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체시계의 비밀을 푸는 열쇠 하나가 추가로 발견됐다. 인간 유전자와 75% 정도 유사한 곤충인 초파리에게서다. 이를 발견한 연구팀은 이 열쇠가 인간의 불면증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내놓았다. 연구는 KAIST 생명과학과 최준호(58) 교수와 이종빈(30) 박사팀이 미국 노스웨스턴대 신경생물학과 라비 알라다 교수, 임정훈(33) 박사팀과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팀은 초파리에게서 '투엔티-포(Twenty-four)'라고 이름 붙인 아주 새로운 생체시계 유전자를 하나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 17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초파리의 투엔티-포 유전자를 없애거나 더 많이 주입해 행동 변화를 관찰했다. 실험 결과 각각의 테스트에서 모두 기존 23.5시간이었던 1일 주기가 27시간으로 길어졌다. 이 유전자가 1일 주기를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름이 투엔티-포(24)가 됐다.
생체시계 유전자는 이번에 발견한 유전자 외에도 이미 10여 개가 밝혀져 있다. 이 중 가장 핵심적인 유전자는 '클락(Clock)'과 '피리어드(Period)' 두 개다.
그런데 투엔티-포 유전자는 이미 발견된 10여 개의 생체시계 유전자와는 작용 시점이 완전히 다르다. 생물의 생명 현상은 'DNA→(전사 과정)→전령RNA(mRNA)→(번역 과정)→단백질 합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유지된다. 기존에 발견된 모든 생체시계 유전자들은 DNA를 원본으로 해 mRNA를 만드는 전사 과정에서 활동한다. 그러나 투엔티-포 유전자는 그 다음 단계, 즉 mRNA로부터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서 역할을 한다. 피리어드 유전자의 산물인 피리어드 단백질 합성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생체시계 유전자가 발견된 것은 세계 최초다. 초파리는 인간과 상당한 유전자 유사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 유전자를 연구하는 모델로 많이 쓰인다. 최 교수는 그러나 " 투엔티-포와 동일한 유전자가 사람에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존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연구는 생체시계 유전자의 활동 범위와 그 역할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처도 이 과정을 밝힌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기존에 밝혀진 생체시계 유전자와 투엔티-포 유전자의 상호작용을 잘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 인간의 수면 장애, 시차 적응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
◆생체시계=
초파리·쥐·사람에 이르기까지 각 생물체의 뇌에 존재한다. 빛이나 온도 변화와 같은 외부 환경 변화에 상관없이 대략 24시간을 주기로 작동한다. 지구 자전에 따른 낮과 밤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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