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아카데미 시상식
과거 배경 '영화를 예찬한 영화'… 순수 프랑스 인력·자본의 승리
제84회 아카데미영화제는 할리우드의 화려했던 과거에 대한 동경(憧憬)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도 옛날 극장을 연상하도록 꾸며졌고 참석자들에겐 팝콘도 나눠줬다. 시상식 중간 무대 배경에는 고전영화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런 경향은 후보 선정과 수상 결과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할리우드의 전성기를 그린 '아티스트'는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음악상·편집상 등 주요 5개 부문을 받았고, 최다(11개) 후보에 올라 시각효과상·촬영상 등 기술 부문 5개 상을 받은 '휴고' 역시 '옛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은 작품이었다.
①프렌치 인베이전(French invasion·프랑스의 미국 영화시장 점령)
작품상 등 5개 부문서 수상한 '아티스트'는 프랑스 감독과 제작자, 주연배우가 프랑스의 제작비로 만든 영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서 미국인 스태프와 영화를 촬영하긴 했지만 프랑스의 인력과 돈으로 만든 이 영화는 '프랑스산(産)'이 맞는다. 최다 부문 후보에 오른 '휴고'도 배경은 프랑스 파리, 등장인물은 프랑스인으로 설정돼 있다. 각본상을 받은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도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국 록그룹 비틀스가 미국 팝뮤직계를 휩쓸어 '브리티시 인베이전'이란 말을 낳았듯 '프랑스 영화의 할리우드 점령'이라고 할 만하다.
- ‘아티스트’에서 남자주인공 조지 발렌타인(오른쪽·장 뒤자르댕)이 출연한, 영화 속 영화의 한 장면. 무성 영화의 최고 스타인 발렌타인은 유성 영화가 등장하자 퇴물 스타로 전락한다. /영화사 진진 제공
'아부 앞에 장사 없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 결과에 대한 미국 언론의 평이다. 이처럼 아카데미는 올해 아티스트와 휴고 등 '영화를 예찬한 영화'들을 유독 편애했다.
' 아티스트'의 미셸 아자나비슈스 감독은 "나는 평소 흑백·무성영화시대의 감독들을 동경하고 그들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었다"며 "아티스트는 그 환상과 동경을 실현한 작품"이라고 공공연히 말했다. '휴고'에는 영화를 발명한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이나 세계 최초로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만든 프랑스 감독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나라 여행' 등 영화사에 기록될 만한 영화 장면들이 들어 있다.
③과거에 대한 향수
아카데미는 1929년 '날개' 이후 83년 만에 무성(無聲)·흑백영화(아티스트)에 작품상을 안겼다. 3D와 컴퓨터그래픽(CG) 등 최첨단 기술과 자본력의 힘을 빌려 만든 '휴고'에 기술 부문의 상 5개만 준 것과 대조적이다. 할리우드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 이후 넘쳐나는 3D영화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품상 후보 9편 가운데 '디센던트' '머니 볼' '엄청나게 시끄럽고…' 등 3편을 뺀 6편이 모두 21세기 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점도 할리우드의 복고 경향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2/27/20120227027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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