내내는 타 지방사람들이 쉽게 틀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 의 용법 "~노?" 의 용법

집3에1 가2나2 (집에 가니?) 어1데2 가3노1 (어디 가니?)
거3기1 없1나2 (거기 없니?) 와1 없2노2 (왜 없니?)
밥2 무3ㄴ2나1 (밥 먹었니?) 누1구2랑2 무2ㄴ1노1 (밥 누구랑 먹었니?)
오2기3ㄴ1 오2나2 (오긴 오니?) 언1제2 오3노1 (언제 오니?)


표준어에서는 동일한 두 문장이 경상도 방언에서는 노/나의 차이로 인하여 구별이 됨을 알 수 있다. 아래 예를 보자.

예) 어디 아프니?

상황1 상황2
질문: 어디 아프니? 질문: 어디 아프니?
대답: 네/ 아니오 대답: 배가 아파요.


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문장은 두 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 질문에 예/아니오로 대답한다면 "어디"는 somewhere의 의미가 되고,
아픈 부위를 말하면 "어디"는 where의 의미가 된다.

이 두 경우가 경상도 방언에서는 어미의 "~노"와 "~나"로 인하여 쉽게 구별될 수 있다.

상황1 상황2
질문: 어2디1 아1프3나1 질문: 어1디2 아2프3노1
대답: 네/아니오 대답: 배가 아파요



의문문 반말 종결어미인 나/노 를 제외한 다른 어미들은 모두 표준어와 대응관계에 있어서 그리 복잡하게 따질 필요가 없다.
주의할 점: 의문문이라 할지라도 모든 종결어미의 성조는 1 또는 2이므로 물음표가 있더라도 절대 끝을 올려서는 안 된다.

표준어 경상도방언

잖아 맞3다2 아1이2가1
세요 오2이3소1
추우ㄴ가요? 춥3는3교1
집이죠? 집3이2지2예2
집이죠. 집3이2지2예1
집이요? 집3이2예2
집이요. 집3이2예1
지? 바3았3제2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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