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
세계
95개 민족의 혼혈 여부를 알려주는 지도가 완성되었다. 최신 유전자 분석 기법을 이용해서 민족 간의 혼혈이 언제, 어떤 비율로 이루어졌는지까지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옥스퍼드대학교, 에든버러대학교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공동연구로 이루어진 이번 지도는 전 세계 1천490명의
유전자를 분석해 완성되었다. 특히 혼혈이 이루어진 정확한 시기와 비율까지 알아낼 수 있어 역사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인터랙티브
방식으로 구성된 이번 지도는 홈페이지(http://admixturemap.paintmychromosomes.com/)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이용 가능하다.
연구진은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분석 기법과 원리를 공개했다. 논문의 제목은 ‘인류 혼종 역사의 유전자 지도(A genetic atlas
of human admixture history)’다.
세계
95개국 유전자 데이터 모으는 ‘글로브트로터’
인류의
발자취를 알아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역사학, 고고학, 인류학, 언어학 등 각종 학문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인간이 걸어온 길을
재구성한다.
과학
분야에서는 유전자 분석이 가장 유용하다. 거대한 역사적 사건에는 언제나 민족의 이동과 교류가 뒤따른다. 특정 지역 거주자들의 유전자 샘플을 타
지역 인종과 비교하면 해당 지역에 누가 언제 얼마나 섞여들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유전자는
새로운 세대가 태어날 때마다 일정한 방식으로 재조합되므로 유전자 덩어리(chunk)의 크기는 갈수록 줄어들게 되어 있다. 유전자를 분석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몇 개 종류의 유전자 덩어리를 추출하고 이를 역추적하면 어떠한 유전자가 몇 세대 전에 얼마나 섞여 들었는지 계산이
가능하다.
영국과
독일의 공동연구진은 유전자 세그먼트로부터 조상 유전자의 종류와 비율 그리고 시기를 알아내는 분석 방법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염색체 중 특정
유전자만을 뚜렷하게 부각시키는 채색 작업도 극도로 정밀한 수준으로 높였다.
정확도를
검사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실험도 진행했다. 한 세대를 평균 28년이라고 가정하고 7세대(약 200년)부터 160세대(약 4400년)에 걸친
유전자 재조합을 추적하고 실제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시기와도 비교해 검증했다.
예를
들어 남아메리카의 마야 지역의 거주민은 아메리카 원주민, 북아프리카인, 유럽인의 혼혈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새로운 기법을 적용하자 세부적인
내용까지 드러났다. 아메리카 원주민 중 피마족(Pima), 북아프리카인 중 요루바족(Yoruba), 유럽인 중 에스파냐인(Spanish)이
조상으로 밝혀졌다. 혼혈이 이루어진 시기도 9세대 전인 1670년으로 정확하게 알아냈다.
이렇게
개발된 기법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은다는 의미로 ‘글로브트로터(GLOBETROTTER)’라는 이름이 붙었다.
연구진은
글로브트로터 기술을 이용해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유럽부터,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에 이르는 전 세계 95개 민족의 유전자를 분석해
인류의 혼혈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조상의
인종뿐만 아니라 혼혈 시기까지 알아내
연구진은
전 세계 1천490명의 유전자 데이터를 얻어내 분석했다. 그러자 인종이나 민족이 서로 달라도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유전자 덩어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통의 조상이 있다는 의미다. 유전자 덩어리의 종류가 많다는 것은 조상이 인종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의미다.
유전자
덩어리 분석법은 팔레트(palette)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다. 팔레트 위에다 다양한 물감을 섞듯이 유전자 내에서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색깔처럼 구분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인, 북아프리카인,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 유전자 덩어리를 각각 물감이라고 생각하고 하나의 팔레트 위에 섞어낸 것이 현재 마야
거주민들의 유전자다.
글로브트로터
기술을 이용하면 유전자 혼종이 이루어진 시기까지 알아낼 수 있다. 95개 민족을 샘플로 조사한 결과, 지난 4천 년 동안의 인류 역사 중
대규모의 혼혈이 다섯 차례 발생했다. 대부분 기원후 6세기부터 16세기 사이에 집중되었다.
첫째는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대륙 식민지화(1492년~현재)고, 둘째는 슬라브족(500~900년)과 투르크족(500~1100년)의 대이주다. 셋째는
아랍 무역상의 활동(650~1900년)이고, 넷째는 몽골 제국(1206~1368년)의 확장이며, 다섯째는 크메르 제국의
번성(802~1431년)이다. 이렇게 해서 전 지구적 혼혈이 발생한 것이다.
특정
사건만을 구분해낼 수도 있다. 마야 거주민의 혼혈은 1670년 경에 시작되었다. 당시에 스페인 인종과 서아프리카 인종이 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한
역사적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존재했던 인물들을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현재 거주민의 유전자를 분석해 각 물감을 분리해낼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식으로 세계 각국의 인종 혼합 여부를 검증해냈다. 중국의 투족(Tu) 유전자는 서기 1200년 경 현대 그리스인과 비슷한 유럽인들이
중국인과 유사한 인종과 혼합되었음을 보여준다. 섞여든 유전자 덩어리는 실크로드 근처를 여행하던 유럽 상인들의 것으로
추정된다.
파키스탄의
하자라족(Hazara)은 몽골제국이 지배하던 13~14세기에 몽골 계열 유전자가 섞여 들어왔다는 증거를 보여주었다. 또한 동일한 시기에
아프리카, 유럽, 동아시아 등 6개의 다른 인종이 혼합되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 중에서 아프리카인 유전자는 아랍 무역상에 의해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개인의 유전자적 변이는 조상에 대한 신호를 뚜렷이 보여주지 않지만, 샘플의 수가 많아지고 다양한 민족의 유전자를 분석함으로써 연관점을 찾아내고
사건의 시기까지 재구성할 수 있다. 이를 역사학과 연결하면 단순한 추측을 넘어서는 분명한 증거로 사용될 것이다.
맞춤형
치료에도 활용 가능하다. 인종 또는 민족마다 특정 질병에 대한 취약성이나 약물 전달의 효율성이 각기 다른데, 글로브트로터 기술을 통해 다양한
유전자 변이 데이터가 모아진다면 각 개인이나 민족에 따른 약물 개발이 쉬워진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인터랙티브 지도에는 아쉽게도 한국의 유전자 데이터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분석된
일본인의 유전자.. 60%정도가 중국에서 유래한것임을 알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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