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은퇴를 앞두고 있는 58세 중년 남성 P씨는 얼마 전 전이성 신장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P씨는 10년 전부터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으며 체형은 비만입니다. 약 2년 전 건강 검진에서 현미경적 혈뇨가 발견되었으나 별다른 증상도 없고 해서 특별한 조치 없이 지내다 6개월 전 육안 혈뇨와 함께 오른쪽 옆구리가 뻐근함을 느껴 정밀 검사를 위해 내원하였습니다.
검사 결과 오른쪽 신장에서 암 조직이 발견되었고, 작지만 주변으로 전이된 소견도 함께 있어서 오른쪽 신장을 포함하는 외과적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암세포가 뼈에도 전이된 것으로 발견되어 방사선 치료에 이어 두 사이클의 항암 화학 요법도 받았으며, 지금은 검사 결과로는 암세포를 발견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P씨는 오늘부터 알파-인터페론으로 면역 치료를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암의 병태 생리와 면역
암의 발생 원인은 다양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 수 있는 흡연과 같은 환경적 요인,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특정 암에 잘 걸리는 유전적 요인 외에 면역 기능 이상도 암의 주요 원인입니다.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되면 정상 세포가 주변 세포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세포의 성장 과정이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 결과 정상이던 세포가 끊임없이 증식되어 주변을 파괴하도록 유전적 변형을 가지게 되며, 이것이 바로 암세포로 전환되는 과정입니다.
암 치료는 수술 요법, 약물 화학 요법, 방사선 요법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요법은 공통적으로 인체의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면역력을 높이는 면역 증강 요법이 암 치료에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계는 개인의 내적 및 외적 환경 사이의 상호 작용을 조절하는 일에 관여합니다. 면역계의 전체적인 기능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혹은 종양세포와 같이 우리 몸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물질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면 역계는 그 기능이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따라 두 개의 범주로 구분가능하며, 선천 면역(innate immunity)과 획득 면역(후천 면역·acquired immunity)이 바로 그것입니다. 선천 면역은 주로 단핵구, 대식세포, 중성구, 자연 살상세포 등이 담당하며, 암세포를 비특이적으로 죽이는 반응을 나타냅니다. 획득 면역은 세포독성 T-임파구가 담당하며, 종양세포의 종양 항원에 특이적 반응을 나타내는 것이 차이점이자 특징입니다.
운동과 면역
최근에 운동이 면역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흥미롭고 중요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현재 운동면역학 분야에서 받아들여지는 가설은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역-J형 가설(inverted J-hypothesis)입니다.
지속적인 중간 강도의 운동 훈련 프로그램은 면역 기능을 증강시키지만 운동량이 매우 적거나 혹은 운동량이 지나친 경우에는 오히려 면역 기능이 억제된다는 것입니다. 임상적으로도 중등도 이상의 신체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서 일부 암의 발생률이나 사망률이 유의하게 낮다는 사실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운동 과다나 축구와 같은 격렬한 경쟁적 운동에서는 오히려 면역 기능이 감소되었고, 이와 같은 결과는 상기도 감염률에서도 같은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현재까지 어떤 종류의 암도 격렬한 운동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적당한 강도의 운동이 암을 예방하는데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도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운동 요법이 면역 기능을 증진시켜 암 환자에게서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는 계속 알려지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한 차례의 운동 요법만으로도 대식세포, 자연 살상세포나 중성구의 경우 숫자나 기능이 모두 증가되는 반응을 보여 주었습니다. 특히 자연 살상세포는 운동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여 운동 회복 기간 중 세포의 활성도와 혈중 농도가 크게 증가되어 2시간 내지 4시간 유지됩니다. 실제로 이때 자연 살상세포의 세포 독성 활성도는 40퍼센트에서 100퍼센트까지 증가합니다.
암 환자에게 있어 운동이 면역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근의 논문에서는 운동 요법이 자연 살상세포의 기능을 증가시켰으며, 다른 면역 세포에도 같은 유의한 결과를 나타낸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운동에 의해 발생하는 신체적 변화가 암 발생 위험률과 재발 방지를 위해 면역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기전에 대한 더 많은 연구 결과가 구체적으로 제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축구와 같은 격렬한 경쟁 운동을 하면 오히려 면역 기능이 억제된다. 다만 이런 격렬한 운동이 암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연합뉴스
암 환자의 활동 수준에 따른 운동 시간 기준
① 활동적이고 제한 사항이 없는 경우 : 매일 최소 15~20분
② 스스로 돌볼 수 있으나 신체 활동이 감소되어 있는 경우 : 매일 최소 15~20분
③ 피로감을 느끼며 일상 거동이 불편한 경우 : 하루 두 차례 5~10분
④ 조금만 음직여도 피곤을 느끼며, 간병인이 필요한 경우 : 하루 5~10분
⑤ 침대에만 누워있어야 하는 경우 : 운동 제한
운동 요법이 제한되는 암 환자 기준
암 환자라 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운동할 수만 있으면 왕성한 신체 활동이나 운동이 권장됩니다. 그러나 아래 사항에 해당될 경우에는 운동 요법의 시도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① 심한 빈혈 (혈색소 수치 1데시리터당 10그램 이하)
② 낮은 혈중 백혈구 수 (1마이크로리터당 3000 이하)
③ 낮은 혈중 호중구 수 (1밀리리터당 0.5×109 이하)
④ 낮은 혈중 혈소판 수 (1밀리리터당 50×109 이하)
⑤ 섭씨 38도 이상의 열이 있는 경우
⑦ 걸음걸이가 자유스럽지 못한 경우
⑧ 영양 결핍 혹은 체중 감소가 발병 전에 비해 35퍼센트 이상 감소된 경우
⑨ 몸을 움직일 때 숨이 찬 경우
⑩ 심한 메스꺼움
⑪ 뼈의 통증
암 발생 위험도를 줄이는 생활 습관 여덟 가지
① 금연
② 알코올 섭취 제한
③ 지속적인 신체 활동
④ 하루 다섯 가지 이상의 과일과 채소 섭취하기, 곡류 섭취하기
⑤ 육류, 특히 포화지방 혹은 트랜스지방 섭취 줄이기
⑥ 과도한 햇빛 노출 줄이기
⑦ 건강한 적정 체중 유지하기
⑧ 정기 검진 받기
맺음말
암 환자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삶의 질'입니다. 운동 요법은 일차적으로 피로감을 감소시키고, 다른 사람의 의존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운동 요법은 또한 암 치료에 동반되는 부작용 효과를 상쇄해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므로 이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P씨는 암 치료를 받는 것과 동시에 운동 처방을 받아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일주일에 2~4번 심장 박동수가 분당 110~120회 수준의 강도로 유산소 운동을 하도록 권유 받았습니다. 물론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운동 부하 검사를 통해 심전도상에서 심장 허혈이 없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우선은 트레드밀 운동과 고정식 자전거 타기를 하게 될 것입니다. 부작용이 없는 범위 내에서 운동 요법이 진행될 예정이며, 꾸준한 운동이 본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P씨에게는 운동 요법이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
/공인덕 연세대학교 운동의학센터 교수,예병일 연세대학교 운동의학센터 교수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0072302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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