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개 홍역 퍼져, 이미 야생 호랑이 2마리서 바이러스 검출
밀렵, 서식지 감소 이은 새 위협…러시아, 미국 과학자들 긴급 공동연구
▲시베리아호랑이. 사진=야생동물보전협회
러 시아 극동지방의 시베리아호랑이(아무르호랑이) 연구자들은 2000년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이상한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야생 호랑이가 마을에 들어오거나 대로변을 어슬렁거려 교통을 마비시키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베리아호랑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해 테르니 마을에 호랑이가 출현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야생동물보전협회(WCS)가 지난 8년 동안 시호테알린 생물권보전지역에서 연구하던 암 호랑이였다. ‘갈랴’란 이름의 이 호랑이는 수척해진 모습으로 마을에 들어와 새 환경에 어리둥절하면서 손쉬운 먹이인 개를 노렸다. 비정상적인 신경증 증상을 보인 이 호랑이는 생포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뒤 현지경찰이 사살했다.
2003년에도 하바로프스키 크라이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암 호랑이가 마을로 들어왔다. 연구진에게 포획된 암 호랑이는 나중에 죽었다. 두 호랑이의 조직검사에서 개 홍역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밀렵과 서식지 파괴에 이어 질병이 시베리아호랑이의 중요한 위협요인으로 떠올랐다. 이 질병에 걸리면 근육경련과 착란을 일으키고 결국 치명적인 마비에 이르게 된다.
개 홍역은 개의 질병이지만, 버려진 개나 개에 의해 감염된 야생동물에 의해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개 홍역은 아프리카 세렝게티의 사자, 캐나다의 스라소니, 러시아의 바이칼 물개 등에서 발견된 바 있다. 1994년 개 홍역이 탄자니아와 케냐의 사자에 번졌을 때는 사자 집단의 3분의 1에 가까운 1000마리 이상이 전염돼 죽었다.
▲미국 버팔로 동물원에서 새끼를 낳은 시베리아호랑이. 사진=데이브 페이프, 위키미디아 커먼스
야생동물보전협회는 앞서 확증된 두 사례 말고도 최근 들어 야생 호랑이들이 마을에 출몰하는 사례들이 개 홍역에 따른 증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와 야생동물보전협회 브롱스 동물원의 전문가들은 최근 우수리스크에서 심포지엄을 열고 개 홍역이 시베리아호랑이에게 초래할 위협을 줄일 방안을 논의했다.
이리나 코로트코바 프리모스카야 농업 아카데미 연구원은 “야생 시베리아호랑이에게 개 홍역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호랑이의 생존이 걸린 일”이라고 말했다.
개 홍역은 백신으로 막을 수 있다. 아프리카 세렝게티에서는 주변 마을 개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 사자 피해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시베리아호랑이는 2005년 조사에서 야생에 500마리가 남아있었지만 현재는 350마리 미만으로 줄었다고 야생동물보전협회는 밝혔다. 동물원에서 기르는 번식 가능한 암컷 시베리아호랑이는 1000마리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http://ecotopia.hani.co.kr/29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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