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굴을 아름답게 하는 의사이다. 그런데 과연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의 얼굴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아름다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 기자 말
세상에 성적 정체성이 조금 다른 사람들이 있다. Y씨를 처음 볼 때도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었다. 남성임에도 지극히 여성스러운 외모가 그 이유였다.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필자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Y씨는 얼굴에 관심을 가지고 몇 차례의 성형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본인의 의도와는 조금 달리, 성형수술을 받으면서 여성의 얼굴에 가깝게 바뀐 것이다. 아무래도 성형을 하는 환자들이 대부분 여성들이다보니, 의사들은 여성을 미의 기준으로 삼는다. 여성의 미에 익숙한 의사가 Y씨의 얼굴을 평소에 하던대로 아름다운 여성의 눈과 코를 생각하며 수술한 것이다.
사람도 남녀의 외모 차이가 존재한다
▲좌측으로 갈수록 남성성이 강한 얼굴, 우측으로 갈수록 여성성이 강한 얼굴이다. |
ⓒ Victor S. Johnston et al |
자연선택만을 고려한다면 화려한 외형의 공작 수컷들은 눈에 띄는 외형으로 인해 생존에 불리하며 그 개체수가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공작이란 말을 들으면 우리의 머리에서 화려한 깃털을 가진 수컷이 연상된다. 눈에 띄는 외형에도 개체를 잘 보존해 왔으며 '화려한 수컷'들이 살아남아 있다.
수컷의 화려한 깃털은 천적의 눈에 잘 띄어 생존에는 다소 불리할 수 있지만 번식 시에는 암컷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화려하고 색이 선명할수록 암컷들에게 선택받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자손을 퍼뜨리게 되었다.
이 처럼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남는 자연선택도 중요하지만, 번식을 통해 자손을 남기기 위해서는 성선택 또한 진화의 핵심적 요소다. 화려한 깃털을 자랑하는 공작이나, 목덜미의 갈기로 성적 특징을 나타내는 사자처럼 사람도 남녀의 외모 차이가 존재한다.
2차 성징을 거치면서 달라지는 남녀의 얼굴
▲남성(상단)과 여성(하단)의 보다 남성화한 버전(좌측)과 여성화한 버전(우측)의 얼굴들 |
ⓒ D. Perrett et al |
태어날 때는 남녀의 얼굴 차이가 거의 없다. 자라서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남성과 여성의 얼굴은 달라진다. 특히 가임기간 동안 남녀의 얼굴차이가 심해진다. 그리고 나이가 많이 들면 남녀의 얼굴은 다시 비슷해진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성장기 때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사춘기 이전까지 여성과 남성의 얼굴은 거의 차이가 없으나, 2차 성징을 거치면서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한다.
남성의 경우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골격이 두드러진다. 턱은 강해지고, 광대뼈는 두드러진다. 이마뼈 역시 두꺼워지고, 윤곽이 각지게 발달한다. 눈썹뼈가 발달하면서 눈은 깊게 파이고 작아진다. 어릴 때 들창코였던 코는 더 곧아지고 볼록하게 자란다. 체모가 늘어나면서 눈썹이 진해지고 수염이 생긴다.
▲좌측은 에스트로겐 비율이 높은 얼굴형이며 우측은 에스트로겐 비율이 낮은 얼굴형이다. |
ⓒ Miriam Law Smith |
여성의 눈 주위는 혈액순환계의 변화에 민감하여 색깔이 더 빨리 짙어진다.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스카라를 사용하기도 한다. 여성의 얼굴선은 남성의 얼굴선보다 매끄럽다. 얼굴 근육이 적고 얼굴 지방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이 처럼 얼굴형태에서 남녀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얼굴을 보고 성별을 구분할 수 있다. Y씨의 얼굴을 보고 혼란을 느꼈던 이유는 여성 얼굴의 특징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그랗고 부드러운 이마선과 얼굴윤곽, 남성치고는 동그란 눈 때문에 얼핏 보기에 여성처럼 여겨졌다.
남성의 미와 여성의 미는 다른 것이다
▲여성은 배란기에 맞춰 얼굴선이나 피부 톤, 눈썹 모양까지, 이성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미묘하게 변한다는 연구가 있다. |
ⓒ 김지현 |
여 성은 배란기에 맞춰 얼굴선이나 피부 톤, 눈썹 모양까지, 이성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미묘하게 변한다는 연구가 있다. 그 뿐 아니라 배란기의 여성은 남성적인 외양의 남성에게 더 끌린다고 한다. 배란기가 아닐 때는 상대적으로 여성스러운 얼굴의 남성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좌측에서 우측으로 갈수록 남성성을 많이 드러내는 얼굴이다. 가임기의 여성들은 우측의 얼굴을 더 많이 선택하고, 비가임기의 여성들은 좌측의 얼굴을 더 많이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
ⓒ Victor S. Johnston |
위와 같은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음과 양의 섭리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이성간의 행동을 분석하는 단서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Y씨나 Y씨를 성형했던 의사에게는 또 다른 메시지를 던져준다. 남성의 미와 여성의 미는 다르다는 것이다.
요즘은 남성들도 미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모든 미용시술의 목적은 본래의 정체성을 간직한 채 더 나아지는 것이다. 그 정체성에는 남성성, 여성성이 포함되어 있다. 그 정체성을 잊어버리면 중성적인 얼굴이 생긴다. 잊지말자. 남성는 남성답게, 여성은 여성답게! 이게 세상의 이치다.
http://media.daum.net/culture/others/newsview?newsid=20130409191107561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