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상은 유전이라서 거의 바뀌지 않아
눈 사이 거리는 서양인보다 먼 편
젊은이 16~17%가 몽고주름 있어
요즘 아기를 옆으로 눕히거나 엎어서 재우는 엄마들 많다. 어릴 때 항상 천장 보는 자세로 재우면 나중에 커서 뒤통수가 납작해질 거라는 추측에서다. 머리를 이쪽저쪽으로 돌려가며 재워야 서양인처럼 둥글둥글 예쁜 모양이 될 거라고 많이들 생각한다.
해부학과 인류학 관점에서 보면 이 생각은 잘못됐다. 머리 모양은 후천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얘기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고유한 특징이기 때문이다.
영유아를 옆으로 눕히거나 엎어서 재우면 한동안은 둥글둥글한 머리 모양이 된다. 하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머리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형태로 결국 되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고기석 건국대 의대 교수는 "해부학적으로 머리뼈가 자라 형태가 완성되는 시기는 16∼18세 정도"라며 "이 때까지 매일 한결같이 옆으로 눕히거나 엎어서 재우지 않는 한 머리 모양은 애초에 유전적으로 설계된 대로 만들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의 머리는 이마부터 뒤통수에 이르는 길이가 서양인보다 짧고 귓구멍부터 정수리까지 높이는 높다. 이처럼 머리 부위별 길이나 너비 등의 평균치수를 토대로 보면 인류의 머리 모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이마부터 뒤통수까지 길이가 가장 긴 좁은머리형은 흑인에서, 가장 짧은 넓은머리형은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에서 많다. 서양인은 둘 사이인 중간머리형이다. 이 같은 차이는 뼈나 근육의 형태를 결정짓는 유전자의 비율이나 발현 양상 등이 인종마다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학계에선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이나 서양인 머리 모양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유전자가 존재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인 서양인 얼굴 얼마나 다를까
머리뿐 아니라 눈과 코, 얼굴의 모양도 한국인은 서양인과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다. 고 교수 연구실에서는 실제 한국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얼굴과 머리의 부위별 치수를 재 어떤 고유한 특징들이 나타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코는 너비와 길이에 거의 차이가 없다. 코의 너비는 왼쪽 콧구멍 가장자리에서 오른쪽 콧구멍 가장자리까지, 코의 길이는 코끝점부터 코안장점(양쪽 눈 사이 안으로 움푹 들어간 지점)까지다. 정확히 따지면 한국인의 코는 평균적으로 길이가 너비보다 2∼3mm 정도 더 길다. 서양인은 이 차이가 훨씬 크다. 한국인의 코가 서양인에 비해 짧고 납작하게 보이는 이유다.
한국인 코의 너비는 특히 안쪽눈구석 사이의 거리와 비슷하다. 눈 사이가 멀면 상대적으로 코가 낮아 보인다. 눈 사이 거리는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해 넓다. 서구화에 따른 요즘 미의 기준으로는 눈 사이 거리가 남자는 37mm, 여자는 36mm 이내여야 하고, 코 길이와 너비를 넘지 않아야 한다. 성형외과에서 이 거리를 좁혀주는 수술(앞트임)을 하면 코가 높아지고 코 윤곽이 살아 보이는 효과가 난다.
코안장점의 위치도 동서양이 다르다. 동양형 얼굴은 코안장점이 눈 중심부보다 아래에, 서양형 얼굴은 위에 있다. 코 안장점이 올라갈수록 코는 더 길어 보인다. 성형외과에선 코안장점을 위로 올리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동서양 차이는 몽고주름이 대표적이다. 몽고주름은 안쪽눈구석에서 아래 눈꺼풀이 위 눈꺼풀에 약간 덮이면서 생긴다. 나이 들면 대부분 없어진다. 몽고주름은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에서 주로 나타나는 특징으로 서양인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고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 젊은층 남자의 17.5%, 여자의 15.7%가 몽고주름을 갖고 있다.
고 교수는 "인류가 몽고와 시베리아를 거쳐 이동하는 과정에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눈을 작게 뜨면서 생겨난 신체적 특징"이라며 "콧구멍 모양에서도 이와 비슷한 진화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양인 콧구멍은 코끝으로 갈수록 좁아지지만 흑인은 반대다. 상대적으로 추운 지방에 적응해야 했던 서양인의 코는 허파로 들어가는 공기를 빨리 덥히기 위해 통로를 좁혔다는 설명이다.
"얼굴과 머리는 체질인류학의 기본"
나이나 영양상태, 환경 등에 따라 팔다리 길이나 몸무게 키 같은 신체수치는 변화가 크다. 하지만 얼굴과 머리는 평생 유전적 설계대로 거의 유지된다.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얼굴과 머리 연구가 중요하다는 게 고 교수의 견해다. 그는 "얼굴과 머리는 진화과정에서 생겨난 인종이나 민족 간 특징을 찾아내는 체질인류학의 기본"이라며 "여기서 밝혀진 한국인의 신체적 특징은 의학의 기초자료로 쓸 수 있고 시대적 변화를 유추하는데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얼굴과 머리 내부에서 인종 간의 차이가 확인되기도 했다. 얼굴 피부 안쪽에는 턱뼈 모서리에서 눈까지 올라가는 동맥이 좌우에 하나씩 있다. 큰 핏줄이 올라가면서 작은 핏줄 3∼4개가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오는데, 가지가 갈라지는 양상이 인종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수술할 때 꼭 필요한 정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http://media.daum.net/digital/internet/view.html?cateid=1048&newsid=20100915210313090&p=hankooki&RIGHT_COMM=R5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