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등지기 불과 8일 전에 찍힌 사진. 차에서 내린 잡스는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휠체어에 앉았다./출처=데일리메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채식주의자 스티브 잡스는 식이요법으로 자신의 암(癌)을 치료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렇게 9개월의 시간을 낭비했고, 그 사이 병세는 심각해졌다. 그는 최후의 순간, 진작에 수술을 받지 않았던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는 듯 보였다.”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23일 방영될 미국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서 잡스와 관련된 여러 가지 비화를 공개했다. 20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잡스는 암을 각종 식이요법으로 극복하려 했고 상태가 심각해졌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숨겼다.
아이작슨은 잡스가 “배에 칼을 대고 싶지 않다”면서 식이 요법으로 췌장암을 치료하려 했다고 했다. 가족들은 반대했지만, 잡스는 무시했다. 그리고는 채식, 침술, 약재, 인터넷에서 찾은 치료법에 의존했다. 하지만 차도가 보이지 않자 9개월이 지난 2004년 7월에야 수술을 받았고, 그때는 이미 암이 췌장 전체는 물론 간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잡스는 자신의 병세를 주변인에게 차차 알렸는데, 그 방식도 특이했다. 내과 의사 래리 브릴리언트는 어느 날 잡스가 “아직도 신을 믿느냐”고 물어 신에 이르는 여러 경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다가 슬며시 “무슨 일이 있느냐”라 물었다. “내가 암이라고 한다”는 잡스의 대답이 따랐다.
아이작슨은 잡스가 처음 췌장암을 발견했을 때는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으며, 병도 천천히 진행되고 있었다고 했다. 더욱이 그는 전세계 자신의 암세포와 정상적인 DNA 염기서열을 파악하고 있었던 전세계 20명 중의 한 명이었다. 이 염기서열 작성에만 10만 달러가 들었다. 아이작슨은 그런데도, 그런 ‘현명한’ 잡스가 수술을 꺼리고 비(非)합리적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그는 사람들에게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잡스는 뒤늦게 맞춤형 치료에 나섰다.
잡스의 암 치료에 대해 최근 하버드의대 램지 앰리 연구원은 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잡스의 대안치료 선택이 조기 사망의 요인이 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앰리는 “(췌장암 수술은) 단순 적출 수술로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 등에 비해 부작용도 거의 없고 수술에 따른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치료법”이라고 했다.
한편, 24일 전 세계에 동시 출간될 630페이지 분량의 잡스 전기에는 생전 그가 친아버지를 만났던 일화도 담겼다. 당초 잡스는 친아버지를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1980년대 실리콘 밸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생부 압둘파타 존 잔달리를 여러 차례 만났다. 당시 그는 잔달리가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몰랐고,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되자 다시는 연락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기에서는 비범했던 소년 시절 잡스도 소개됐다. 그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자 눈을 깜빡이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계속 쳐다보는 등 기이한 행동을 했고, 13세 때는 한 잡지에서 굶주린 아이의 사진을 보고는 기독교를 버리고 불교에 심취했다.
그는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난 뒤 애플의 이사회를 “돈에만 신경 쓰는 썩어빠진 인간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2010년 대만의 휴대폰 제조사 HTC가 안드로이드폰을 선보였을 때는 “안드로이드는 훔친 물건”이라면서 “구글과 핵전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고 한다.
아이작슨은 이번 전기를 통해 잡스의 전생애를 다뤘으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낭만적인 삶, 결혼, 여동생과의 관계, 일 등을 다뤘다. 이 책은 잡스가 숨지기 직전까지 2년 동안 40번이 넘는 인터뷰를 통해 얻어진 기록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21/20111021021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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